'MOU 조기졸업' 한진만의 희망사항?

더벨 김은정 기자 2010.07.15 07:34
글자크기

대한항공, 9월 해제 강한 의욕…산은 "기준점수 여전히 못미쳐"

더벨|이 기사는 07월14일(10:13)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한진그룹이 재무구조 개선약정(MOU) 조기졸업에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 (22,550원 ▼50 -0.22%)한진해운 (12원 ▼26 -68.4%)의 실적 개선에 힘입어 오는 9월 중간평가를 통해 MOU에서 벗어나겠다는 복안이다.

사상 최대 실적이 점쳐지는 상황에서 MOU 해제가 이뤄지지 않으면 MOU의 본래 목적이 퇴색된다는 게 한진그룹의 입장이다. 산업 특성을 외면한 MOU가 계열사의 영업활동만 어렵게 만든다는 지적도 내놨다.



하지만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MOU 조기졸업이 한진그룹의 '희망사항'일 뿐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내비쳤다.

◇한진, 오는 9월 중간평가 기대…실적 개선 자신감

개정된 주채무계열 재무구조개선 운영준칙에 따르면 주채권은행은 매년 12월 말을 기준으로 120일 이내 정기평가를 실시해야 한다. 상반기 중 재무구조 악화·개선이 현저한 경우에 한해 6월 말을 기준으로 70일 이내 중간평가를 할 수 있다.


채권은행 한 관계자는 14일 "한진그룹이 주채권은행에 MOU 조기졸업을 요청하고 있다"며 "특히 대한항공 측에서 강하게 원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최근 국내 증권사들은 잇따라 대한항공과 한진해운의 실적 전망치를 올려 잡고 있다. 대한항공은 2분기 사상 최고 실적이 전망됐다. 국제여객과 화물수요가 확대된 덕분이다. 여행 수요가 집중되는 시기라는 점을 고려하면 3분기에도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신민석 대우증권 연구원은 "성수기를 앞두고 유가상승이 제한적일 경우 단기적으로 연료비 부담을 줄이고 유류할증료 수입은 증가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진해운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컨테이너 업황이 정상 궤도에 오르면서 올 2분기 수송량이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30%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추정됐다. 운임도 덩달아 상승했다.

올 2분기 영업이익이 전 분기 대비 대폭 급증할 것이라는 데 시장의 의견이 모아졌다.3분기 실적도 개선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됐다.



최근 현대그룹과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이 재무평가 기준 등을 놓고 대립 각을 세우는 상황에서 실적 개선이 가시화된 한진그룹도 할 말이 많다는 입장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오는 9월 MOU 해제를 염두에 두고 있다"며 "과거 몇 년간 수치에 기반해 이번에도 조기졸업이 무산되면 항공업계는 MOU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다는 의미"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국제 화물여객을 주력으로 삼고 있는 상황에서 MOU에 묶여 있는 게 신인도 측면에 상당한 불이익이 되고 있다"며 "항공기 도입을 위해 차입을 해야 하는 상황인데 조달금리에서도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산은 "중간평가해도 다를 것 없어"

하지만 산업은행 측은 중간평가의 필요성조차 느끼지 못하는 모습이다.

올해 실시한 재무평가에 연말까지 그룹의 실적 전망이 이미 반영돼 있다는 설명이다. 올 상반기 실적을 고려해 중간평가를 실시한다고 해도 별 다를 게 없다는 것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한진그룹에서 조기졸업을 바라고 있지만 희망사항일 뿐이며 구체적으로 얘기가 오고 간 것은 없다"고 언급했다.

산업은행은 지난 5월 한진그룹의 MOU 유지를 결정하면서 비재무 평가 항목을 통해 영업실적 추이와 전망을 고려했다. 재무비율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재무평가 점수에 가점을 부여했지만 기준점수에는 미달했다.

당시 산업은행은 올해 말 기준 영업전망을 반영하게 되면 재무평가 점수가 달라질 수 있지만 여전히 기준 점수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대한항공 차트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