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원 KB국민은행장의 씁쓸한 조기 퇴장

머니투데이 김익태 김지민 기자 2010.07.13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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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원 국민은행장이 임기 3개월여를 남기고 씁쓸히 퇴장했다. 김정태 전 행장의 바통을 이어받아 행장에 오른 지 5년 9개월 만이다. 취임 후 3년은 그럭저럭 괜찮았다. 은행권 최초로 국민은행을 당기순익 2조원 클럽에 가입시켰고, 경영도 안정됐다.

그런데 행장 연임 뒤부터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지주사를 만들어 회장직에 두 차례 도전했다 좌절을 겪었다. 최근에는 국민은행이 정치권의 인사개입 논란에 휩싸였다. 논란의 중심에 강 행장이 서 있다.



재임 중 은행 경쟁력이 추락했고, 오는 8월 금융당국의 징계도 예정돼 있다. 이런 점을 의식한 듯 강 행장의 퇴임식은 초라했다. 어윤대 신임 KB금융 (83,800원 ▲2,600 +3.20%)지주 취임식이 있은 13일 오후 늦게 일부 은행 직원들만 참석한 채 진행됐다. 그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지만 이래저래 불명예스런 퇴진임은 분명하다.

◇관치의 수혜자= 강 행장은 2006년 6월 국내 금융시장에 화려하게 등장했다. 도이치뱅크에 근무하다 서울은행장이 됐다. 구조조정이 한창이던 시절 최연소 시중은행장이 된 것이다. 당시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의 강력한 추천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서울은행장 퇴임 후 2년이 지난 뒤 강 행장은 또 한 번 화려한 조명을 받았다. 통합국민은행장 2대 행장으로 내정됐다. 행장후보추천위원회는 시장자율에 근거해 최적의 후보자를 선택했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보이지 않는 손의 개입 의혹은 끊이질 않았다.

강 행장 취임 후 3년 간 국민은행은 안정궤도에 올라섰다. 취임 전 1조원을 밑돌 던 순익이 2조원을 넘어섰다. 서비스 경쟁력이 떨어졌던 은행을 고객만족도 1위로 탈바꿈 시켰다. 이 기간 국민은행은 확고한 리딩뱅크였다. 재임 중 업적으로 평가받는 점이다.

관의 추천으로 최연소 시중은행장에서 국내 최대 금융회사의 은행장이 됐던 그다. 누가 봐도 강 행장은 관치의 수혜자였다.


◇관치의 피혜자= 잘 나가던 그의 앞길도 꼬이기 시작한 시점은 2007년 10월 연임 때부터다. 연임에 성공한 뒤 2008년 가을 지주사를 만들어 회장에 오르는 시나리오를 그렸다. 그러나 황영기라는 복병을 만나 꿈을 접어야 했다. 황 전 회장이 금융당국의 징계를 받고 물러난 뒤 재차 도전장을 던졌다. 당국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회장 선임 절차를 진행했고, 마침내 회장에 내정됐다.

하지만 선임과정의 불공정과 사외이사의 도덕적 해이 문제가 불거졌다. 그 역시 20여 일만에 내정자 자리에서 물러나는 수모를 겪었다. 관의 개입이 있었다는 정황이 여기저기서 포착됐다. 강 행장은 관치의 수혜자에서 돌연 관치의 피해자로 동정을 받기 시작했다.



한 차례 실패를 경험한 탓에 강 행장이 무리수를 뒀다는 분석도 나왔다. 최근 국민은행은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불법 사찰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선진국민연대의 인사 개입도 마찬가지다. 회장 자리에 대한 과욕으로 현 정권 실세들에 줄을 대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오는 8월 예정된 금융감독원의 징계도 부담스럽다. 2008년 국민은행의 카자흐스탄 센터크레디트은행(BCC)지분 인수, 10억 달러 규모의 커버드본드 발행, 영화제작 투자 손실 등에 대한 책임 추궁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강 행장의 발걸음을 더욱 무겁게 하는 것은 무엇보다 리딩뱅크로서의 위상을 추락시켰다는 꼬리표를 끝내 털지 못하고 간다는 점이다.



국민은행은 자산, 직원 수, 영업점 수 기준으로 국내 최대 은행이다. 그런데도 순익부터 경영 전반에 걸쳐 신한은행에 밀린다. 강 행장 임기 내내 직원 1인당 생산성 문제가 거론돼 왔지만 해결책도 제시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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