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S&P, 저승사자는 옛말

머니투데이 강기택 기자 2010.07.12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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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이해도 높인다"며 2달째 잇달아 세미나 개최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를 겪던 시절 한국에서 무디스, 스탠더드푸어스(S&P), 피치 등 3대 국제신용평가회사는 ‘저승사자’로 통했다. 이들 신용평가사는 한국의 신용등급을 한꺼번에 6-12단계까지 강등시키며 공포의 대상이 됐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최근 유럽 재정위기는 신용평가회사들의 입지를 좁혀 놓았다.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부실을 예측하지 못한데다 남유럽 국가들에 대해 뒷북치는 등급하향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고 세계 각국으로부터의 강력한 규제에 직면했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한 탓일까. 오는 14일부터 16일까지 정부와 국가신용등급 평가를 위한 연례협의를 가질 예정인 S&P가 12일 서울에서 기자들을 대상으로 세미나를 열어 ‘친절하게’(?) 자신들의 신용등급 정책과 현황에 대해 소개했다. S&P는 지난 4월 말에도 같은 행사를 개최했었다.

◇S&P, 평가에 문제없다 변명(?) = S&P가 신용평가회사 구조개혁 논의를 주도적으로 논의하고 있는 G20(주요 20개국) 의장국 한국에서 기자들을 대상으로 잇달아 세미나를 연 것은 신용평가사에 대한 세계적인 비판, 규제 분위기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채정태 S&P 서울사무소 대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이해상충 문제 등 신용평가사에 대한 여러 가지 비난과 지적이 많았다”며 “유럽과 아시아의 신용등급에 대한 신용평가사의 시각을 전달하고 언론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S&P는 특히 신용평가에 대한 광범위한 불신을 해명하는데 주력했다. 시장이 신용평가사의 역할을 과소 또는 과대평가하는 것일 뿐 자신들에게는 잘못이 없다는 것이다.

데이빗 비어스 S&P 정부신용평가 담당 전무는 “유로존 국가들의 신용등급에 대해 S&P는 일관되게 중도적 견해를 유지했으나 시장이 지나치게 낙관적인 시각에서 비관적인 시각으로 바뀐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예컨대 S&P가 지난해 초 그리스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을 때 독일과의 국채 스프레드(가산금리)가 오히려 좁혀졌다가 지난해 4분기에 가서야 스프레드가 확대된 것은 시장의 견해와 S&P의 등급간 괴리가 발생할 것일 뿐 등급평가의 오류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대북리스크 우려, 등급상향 어려울 듯



S&P는 이날 세미나에서 한국의 신용등급에 대한 견해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S&P는 정부와의 연례협의를 가진 뒤 신용등급 평가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제를 달면서도 "현재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 전망은 안정적”이라며 “이는 단기적으로 현재 등급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비어스 전무는 특히 “한국의 등급과 관련된 중요리스크는 2가지”라며 "북한리스크의 현실화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강조했다.



그는 무디스, 피치가 한국을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이전 등급으로 복귀시켰지만 S&P는 여전히 한 등급 아래로 평가하고 있는 것에 대해 “북한의 정권교체가 어떻게 이뤄질지 알 수 없고, 통일이 될 경우 한국정부가 재정적으로 엄청난 부담을 안 게 될 것이라는 점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IMF 외환위기 이후 남북간 경제적 격차가 더 커져 통일비용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처럼 S&P가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갖고 있어 신용등급 또는 등급 전망 상향이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한편 S&P가 오는 14일부터 16일까지 정부와 국가신용등급에 관한 연례협의회를 갖는다. S&P는 2005년 7월 이후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은 'A'로, 등급전망은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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