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은 이를 본격적인 출구전략의 신호탄으로 해석하고 있다. 그러면서 경기회복의 자신감 표현과 추후 위기 재발 시 금리인하의 실탄을 확보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듯하다. 필자 역시 이러한 해석에 공감하지만 향후 금리인상을 추가하기 전 출구전략 시행 순위에 대해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사상 초유의 정책적 공조를 통해 금융위기는 작년 3월을 기점으로 그리고 실물경제위기는 작년 10월을 기점으로 진정되는 국면을 보인 듯 했다. 그러나 올해 2월 그리스 문제를 필두로 국가부도위험이라는 3라운드로 접어들었다.
그런데 케인즈 입장에서는 억울한 측면이 있다. 케인즈의 재정지출 확대의 핵심은 기업의 투자촉진을 통한 고용증진에 있다. 고용증진이 민간소비증가를 일으키면서 성장 동력이 가동되고 재정적자 문제 역시 해결된다고 본 것이다.
그런데 이번 위기에서 미국 정부는 기업의 투자촉진보다 세제혜택을 통해 곧바로 민간소비를 증가시키고자 했다. 이는 불가피한 면이 있는데 90년대 중반 이후 미국의 성장 동력은 민간소비부문이 핵심이기 때문에 해결의 실마리를 여기서 찾고자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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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소비증가는 다시 투자를 촉진하고 고용을 창출하리란 21세기형 미국식 케인주의다. 이러한 수정 형 케인즈 정책은 금번 위기상황에서 급한 불을 끄는 데는 분명 효과를 보였다.
하지만 고용증가가 선행되지 않은 인위적 소비부양책 효과에 시장이 의문부호를 던지면서 더블 딥 우려가 확산된 게 지난달 미국 주식시장이 약세를 보인 이유다. 그리스 문제로 돌아가면 여타 국가에서도 비슷하게 고용유발효과가 취약한 재정지출을 늘리다 보니 만성 재정적자에 시달리는 국가에서 성장 동력은 움직이지 않고 재정만 악화시킨 형국이 된 것이다.
현재 회자되고 있는 더블 딥 가능성에 대해 필자는 회의적이다. 그러나 우려스러운 것은 조건부 기댓값이다. 즉 더블 딥 확률 곱하기 더블 딥이 일어날 경우의 충격이다. 이럴 경우 얘기가 달라진다. 미국에서 더블 딥이 일어날 경우 (디커플링은 꿈도 꾸지 말라) 각국 정부나 중앙은행의 대응수단이 빈약한 탓이다.
선진국을 비롯한 대부분 국가가 추가 재정지출의 여력이 없으며 통화정책에 있어서도 주요국의 경우 제로금리에 가까운 상태여서 남은 카드는 양적 완화정책 정도다. 재정지출확대 부작용은 재정적자의 고착화고, 저금리정책의 부작용은 물가상승과 자산 가격에 거품을 생성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자산가격의 거품은 오히려 축소되고 있고 물가상승률 역시 임계치인 3%에는 도달치 않은 상태다.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물가상승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게 맞다.
그러나 지금은 언제든 위기가 재발할 수 있는 상황이다. 결국 재정문제가 위기의 화두인 지금 출구전략의 시발점은 재정지출을 축소하는 것이 위험도 낮추고 위기 재발 시 유효한 실탄을 확보하는 길이다.
금리인상은 환율측면에서도 직접적으로 원화강세를 가져오게 됨에 따라 구조적으로 외환부문이 취약한 우리나라의 경우 위기재발 시 환율폭등의 폭을 더 키울 위험성이 있다. 가계대출부실화 역시 중산층 붕괴문제 뿐 아니라 대외위험에 대한 민감도를 증폭시킬 가능성이 있다.
현재 세계경제는 회복지속과 더블 딥의 변곡점에 놓여 있다. 거시경제의 공동 위험관리자로서 정부와 중앙은행의 정책조율의 필요성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출구전략의 시행순서에 있어 재정지출의 축소를 통해 위험관리를 하고 추가적인 금리인상에 신중을 기해 경기회복을 지속시키는 게 더 바람직하지 않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