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새 외형 2000배 성장'…누구 이야기?

머니투데이 김유림 기자 2010.07.13 08:07
글자크기

편의점 20년 질주, 성공 DNA는 '무한변신'

`20년 사이 외형 2000배 성장`. 어느 첨단 기업의 `성공 스토리`가 아니다. 바로 편의점 업계 이야기다. 편의점이 국내에 처음 상륙했던 1989년 당시 전체 매장 수는 7개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1만4000개를 돌파했다.

손님 1인당 평균 1회 구매 금액은 3500원 선에 불과하지만 편의점 업계의 지난해 전체 매출은 7조3046억원으로 전년보다 12.6% 늘었다. 이 같은 성장률은 백화점(9%), 대형마트(3.8%), 슈퍼마켓(4.2%) 등 주요 유통 업종 가운데 단연 으뜸이다.



편의점 업태가 2007년 1만개 점포를 돌파한 이후 성장이 주춤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지만 2008년 1만2485개, 지난해 1만4130개로 성장을 멈추지 않았다. 편의점이 이처럼 강산이 2번 변하는 세월에도 부침없이 커 간 비결은 뭘까.

유통 전문가들은 1인 가구와 맞벌이 가구 증가 등 인구 구조와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에 맞춰 편의점 스스로 변신을 거듭하며 소비 형태에 맞게 진화한 점을 첫 번째 성공요인으로 꼽았다.



◇ 편의점의 무한 변신 = 요즘 편의점에 가면 안 되는 것이 없을 정도로 다양한 서비스가 제공된다. 휴대폰 충전은 기본이고, 전화요금과 전기요금 등 각종 공과금을 납부할 수 있으며 택배를 보내거나 받을 수 있다. 프로 야구와 프로 축구 티켓도 예매할 수 있고 영화 티켓 역시 미리 살 수 있다.

일부 편의점에서는 보험에 들 수 있고 꽃배달을 보내는 것도 가능하다. 훼미리마트 관계자는 "바쁜 현대인들의 라이프 패턴에 맞춰 각종 서비스 상품들이 늘고 있는 것이 2000년대 이후 편의점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취급하는 상품 숫자나 서비스도 다양하지만 요즘 소비자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PB(자체상품) 제품으로 출시하는 민첩함도 또 다른 성공 비결이다. 특히 물가가 고공 비행하면서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한 끼 식사를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도시락 제품들은 편의점의 새 매출 창출원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인구 구조 변화로 앞으로 도시락 같은 간편가정식(HMR) 수요는 더 많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편의점 숫자가 많아지면 서로 시장을 잠식하는 `카니발리제이션' 현상에 대한 우려는 특화 전략을 통해 시장을 키우는 것으로 해소했다. 주택가에서는 식료품 상품 구색을 강화한 슈퍼형 편의점을, 학생들과 회사원이 많이 이용하는 도심 오피스 지역에는 커피 전문점 수준의 질 높은 고급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카페형 편의점, 베이커리형 편의점을 출점하는 식이다.

여러 가지 종류의 소스와 야채 등을 고객이 직접 선택하거나 양을 조절할 수 있는 '셀프바'형 편의점이나 직접 지은 밥을 제공하는 '델리'형 편의점, 문구류 진열을 늘린 '오피스'형 편의점 등 다양한 특화 점포들은 진화한 편의점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예다.



◇ 사회변화가 편의점 업태와 맞아 떨어져 = 업계에선 사회변화와 편의점 업태가 맞아떨어진 점도 성공 배경의 주요한 요인으로 꼽는다. 한국편의점협회 관계자는 "젊은 싱글족과 맞벌이를 중심으로 필요한 만큼만 구매해 소비를 최소화하려는 소량 구매, 근거리 소비 패턴이 가속화되고 있다"면서 "요즘 소비자들은 가치 중심 소비트렌드로 변화돼 가격이 저렴하다고 무조건 구매하지 않고 가치에 비해 낮은 가격이라고 생각되는 상품을 소비한다"고 설명했다.

1000원 짜리 한 개를 사도 카드 결제가 되고 이동통신사와 제휴를 통해 마일리지, 할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역시 합리적 소비를 추구하는 최근 소비 트렌드에 부합했다는 분석이다.

편의점 가맹 희망자들이 늘고 있는 것도 편의점 성장의 한 배경이다. 협회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불황이 심해질수록 실패 위험 부담이 적고 소자본에 창업할 수 있는 편의점으로 관심을 갖게 된다"면서 "50년대 초중반 나이의 베이비부머들의 은퇴가 시작되면서 이들이 편의점 창업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