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아파트 '이자공포' 매물

머니투데이 송복규 기자 2010.07.12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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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상 발표전후 호가 수천만원 급락…꼬리감춘 매수문의

"일주일을 꼬박 공들인 급매물 거래가 금리인상 때문에 틀어졌습니다. 매수자가 시장 상황을 지켜본 뒤 결정하고 싶다고 발을 빼네요. 가뜩이나 거래가 안돼 힘든데..." (서울 강남구 개포동 A중개업소 관계자)

한국은행이 지난 9일 기준금리를 전격 인상하면서 부동산 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집주인들은 집값이 떨어질까봐 노심초사하고 있고 수요자들은 금리 추가 인상 등 시장 상황을 지켜보겠다며 일제히 관망세로 돌아섰다. 특히 투자수요가 많은 재건축 시장에는 이자부담이 두려워 처분하려는 `이자공포' 매물이 늘고 있다.



1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반짝 상승세를 보였던 강남권 재건축아파트가 금리인상 이후 다시 약보합세로 돌아섰다.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1단지 50㎡는 현재 호가가 9억원으로 2∼3일새 호가가 1000만원 정도 하락했다.

개포동 B중개업소 관계자는 "기준금리 0.25%포인트 오른 것보다는 출구전략이 본격화됐다는 점 때문에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며 "당장 연내 추가로 금리가 오르면 이자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고 말했다.



안전진단 통과후 집값이 1억원 가량 급등한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도 며칠간 매수문의가 거의 없는 상태다. 이 단지 112㎡는 현재 11억∼11억2000만원, 119㎡는 13억3000만∼13억5000만원선이다. 잠실동의 C중개업소 관계자는 "급매물이 나와 매수 대기자들에게 전화를 걸었다가 핀잔만 들었다"며 "재건축 구매자는 대부분 투자수요여서 일반 아파트보다 금리변동 등에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전했다.

강동구 둔촌동 둔촌주공도 매수자들이 자취를 감추면서 하락세다. 둔촌주공1단지 72㎡는 7억6000만∼7억8000만원, 둔촌주공3단지 102㎡는 7억5000만∼7억6000만원으로 2∼3일새 1000만∼2000만원 떨어졌다.

재건축 뿐 아니라 일반 단지도 상황은 비슷하다. 이달초 9억원을 호가하던 서울 송파구 잠실동 트리지움 110㎡는 8억7000만∼8억8000만원선에 매물이 쌓여 있다. 신천동 파크리오에도 며칠새 값을 낮춘 급매물이 부쩍 늘었다.


이 단지 108㎡ 시세는 8억5000만~9억원선이지만 최근 7억7000만~7억8000만원짜리 매물들이 등장했다. 급매물 시세 저항선인 8억원마저 깨진 것이다. 용산구 이촌동 한가람아파트 142㎡는 시세인 12억원보다 1억6000만원 낮은 10억4000만원에 급매물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 거래 공백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 소장은 "이번 기준금리 인상폭은 가계에 타격을 주는 수준은 아니지만 출구전략 신호탄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금리가 추가로 올라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 7%를 넘어설 경우 이자부담을 견디지 못해 처분하는 급매물이 쏟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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