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격금리인상 왜? 물가와 경기의 정치학

머니투데이 김창익 기자, 김한솔 기자 2010.07.09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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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총재 "하반기 물가상승률 3%대 진입 가능"…한두차례 추가 인상 가능성

금통위가 9일 전격적으로 금리를 인상한 것은 물가안정과 자산가격버블 해소 등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초저금리에 따른 부작용을 해소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점에서다.

한은이 금리를 인상하면서 통화정책 기조를 완화에서 긴축으로 본격적으로 전환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한 것도 이번 금리 인상이 본격적인 출구전략의 시행으로 해석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우선 이번 금리 인상은 경기회복에 따른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반영한 결과다.

김중수 한은총재는 금통위 후 기자간담회에서 "하반기엔 GDP(국내총생산)갭이 플러스로 돌아서 물가상승 압력이 커질 것"이라며 "물가 관리 목표치인 3% 대에 진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김 총재는 "내년에는 필히 (물가상승률이) 3%를 넘을 것이기 때문에 지금 대처하는 게 적절한 타이밍"이라고도 했다.



자산가격의 버블 가능성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김 총재는 "시중에 유동성이 많은 게 사실"이라며 "주택가격은 현재의 문제라기보다 앞으로 문제 가능성을 내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은에 따르면 6월 중 주택담보대출은 낮은 금리와 입주 물량 증가에 따라 전달에 비해 2조5000억 원 증가했다. 10개월 만에 최대 증가폭이다.

물가관리가 존재 이유인 한은의 입장에선 결정적인 금리 인상 배경이 될 수 있다. 김 총재는 기자간담회 말미에 "금통위의 주어진 목적에 맞도록 앞으로 조직을 운영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취임 전후 정부와의 조율을 강조한 김 총재의 시선이 금통위 내부 목적에 초점을 맞추게 된 것은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지난 5월 2.7%, 6월 2.6%를 각각 기록했다. 생산자 물가상승률은 두 달 연속 4.6%를 기록했다. 한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유가 및 철광석 등 원자재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 물가 상승률이 하반기 상당 폭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한은은 유럽 재정위기와 미국ㆍ중국의 성장세 둔화 가능성 등 대외 불확실성이 상존하지만, 세계 경제는 대체로 회복세를 지속하고 있다고 보았다.

특히 대외적 리스크에도 불구, 국내경기가 견조한 회복세에 접어든 것으로 판단했다. 김 총재는 "국내 경기는 수출ㆍ내수 등 전 부문에 걸쳐 활력을 보이면서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세계경제의 회복세에 힘입어 6월 중 수출이 사상 최고수준을 기록했고 소비와 설비투자, 건설투자도 증가했다. 제조업 생산 증가세가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0.25%포인트의 금리인상이 가계나 기업에 부담이 될 것이란 점은 인정했다. 하지만 그 충격이 그리 크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 총재는 "고소득층이 주로 가계 대출을 갖고 있다"며 "0.25%포인트 인상은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기업도 이 정도 올려서는 큰 영향이 없다. 우리경제가 구조조정을 하겠다고 하고 있고 그동안 너무 싼 이자 때문에 힘들었기 때문에 긍정적 효과가 클 것"이라는 설명이다.

금통위가 이날 금리를 인상하면 보통 같이 올리는 총액한도대출 이자율은 기존 1.25%로 유지키로 한 것도 금리인상에 따른 중소기업 부담을 줄이기 위한 대응 조치로 풀이된다.

한은은 이번 금리인상으로 통화정책 기조가 '완화'에서 '긴축'으로 선회한 것으로 해석되는 것에 대해서는 경계했다. 김 총재는 "2% 수준의 금리가 현재 경제상황에 비해 너무 낮은 수준으로 판단된 것"이라며 "긴축 기조를 논의할 단계는 아니며 통화정책방향은 여전이 '완화'"라고 설명했다.



김 총재는 추가 금리 인상 속도와 폭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했다. 김 총재는 '베이비스텝, 징검다리 식'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어떤 목표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금통위 당시 국내외 상황을 봐가며 결정하겠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현석원 현대경제연구원 현안분석팀장은 "이번 금리 인상은 하반기 중 추가 금리인상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며 "경제지표가 하반기엔 상반기에 비해 나빠질 수 있어 8월이나 9월에 금리를 인상하면 하반기 추가 금리인상에 부담이 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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