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누명' 납북어부 26년만에 무죄

머니투데이 배혜림 기자 2010.07.08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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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 누명을 쓰고 억울한 옥살이를 해야했던 어부가 26년만에 누명을 벗었다.

서울고법 형사10부(재판장 이강원 부장판사)는 8일 국가보안법상 간첩 혐의로 기소돼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어부 정모씨에 대한 재심 사건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정씨는 간첩활동을 인정하는 발언을 했지만 해당 발언은 당시 수사기관의 불법 구금과 가혹행위 하에서 이뤄진 것이므로 인정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권위주의 통치시대의 위법.부당한 공권력 행사로 16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교도소에서 심대한 고통을 입은 정씨에게 진정으로 용서를 구한다"며 "정씨의 가슴 아픈 과거사에서 얻은 소중한 교훈을 바탕으로 사법부가 국민의 작은 소리에도 귀기울여 비극이 재발하지 않도록 보편적 정의를 실현하는 인권의 최후 보루로서의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씨는 1965년 10월29일 서해 비무장지대에 있는 황해도 연백군에서 인근 섬 주민들과 함께 조개잡이를 하다 납북된 뒤 같은 해 11월20일 귀환했다. 이후 국가안전기획부(이하 안기부)는 1982년 2월 정씨가 월북한 7촌 숙부와 만났다는 이유로 강제 연행해 간첩 혐의를 조사한 뒤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안기부 인천지부는 내사를 통해 정씨의 숙부가 남파돼 정씨의 가족들과 만난 정황을 잡았다는 이유로 1983년 9월 정씨를 다시 강제 연행했다. 정씨는 38일간 불법 구금돼 폭행과 물고문 등 각종 가혹행위를 당했다. 이를 견디지 못한 정씨는 "남파된 숙부에게 군사기밀을 탐지해 보고하고 공작금을 받았다"고 허위 자백했다.

결국 정씨는 국가보안법상 간첩 혐의로 기소돼 1984년 대법원에서 무기징역형을 확정받았다. 정씨는 16년간 복역한 뒤 1998년 가석방됐다.

이후 정씨 사건은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와 국가정보원 과거사위원회의 조사를 통해 수사의 위법성이 드러나면서 재심 대상으로 분류됐으며, 법원은 정씨의 재심 신청을 받아들여 재판을 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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