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가 세종시 '+α' 돼라

머니투데이 김준형 증권부장 2010.07.08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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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형의 돈으로 본 세상]

국회 말고 세종시의 '+α'가 돼야 할 곳은 또 있다.<☞"국회가 세종시 '+α' 돼라"칼럼보기>

공무원들이 세종시에서 근무는 해도 이주는 힘들다고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는 교육일 것이다.



세종시가 행정복합도시에 그치지 않고 교육 중심도시가 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것이다. KAIST가 이미 이전 의사를 밝혔지만, 규모나 영향력 면에서 월등한 국립 서울대가 세종시로 옮겨간다면 행정 중심도시뿐 아니라 교육중심도시로 흡인력을 기대할 수 있다.

공무원 자녀들은 서울대생한테 과외를 받을수 있고, 서울대생들은 서울 부도심 최고의 유흥가가 돼 버린 신림동의 유해환경을 벗어나 공부에 보다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나이 지긋한 교수님들의 자제들 또한 이제는 다 컸을 터이니 이제는 공기 나쁜 서울시를 벗어나 새로운 연구중심 도시에서 일해 보는건 어떤가.



현지 중고등학교도 과거와 달라질 것이다.
선생님들이 좋고 명문대 진학률이 높다면 태백이고 거창이고 가리지 않고 찾아가는게 우리 부모들의 교육 열정이다.

서울에 자꾸 자립형 사립고나 외국어고등학교 만들지 말고 세종시에 허가해주면, 공무원들이 굳이 서울에 자녀를 남겨두고 기러기 생활할 필요가 없다.
사실 교육 잘시키기보다는 우수한 학생들 뽑는게 좋은 학교 좋은 학원 만드는 비결인이다. 머리좋은 중앙 공무원들 자녀들이 입학하는 학교가 뒤쳐질 리가 없다. 명문대 합격생 늘려야 하는 학원들도 좋은 학생들 찾아 내려올 것이다.

서울대의 세종시 이전을 추진할 수 있는 최적격자는 바로 정운찬 총리이다.
'만절(晩節)을 보고 초심(初心)을 안다'고 했다. 진정으로 충청을 생각하고 세종시를 염려했던 그 열정으로 세종시를 제대로 만들어 가는데 진력한다면 '정치인 정운찬'의 가능성은 열려 있다. 전 서울대 총장으로서, 동문으로서, 세종시 논란의 핵심 인사로서 정총리의 말에는 천근 무게가 실릴 것이다.


총리가 되기 직전인 2009년 정총리는 모교인 미국 뉴욕 프린스턴대에서 방문 교수를 했다. 프린스턴은 뉴욕 맨해튼에서 차로 1시간30분, 수도 워싱턴에서는 두시간 반 정도 걸리는 시골이지만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 세계 최고의 대학이다. 서울대가 서울을 떠나면 형편없는 대학이 될 것이라는 우려는 서울대를 모욕하는 것이다.
정총리는 이곳에서 맑은 공기를 마시며, '인생2막'을 준비했을 것이다. 그래서였는지 그곳에서 만났던 정총리는 무척 건강해 보였다.

정총리는 지난해말 국회에서 "서울대의 일부 이전은 바람직하다"고 한 적이 있다. '일부'가 옮겨가는건, 정총리가 세종시 원안을 반대했던 것과 똑같은 이유로 비효율을 낳을 것이다.

6년전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 문제가 극단적인 대립으로 치달았을때 관악캠퍼스 내에 처리장을 세우자고 나섰던 충정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 서울대이다.
관악캠퍼스만 팔아도 몇배 좋은 캠퍼스를 만들수 있는 서울대가 '국고 지원이 없으면 세종시에 제2캠퍼스를 건설하기 힘들다'고 발을 빼는건 국가와 국민의 지원으로 운영되는 국립대로서의 처신이 아니다.

머니투데이가 며칠전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α'에 반대하는 의견이 과반수였다. (인구의 절반이 수도권 주민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기업들에게 '특혜'를 주고 타 지방에 상대적 불이익을 주면서 등을 떼미는 방식으로는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는 힘들다는 뜻으로 읽힌다.

국회와 서울대의 세종시 이전은 형평성 문제를 최소화하면서 세종시를 표류하지 않게 만드는 획기적인 '+α'가 될 수 있다.

대한민국을 이끌어가는 국회의원, 서울대인들부터 발상의 틀을 깨보자. 못할게 뭐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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