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세종시 '+α' 돼라

머니투데이 김준형 증권부장 2010.07.08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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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형의 돈으로 본 세상]

세종시 수정안 논란이 정운찬 총리의 퇴진으로 막을 내리는 모양이다.

그동안 온 나라가 들썩거렸다. 주식시장에서까지 '세종시 수혜주' '소외주'가 번갈아 시소를 탔다. 결국 먼 길을 돌아 원점으로 돌아왔으니, 취임일성으로 세종시를 트레이드마크로 들고 나왔던 정총리로선 사표를 꺼내지 않을 도리가 없게 됐다.

반쪽짜리 행정복합도시 안을 그대로 진행할 수 없다는 정총리의 문제제기를 정치적 계산이었다고 보지 않는다. '수도분할은 수도이전보다 더 나쁘다'는 대통령의 소신은 공감이 가는 이야기이다. 마찬가지로 노무현정부가 추구했던 '균형발전을 통한 경쟁력 강화'의 대의 역시 진정성을 이해해 줘야 할 것이다.



따지고 보면 꼬인건 '경국대전'부터이다. 조선시대 임금이 있던 자리가 자손만대 대한민국의 수도여야 한다는 논리로 헌법재판소가 '대못'을 박아 놓은 터라, 세종시는 출발부터 '반쪽짜리'가 돼 버렸다. '+α'로 무장한 수정안이 등장한 것도 이 때문이다.

어쨌든 '세종시'가 현실이 된 지금은 어떻게 하면 균형발전과 국가경쟁력이라는 두가지 목표에 걸맞는 자생력 있는 도시로 세종시를 만드느냐가 숙제가 됐다.
(☞"서울대가 세종시 '+α' 돼라" 칼럼보기)
'세종시 시대'에 우려되는 행정 비효율성의 상징적인 대목이 국회문제이다.
공무원들이 국회 열리면 서울로 죄다 몰려가는 모습을 상상하면 '세종시 시대'의 행정 비효율성은 우려하지 않을 수가 없다. 지금도 국회 대정부 질의 때면 관련 중앙부처가 텅텅 비기는 마찬가지지만, 세종시-여의도 길에 버리는 시간은 과천-여의도와는 비교가 안될 터이다.



해결책은 있다. 국회가 옮겨가면 될 일이다.
난산 끝에 세종시를 세상에 내보낸 이상, 국회는 세종시가 제대로 크도록 돌봐줄 책임도 있다. 입법부가 행정부와 함께 세종시에 내려가겠다고 선언한다면 대한민국 역사에 길이 남을 '노블리스 오블리주'가 될 것이다.

18대 국회의원 평균연령이 53.47세이니 자녀 중고등학교 교육은 대충 다 끝난 분들이 많을 것이다. 학교 다니는 자녀를 차마 전학시키지 못해 이산가족 노릇해야 할 일도 적다는 이야기이다.
지역 국회의원들은 서울 아파트 전셋값 얻기도 빠듯하다는데 굳이 얼마 안되는 세비로 비싼 땅에서 힘들게 살 것 없이 쾌적한 신도시 생활을 즐기는게 어떨까.
지은지 35년 돼 '재건축'연한에 도달한 의사당 대신 이참에 널찍한 첨단 디지털 의사당 자리 하나 마련한다면 좋은 일일 것이다.

미국의 워싱턴처럼 행정부가 의회가 얼굴을 바짝 맞대고 있으면 지금의 여의도-과천 체제보다 훨씬 '소통'과 행정 효율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워싱턴 같은 곳에서 보듯 의회와 행정부가 함께 모이면 관련 업무가 많은 연구소나 컨설팅 회사, 로펌 같은 서비스 업종들도 자연스레 군락을 이룰 수 있다.
충청 사람들이 당장 실익이 커 보이는 '수정안'보다 정부 부처를 원한 것도 중앙 행정부처가 갖는 상징성과 장기적 집중 효과를 기대해서였을 것이다.


'강물에 빠지면 물이 오염될까봐 국회의원을 맨 먼저 구해야 한다'는 식의 농담이 낯설지 않는게 우리 국회의 현주소이다. 그래서 국회의원들이 내려오는 걸 충청 사람들이 '+α'로 생각할지 '-α'로 생각할지는 판단이 잘 안선다. 하지만 국회가 진정성을 갖고 설득한다면, 충청인들이 받아들일 아량은 있지 않을까 싶다.

청와대도 마찬가지다. 대통령 업무보고를 위해 그 많은 공무원들이 길에다 시간 허비하는 것 보다는 세종시에 제2 집무실을 두고 탄력적으로 집무를 수행하는게 합리적일 것이다.

모르긴 해도, 경국대전에 '의회는 임금과 함께 있어야 한다'라는 조항은 없을 것이고 대통령이 늘 서울 4대문 안에 있어야 한다는 문구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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