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희 장관의 '상한가'…이유는

머니투데이 이승제 기자 2010.07.07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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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탄한 하드웨어+원칙 실용 겸비한 소프트웨어

임태희 장관의 '상한가'…이유는


임태희 고용노동부 장관(사진)의 몸값이 상한가를 기록하고 있다. 청와대와 내각 개편이 예고된 가운데 국무총리, 대통령실장, 통일부장관, 정책실장 등 여러 요직의 후임으로 물망에 올랐다. 정치인 한 명이 이렇듯 한꺼번에 여러 요직에 거론되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심지어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조차 그를 눈여겨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임 장관의 '상한가 비결'에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하다. '이슈 메이커'와는 거리를 뒀던 그가 왜 지금 이 순간 빛을 발하고 있을까. 겉으로 보면 그는 △정책 개발 및 조율 능력 △출신(경기 판교) △나이(54) 등에서 전문성, 지역안배, 세대교체론에 각각 맞아떨어진다.



그러나 지인들은 그의 '소프트웨어'를 들여다보라고 말한다. 임 장관은 "정치는 국민을 편하게 하는 것"이라는 철학을 갖고 있다고 측근은 전했다. 그의 정치행보가 지금까지 '다소 밋밋하게' 보였던 이유다. "부정적인 의미의 대중성, 원칙 없는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과 거리를 두겠다는 것"은 그의 또 다른 원칙이다.

임 장관은 관계와 정계에서 주요 경력을 착실히 밟았다. 옛 재무부 관세국, 재무정책국, 청와대 금융담당행정관 등 재정·세제·금융 분야를 두루 거친 정통 경제관료 출신이다. 정계에 입문한 뒤 17대 국회에서 한나라당 대변인·원내수석부대표·여의도연구소장을 거쳤고 18대 국회에서는 정책위의장을 맡아 'MB 개혁법안' 처리를 이끌었다.



지난 대선에서 대선후보 및 당선인 비서실장에 발탁되며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부각됐다. 지난 2009년 11월에는 특사 자격으로 싱가포르에서 김양건 북한 통일전선부장과 극비리에 만나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통령의 그에 대한 신임이 어느 정도 인지를 보여줬다.

임 장관이 지난해 9월 고용노동부(당시는 노동부) 장관을 맡았을 당시 "잘해야 본전"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노동법 개정 특히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시행 등 현안을 놓고 노조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원칙과 강경' 이미지를 유연하게 발휘하며 순항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타임오프와 관련해서는 노동계를 압박하면서도 경영계를 향해 "타임오프를 빌미로 노조를 압박해선 안 된다"고 경고하는 등 특유의 균형감각을 보여주고 있다.


임 장관은 "큰 욕심이 없어 보인다"는 말과 "깊은 심지를 지닌 채 은인자중할 줄 아는 정치인"이라는 평을 동시에 듣는다. 하지만 다른 사람이 선뜻 나서지 않을 때 고용노동부 장관을 고민 끝에 흔쾌히 받아들이는 결단력도 지녔다. 이에 따라 실용에 대한 존중, 단순하고 소란스럽지 않은 정치, 현장에 대한 강조를 통해 새로운 리더십의 유형을 쌓아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3선 국회의원인 그의 얼굴은 초선 때에 비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듣고 예의를 지키는 '범생 의원'이라는 말도 듣는다. 비전, 실용정신, 겸양지덕 등을 버무려 그만의 '내공'을 빚어냈다. 이처럼 소란스럽지 않고 묵묵히 현장에서 일을 처리하는 스타일이 지금 같은 혼란 정국에서 신선한 '카드'로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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