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9만 가구가 넘는 새 아파트의 입주물량이 쏟아지면서 건설사들에게 비상이 걸렸습니다. 각종 입주지원책을 내놓고 있지만, 입주자들은 살던 집을 팔아도 분양금을 내지 못할 지경이어서 입주대란이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김수홍 기잡니다.
경기도 용인의 아파트 단집니다.
지난달부터 2000여 가구 입주가 시작됐지만 여전히 절반은 미분양 상탭니다.
살던 집이 안 팔리는데다, 팔려도 제 값을 못 받아 분양대금을 내기가 힘들기 때문입니다.
전세를 내놔도 2억 원 남짓한 전세보증금으론, 분양가의 30%에 달하는 잔금을 치르기에 수천만 원이 모자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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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취] 용인 공인중개사
"집이 죽전인데 57평이 11억 갔었어요. 근데 지금 7억에 내놓으면 안 팔려요. 6억 7000에 내놓으면 팔릴까 말까예요. 팔린다고 해도 들어갈 돈이 없는 거예요. 그리고 융자 60% 들어있으면 전세 나가지도 않아요."
건설사들도 입주촉진책을 속속 내놓고 있습니다.
용인의 성복동 한 아파트는 잔금 20%를 1년 뒤에 납부하도록 했고, 중도금 일부분에 대해선 이자도 대신 내주기로 했습니다.
대규모 입주가 예정된 경기도 일산의 이 아파트 단지도 입주민들의 요구에
못이겨 분양가의 60%를 1년 동안 무이자 지원해주기로 했습니다.
입주지연으로 잔금 회수가 늦어지는 게 건설사에겐 미분양 못지않은 골칫거리입니다.
[녹취] 건설사 관계자
"(준공 이후) 잔금이 30~35% 남거든요. 저희 돈은 100% 다 집어넣었고. 입주 때까지 그 몇 개월간 시차가 좀 큰 거죠"
특히 분양을 위해 계약금과 중도금 비중을 낮추고 잔금비중을 30% 이상 최대 80%까지도 늘려놓은 경우가 많아 건설사 현금 유동성에 치명적입니다.
[인터뷰] 김주철 / 닥터아파트 리서치팀장
"보통 잔금비중은 20%로 많은 부분 결정됐는데요. 최근 분양시장이 어렵다보니까 40~50%이상 늘려놓은 경우가 많습니다. 잔금비중이 이렇게 높은데 해소가 안 되다 보니까 건설사들에게 더 큰 어려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워크아웃이 결정된 벽산건설의 경우도 현금유동성 악화의 원인으로 하반기 만 가구 입주물량을 지목한 바 있습니다.
전국적으로 하반기에만 8만8000 가구가 입주예정이어서 건설사들로선 살얼음판을 걷는 상황입니다.
3년전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건설사들이 밀어내기식으로 쏟아낸 분양물량이 미분양이 아니면 미입주의 이중고가 되어 돌아오고 있습니다.
머니투데이방송 김수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