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내정자는 지난달 22일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국민은행 직원이 비정규직 포함 3만 명인데 신한의 2배, 하나의 3배다. 생산성은 최하위다. 부동산 관련 대출 비중이 너무 높다. 건설경기 침체로 떠안아야 할 리스크가 크다." 그룹 경영진을 앞에 두고 한 말입니다.
건강이 나빠지면 흔히 병원을 찾습니다. 의사들은 처방전을 써주며 술, 담배를 끊고, 소식(少食)하고, 운동하라고 주문합니다. 때론 약도 먹어야 하고, 병세가 심상치 않으면 수술실에 들어가야 합니다.
소식도 해야 합니다. 자산 디마케팅(De-Marketing)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국민은행은 기업구조조정 탓에 올해 상당 규모의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합니다. 그만큼 여신관리가 부실했다는 방증입니다. 여신 포트폴리오를 조정해야 합니다. 운동으로 근육도 키우고 폐활량도 늘려야 합니다. 리스크 관리를 강화해야 합니다. 기본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약도 먹어야 합니다. 이른바 '구조조정탕' 입니다. 그런데 쉽지 않아 보입니다. 수천 명을 줄여야 하는데 노조가 "그동안 생산성을 갖출 수 있는 환경을 경영진이 제시하고 직원을 이끌었냐"며 강력히 반발합니다. 일면 일리가 있는 말입니다. 노조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접점을 찾아야 합니다. 인원을 제대로 선별해서 줄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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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경영진들은 이런 문제를 알면서도 애써 숨겨온 듯합니다. 하지만 어 내정자는 직원들에게 지금이 위기상황임을 명확히 인식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애플은 아이폰 하나 만들면 되지만, 금융은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갑자기 떼돈을 버는 산업이 아닙니다. 약은 당연히 입에 쓸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먹지 않을 순 없습니다. 살아남기 위해선 탕을 들이켜야 합니다.
국민은행에 정통한 사람들은 "국민은행의 문제가 뭔지 아느냐"고 묻곤 합니다. 고개를 갸우뚱 거리면 "문제점을 알고 있으면서도 실행을 못하는 게 국민은행의 진짜 문제"라는 답이 돌아옵니다. 어 내정자가 먼 훗날 실행했던 회장으로 기억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