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채권발행 '좁은 문' 조차 닫혔다

더벨 이도현 기자 2010.07.06 08:53
글자크기

연초 고금리로 인기↑ 불구 PF부실로 발행여건 나빠져

더벨|이 기사는 07월02일(15:27)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올해 상반기 건설사의 회사채 발행 여건은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연초만 해도 고금리 메리트가 부각되면서 채권은 불티나게 팔렸다. BBB+ 건설사들이 2000억원 이상의 채권을 소화하는 것도 큰 무리가 없었다. 증권사들은 경쟁적으로 건설사 채권을 인수했다.



그런데 5월 들어서는 건설사의 채권발행 시도 자체가 유동성 위기의 방증으로 간주됐다. 6월에는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 이슈가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그나마 열려있던 좁은 문마저 닫혀버렸다.

2일 프로페셔널 정보서비스 더벨에 따르면 올 상반기 회사채 시장에서 금융감독원 공시 상 건설업으로 분류된 기업들이 조달한 자금은 총 2조48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img1.gifimg1.gif
개별 기업 별로 살펴보면 롯데건설이 3500억원, 한라건설 (2,170원 ▼95 -4.19%)이 3000억원어치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한화건설(2200억원), 현대건설 (32,200원 0.00%)(2000억원), 현대산업 (8,140원 0.00%)개발(2000억원)은 2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조달했다. 포스코건설이 1500억원, 두산건설 (1,240원 0.0%)·동부건설 (4,775원 ▼5 -0.10%)·코오롱건설 (11,730원 ▼1,110 -8.64%)이 각각 1300억원어치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SK건설·대우건설 (3,690원 ▼45 -1.20%)·한신공영 (6,560원 ▼70 -1.06%)·GS건설 (14,900원 ▼70 -0.47%)·계룡건설 (13,420원 ▼50 -0.37%)산업도 1000억원어치의 회사채를 발행했고 고려개발 (11,000원 ▼50 -0.5%)(500억원), 삼환기업 (1,100원 ▼250 -18.5%)(500억원), 삼부토건 (1,523원 ▼20 -1.30%)(500억원), 쌍용건설 (0원 %)(200억원)이 뒤를 이었다.


연초부터 건설사들의 채권발행 분위기는 뜨거웠다. 포문은 한라건설이 열었다. BBB+급 건설사인 한라건설은 1월15일 2000억원어치의 회사채를 충분히 소화시켰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졌기 때문에 7.90% 금리는 투자자들을 끌어 모으는 데 충분했다.

분위기는 롯데건설로 이어져 1월22일에 발행된 99회차 채권(1500억원) 발행에는 10개 증권사가 인수전에 참여했다. 정점에는 현대산업개발이 있었다. 현대산업개발은 지난2월8일 2000억원어치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무려 16개 증권사가 인수사로 선정됐다. DCM(Debt Capital Market)에서 딜을 하고 있는 증권사 중 절반 정도가 참여한 셈이다.

당시 현대산업개발의 딜은 시장에서도 이슈였다. 회사는 발행 조건을 확정하고 투자자 모집을 끝낸 상황이었다. 그런데 새 투자자들이 더 낮은 금리를 제시하자 판을 깨고 다시 입찰을 부쳤다. 그 결과 당초 계획보다 발행규모를 늘리고 금리도 낮출 수 있었다. 하지만 시장의 신뢰를 깼다는 비난을 면하기는 어려웠다.

4월 들어 금리가 저점을 찍자 건설사들의 채권발행은 고점을 찍었다. 월별 발행현황을 살펴보면 4월에 건설사 채권의 평균 가중금리가 5.55%로 가장 낮았고, 이 때 발행규모는 5500억원으로 상반기 중 가장 많았다.

img2.gifimg2.gif
5월 들어 분위기는 급반전됐다. 하반기 기준금리 인상 시그널이 나오면서 회사채 금리는 반등세로 돌아섰다. PF 이슈들이 하나 둘씩 터지기 시작하자 발행물량은 전달에 비해 급감, 2100억원에 그쳤다.

두산건설은 회사채 발행 때문에 주가가 폭락하는 홍역을 치렀다. 지난 5월7일 차환발행 목적으로 1300억원어치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2년물 보다 3년물에 수요가 더 많이 몰렸고, 금리도 5%대로 선전했다. 그런데 주식시장은 이를 유동성 위기 시그널로 받아들였다.

6월 들어서는 발행시장의 문이 굳게 닫혔다. 현대건설 (32,200원 0.00%)이 2000억원어치의 채권을 발행한 것 외에는 일단 발행을 미루고 관망세로 돌아섰다.

1분기 흥행 주인공이었던 현대산업 (8,140원 0.00%)개발도 분위기를 거스를 수 없었다. 7월초 1000억원 이상의 채권발행을 계획했는데 투자자들은 민평 보다 최대 130bp 높은 금리를 제시했다. 회사는 결국 발행을 포기했다. 입찰 때 800억원이 응찰했지만 이마저도 실수요가 아니었다.

게다가 한동안 수면 아래에 있던 PF부실이 부상하면서 건설사들은 자금조달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 6월25일 16개 건설사가 워크아웃 혹은 퇴출대상으로 선정됐고, 부실 PF대출의 캠코 매각을 포함한 저축은행 경영정상화 방안이 제시됐지만 하반기 파이낸싱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신환종 우리투자증권 크레딧애널리스트는 이날 보고서에 △주택경기 침체현상 지속으로 인한 건설사들의 추가 부담 규모 증가△건설사에 대한 금융기관의 익스포져 유지 및 축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부의 산업구조개편 제시 가능성 등을 그 이유로 꼽았다.

신 애널리스트는 "그룹 관련 건설사면 고민없이 투자를 했지만 앞으로는 모회사의 지원가능성에 대한 보다 엄밀한 분석이 필요하다"며 "그룹 관련 건설사들의 자금조달 비용이 높아지고 있고, 금융권에서는 보다 많은 신용보강의 형태로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건설사들의 자금조달 행태를 꼬집는 목소리도 있다. 금융기관과의 관계를 너무 근시안적인 시각에서 접근한다는 것.

증권사 기업금융 관계자는 "제조업체들이 금융기관과의 관계를 장기적으로 관리하는 것과 달리, 건설사들은 그때그때 싼 값에 돈 빌리는 데 혈안이 돼 있다"며 "건설업이라는 업종 자체의 특성은 이해하지만 우량사들마저 협소한 시각으로 상도덕을 깨는 행위를 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