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투자펀드'의 덫에 걸린 동국제약

머니투데이 김명룡 기자 2010.07.05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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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종업체 대비 주가 저평가 지속…"가치펀드 때문에 유통주식 부족" 평가

꾸준히 양호한 실적을 기록해 제약업체 중 대표적인 가치주로 꼽히는 동국제약 (19,130원 ▲1,480 +8.39%)의 주가가 올 들어 1만3000~1만5500원 범위에서 횡보하고 있다.

이는 한국밸류자산운용, 신영투신운용 등 가치투자를 표방하는 펀드들이 이 회사의 주식을 매집해, 실제 유통 가능한 주식 물량이 부족하기 때문으로 평가된다.



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국밸류자산운용은 지난 1일 동국제약 주식 2656주(0.03%)를 장내매수해 보유지분이 11.21%로 증가했다. 밸류자산운용은 올 들어 동국제약의 주식을 총 11차례에 걸쳐 사들였다. 지난해 말 10.77%였던 동국제약의 지분율도 0.44%포인트 증가했다.

밸류자산운용은 올 들어 동국제약의 주가가 1만4000원대 초반으로 들어서면 주식 추가매입에 나섰다.



역시 가치투자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신영투신도 현재 동국제약의 주식 6.41%(57만215주)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 2개 자산운용사의 지분율은 17.65%다.

이 회사의 대주주인 권기범 부회장과 특수관계인의 지분은 49.23%. 여기에 우리사주 그리고 다른 기관투자자들의 보유주식을 제외하면 실제 유통가능한 물량은 10%에 불과하다.

유통가능한 물량이 적기 때문에 이 회사의 주식거래도 미미한 상황이다. 동국제약의 상장주식수는 889만2000주 수준이지만 일일 주식거래량은 평균 1만주 미만이다. 시가총액이 1000억원이 넘지만 지난 2일에는 단 995주가 거래되기도 했다.


동국제약 측도 일부 가치투자 펀드의 집중투자에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유통주식수를 늘려보고 싶지만 뾰족한 방법이 없다. 유통주식을 늘리기 위해 대주주가 주식을 시장에 팔거나 유·무상증자를 하는 방법도 고려해 봤지만 자칫 시장의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우려감에 포기했다.

동국제약 관계자는 "인위적으로 유통주식을 늘릴 계획은 당분간 없다"며 "기관투자자들이 회사의 주식을 내다팔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동국제약은 현재 비슷한 규모의 제약사들에 비해 저평가돼 있는 상황이다. 동국제약의 올해 예상매출 대비 PER(주가수익배율)은 8배 내외다. 국내 중소형제약사의 PER은 10배 정도이며, 대형 제약사는 PER이 12배 정도 된다.

김현욱 흥국증권 애널리스트는 "동국제약은 지난 5년간 평균 18%의 매출 성장률을 달성하고 있다"며 "전문의약품, 일반의약품, 수출 등 3개 사업부문을 균형있게 생산·판매하는 사실상 국내 유일의 중소형사"라고 평가했다.

동국제약은 1분기에 매출 309억원, 영업이익 61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약 20%다. 평균 10%내외 정도하는 제약업계 영업이익률의 2배 수준이다.

김 애널리스트는 "가치투자펀드의 주식을 다른 기관투자자들이 받아내는 시기가 오게 될 것"이라며 "그때가 되면 동국제약의 가치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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