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美 자동차업계 '불만' 고조

머니투데이 김성휘 기자 2010.07.02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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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시장 한국車 관세 철폐되면 美 업계 위축 우려

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비준을 강조하면서 미국 내 자동차업계를 중심으로 한미 FTA 추진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다시 강해지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현행 관세가 사라지면 미국 자동차 업계가 내수시장을 빼앗길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2일 블룸버그통신은 국가 정상들이 만날 때 각국의 절차나 관료제를 뛰어넘는 '통 큰' 결단을 내릴 때가 종종 있다며 최근 한미 정상의 FTA 관련 결정도 이런 경우라고 전했다.

양 정상은 지난 26일(현지시간) 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캐나다 토론토에서 만나 한미 FTA 재조정을 오는 11월 G20 서울 정상회의까지 마무리하기로 했다.



이에 미국 노동계의 반발이 적지 않다. 반대 목소리는 자동차업계, 그 중에서도 포드가 주도하고 있다.

포드를 중심으로 한 자동차노동자연합(UAW)는 현재 수입트럭에 매기는 25% 관세를 유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미 FTA가 체결되면 이 관세가 소멸하고 이에 따라 포드의 'F시리즈'를 비롯한 미국 트럭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된다.

미국 시장에서 승승장구하는 현대차와 기아차가 소형트럭 시장까지 진출한다면 미국 업체들에게 큰 타격이다. UAW의 간부인 바바라 솜슨은 "현대기아차가 트럭을 낸다면 우리 일자리에 엄청난 손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미국에 수입된 한국산 완성차와 차량 부품은 84억달러 어치에 이르렀다. 미 무역위원회는 FTA가 발효되면 이 액수가 연간 17억달러씩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FTA는 미국 자동차업계에 기회도 된다. 미국뿐 아니라 한국도 자동차 수입관세를 없앰으로써 미국 업체들이 한국 시장을 노크할 수 있다.

한국은 FTA를 통해 한국 자동차 시장이 열릴 것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미국 업계는 시큰둥하다. 한국의 세금과 관세, 기술표준 등이 경쟁을 저해한다는 이유다. 한국 자동차업계는 현대차 (286,000원 ▼9,000 -3.05%)가 한 달에 5만대를 판매할 정도로 미국 시장 깊숙이 진출했지만 지난해 한국에 수출된 미국 자동차는 6140대에 불과했다.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을 대변하는 미 자동차정책위원회의 스티브 콜린스 대표는 "한국은 나쁜 정책의 대표 사례"라며 "자신들은 세계 수출 시장에 진출하면서 (한국 시장에) 다른 참가자들은 쫓아내고 있다"고 말했다.

콜린스는 "우리는 FTA에 긍정적이지만 이것(한미 FTA)만큼은 실패다"고 말했다.

미국 카토연구소의 무역정책연구센터 다니엘 아이켄슨 이사는 "한국(시장)에 분명히 문제가 있다"며 "미국 자동차업계는 한국 시장점유율 확대보다 미국 시장 내 경쟁이 더 큰 걱정거리"라고 말했다.

한편 제너럴모터스(GM)는 한국 GM대우 때문에 어정쩡한 입장이라는 것이 현지의 분석이다. 한미 FTA로 GM대우의 해외영업이 호전될 수 있기 때문에 GM이 무조건 이를 반대하기 어렵다.

오바마 대통령이 한미FTA 비준을 추진해도 의회 내 걸림돌이 적지 않다. 대표적인 과제가 하원 세입세출위원장인 샌더 레빈 의원의 반대를 뛰어넘는 일이다. 레빈의 지역구인 미시건주는 미국 자동차의 메카이다. 레빈은 자동차 업계를 충실히 대변하는 인물로 알려졌다.

미국 입장에서 한미FTA는 1994년 북미자유무역협정(나프타) 체결 이후 최대 규모 FTA다. 오바마 정부는 이를 통해 앞으로 5년 내에 미국의 수출을 2배로 늘린다는 복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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