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다시 현대家 품에 안길까?

머니투데이 서명훈 기자, 우경희 기자, 정진우 기자 2010.07.01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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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1순위 거론… 정몽구회장 아직 언질 없어

현대건설 (30,700원 ▼250 -0.81%)이 다시 현대가(家)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4년 만에 재개된 현대건설 매각의 관전 포인트 가운데 하나다.

현대건설은 과거 현대그룹을 일구는데 터전이 된 회사라는 상징성을 갖고 있다. 현정은 회장이 이끄는 지금의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인수에 강한 의지를 표명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반면 자금 여력이나 집안내 역학관계로 볼 때 정몽구 현대차 (247,500원 ▼3,000 -1.20%)그룹 회장이 인수할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현대건설 주주협의회는 지난 29일 운영위원회를 개최, 매각주관사 선정 등 주요 안건을 논의했다. 주주협의회는 7월 중순 이전에 매각주관사 선정을 완료할 계획이다.

◇ 정몽구 회장, 현대건설 인수할까?
자금동원력 면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앞서는게 사실이다.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현대차그룹은 세계 4위 자동차 회사로 발돋움했다. 올 들어서도 내수는 물론 세계 최대시장인 미국과 중국에서 선전하고 있어 현금 동원에 별 어려움이 없다.



하지만 정몽구 회장은 현대건설 인수에 대해 아직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현대차그룹 고위 관계자는 “아직 현대건설 인수전에 참여할지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며 “내부에 풍부한 유보자금이 있기 때문에 자금 동원에는 큰 어려움이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정 회장이 결단만 내리다면 언제든지 현대건설 인수전에 참여할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그룹 내부에서는 정몽구 회장을 조금만 알면 예단하기 힘든 사안이라고 지적한다. 정 회장은 회사 인수를 결정할 때 그 누구보다 냉정하게 판단하는 스타일이라는 얘기다. 또 다른 그룹 관계자는 “만약 현대건설 인수전에 뛰어들게 된다면 장래성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라며 “명분 때문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는 것은 정몽구 회장 방식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세계 1위의 자동차 회사를 만들겠다는 것이 정몽구 회장의 가장 큰 목표”라며 “미국과 일본 자동차 회사들이 전열이 재정비하고 본격적인 반격에 나서고 있는 시점에서 건설회사 인수에 수조원을 투자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바빠진 현대그룹, 현대重·KCC는 불참 선언
매각 절차가 재개되면서 가장 바빠진 곳은 현정은 회장이 이끄는 현대그룹이다. 현대그룹은 정통성을 재확인 받는 차원에서도 현대건설이 절실히 필요하다. 여기에 현대건설이 현대그룹의 주력 회사인 현대상선의 지분(8.3%)까지 보유하고 있어 경영권 방어를 위해서도 인수전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명분과 실리가 모두 있는 셈이다.

하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다. 채권단에서는 현대그룹에 재무약정 체결을 요구하고 있다. 재무약정을 체결하게 되면 현대그룹은 현대건설 인수전 참여가 사실상 불가능해 진다. 현대그룹이 주채권은행 변경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강수를 두고 있는 이유도 이와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또 다른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현대중공업은 현대건설을 인수하지 않겠다는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 복수의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인수 불가 방침은 누차 강조돼 왔던 것"이라며 "향후 인수하지 않는 쪽으로 입장이 더 굳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대주주인 정몽준 전 한나라당 최고위원 역시 인터뷰에서 여러 차례 현대건설 인수에 나서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혀 왔다.

다른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정 전 최고위원은 정치인으로서 건설사 인수라는 족쇄를 차고 싶지 않았을 것"이라며 "형인 MK나 삼촌, 형수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최근 현대오일뱅크 인수를 거의 확정지은 데다 지난해 말 현대상사를 인수하면서 이미 옛 현대가 기업들을 일부 규합한 상황에서 과거 현대그룹의 핵심이던 현대건설 인수는 더욱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KCC 역시 현대건설에 관심이 없다는 입장이다. KCC 관계자는 "KCC는 내부적으로 현대건설 인수에 나설 이유가 없다"며 "계열사로 KCC건설이 있는데다 폴리실리콘 사업, 건축자재 유통사업인 홈씨씨 등 추진 중인 신규 사업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현대건설 인수전에 뛰어들 이유도 실탄도 충분치 않다는 얘기다.

다만 현대중공업과 KCC측의 공식 부인에도 불구하고 증권 시장 등은 인수전 참여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특히 현대중공업의 경우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원전 사업 진출과의 시너지 등이 적지 않다는 점에 시장이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은 당연히 현대가에서 현대건설을 인수할 것처럼 비춰지는 것에 대해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처음부터 인수자가 정해진 것처럼 보일 경우 흥행에 실패할 수도 있기 때문.



채권단 관계자는 "공개입찰 방식으로 모든 절차는 투명하게 진행될 것"이라며 "채권단에서 누구를 점찍어 두거나 이런 것은 절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현대건설 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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