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성 펀드, 벽산·성지건설 투자 실패기

머니투데이 김명룡 기자 2010.07.01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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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참여 실패하고 2008년 하반기에 손절 공통점

최근 기업신용위험평가 위험군으로 분류된 벽산건설 (0원 %) 그리고 법정관리에 들어간 성지건설 (671원 ▲116 +20.9%)는 일명 장하성펀드(한국기업지배구조펀드)의 대표적인 투자실패 사례로 기록될 듯 하다.

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장하성펀드는 지난 2007년 2월 벽산건설의 지분 5.4%를 취득하고 경영참여를 추진해 경영진과 갈등을 빚었다. 장하성펀드는 2007~2008년 두해 동안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했고 이사, 감사 선임에서 별도의 입장을 내놓으며 매해 표대결을 치렀다. 장하성펀드는 경영참여에 실패했고 2008년 10월 보유주식 매각에 나선다.



금감원에 따르면 장하성펀드는 2005년8월부터 벽산건설 지분을 매입하기 시작했다. 평균매입가는 7400원대다. 장하성펀드는 2008년3월부터 벽산건설 지분을 내다팔기 시작했다. 5000원대에서도 매각이 이뤄졌지만 대부분은 2000원대에 주식을 내다판 것으로 보인다. 장하성펀드가 잔여지분(4.08%)을 내다판 것으로 추정되는 2008년 11월에는 벽산건설의 주가가 1000원대로 내려앉았다. 111억원 넘는 돈을 투자했지만 적잖은 손실을 기록했을 것으로 평가된다.

2008년 1월 장하성펀드는 성지건설 지분 5.11%를 보유 중이라고 공시하고 경영참여를 선언했다. 장하성펀드는 그해 10월 손실을 감소하고 성지건설 지분을 내다판다. 한때 성지건설 지분을 6.13%(36만7660주)까지 늘렸던 장하성펀드는 2008년 10월부터 성지건설 지분 축소에 들어간다. 장하성펀드는 총 77억원 정도를 들여 주당 1만8000원대에 성지건설 지분을 사들였다. 장하성펀드는 2008년 10월에 성지건설 주식 15만여주를 평균 5400원대에 매도했다. 이후 보유지분이 5%이하로 내려가 거래내역을 볼 수 없지만 5000~6000원에 거의 처분했을 것으로 보인다.



장하성펀드는 가치투자를 표방하고 있다. 가치투자란 본질가치에 비해 가격이 싼 주식을 사서 목표 수준이 될 때까지 기다리는 투자전략을 말한다. 때문에 투자기간이 길고, 시장을 따라가며 기계적으로 손절매를 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벽산건설과 성지건설에 대한 장하성펀드의 대응에 대해 증권업계에서는 몇 가지 해석을 내놓고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갑자기 불어 닥친 건설업계의 불황을 장하성펀드가 예측하지 못했던 것"이라며 "주가하락 폭이 이미 감내하기 수준 넘어서면서 장기보유를 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장하성펀드가 기업의 가치에만 매달려 건설업 불황이라는 큰 흐름은 읽지 못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하튼 장하성펀드가 2008년에 이들 종목에 대해 손절매에 나선 것은 결과론적으로 잘한 선택이었다. 현재 벽산건설과 성지건설의 주가는 1000원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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