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대만 ECFA, 韓 경제 어떤 영향?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2010.06.29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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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대만과 대중 교역 특성 유사, 타격 불가피…韓·中 FTA 진전 필요

중국 시장에서 한국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대만이 29일 중국과 양안간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을 정식 체결할 예정이어서 한국의 대중 수출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에 따라 한국과 중국간 자유무역협정(FTA) 논의를 더욱 가속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중국과 대만은 이날 충칭에서 제5차 양안회담을 열어 ECFA에 서명한다. ECFA는 무역관세 철폐, 서비스무역, 투자보장, 지적재산권 보호조치, 경제협력, 분쟁해결 등을 포함한 광범위한 무역협정으로 자유무역협정(FTA)과 유사한 성격을 지닌다.



특히 중국과 대만이 체결한 ECFA에는 기계, 석유화학, 방직, 전자, 자동차 등 한국이 주력으로 삼고 있는 5대 산업 품목이 조기 자유화 대상으로 포함돼 있어 한국 경제에 피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대중 수출과 투자 형태가 대만과 매우 유사하기 때문이다.

한국과 대만의 중국 수입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기준으로 각각 10.2%와 8.6%에 달해 한국이 근소한 차이로 앞서고 있다. 그러나 5~15%에 달하는 중국 관세가 대만 제품에 대해 영세율로 적용될 경우 한국과 경합중인 대만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우위를 점할 수밖에 없다.



특히 한국의 대중 수출 상위 10개 제품 중 7개가 대만의 대중 수출 상위 10개 제품과 겹치며, 이를 20대 제품으로 확대할 경우 중복되는 품목은 14개에 달한다.

한국과 대만은 중국 시장에서 유기화합물, 플라스틱류 제품 등 석유화학과 전자집적회로, 액정표시장치(LCD) 등 전기전자 및 기계 산업 분야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양국의 ECFA 발효로 관련 분야의 피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또 대만과 중국 기업의 합작 확대도 한국 기업에게 위협으로 작용할 수 있다. 대만은 ECFA 발효를 계기로 그동안 제한적으로 허용했던 금융, 첨단 IT 산업의 중국 진출을 전면적으로 허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만의 기술, 자본과 중국의 인력 결합은 한국 기업에게 큰 위협요인이 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중국 시장에 대한 수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한·중 FTA 논의의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배승빈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연구원은 "중국과 대만이 조기 자유화 대상 품목으로 정한 것이 기계, 석유화학, 방직, 전자, 자동차 등 5대 산업 품목 인 만큼 중국 시장에서 대만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한국 기업의 가격 경쟁력이 훼손될 것"이라며 "한중간 교역 및 투자관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배 연구원은 "한중 FTA 논의를 가속화하고 양안간 ECFA이 발효될 경우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엄밀히 분석해 이를 한·중 FTA 추진전략에 적극 반영하는 등 종합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은택 동부증권 애널리스트도 "대만과 중국의 ECFA 타결로 첨단 기계, 화학 산업에 대한 피해가 가시화될 것"이라며 "한국 제품의 중국 시장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중국과의 FTA 협상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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