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25시]'불법자금 9억' 실체 밝혀질까

머니투데이 김성현 기자 2010.06.28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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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前총리 소환불응 농성중
- 檢 "증거 확보" 입증 자신감
- 금명간 사건처리 방향 결정


한명숙 전 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 수사가 마무리 국면에 접어듦에 따라 검찰과 한 전 총리의 대립이 날로 격화되고 있다. 특히 검찰은 한 전 총리에 대한 직접 조사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2차례 소환을 통보했지만 한 전 총리가 거부의사를 밝히면서 무기한 농성에 돌입함에 따라 검찰 수사는 이번 주가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9억원 수수 의혹 실체는?
현재 검찰은 한 전 총리가 2007년 6~10월 민주당 지구당을 운영하면서 건설업체 H사 대표 한모(49·구속 수감)씨로부터 현금과 달러 등 9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또 한 전 총리가 이 돈을 총리직에서 퇴임한 뒤 같은 해 3월 이후 민주당 고양 일산갑 사무실 운영경비와 대선후보 경선자금 등으로 쓴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그동안 확보한 관련 증거와 참고인 진숭을 바탕으로 혐의 입증에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한씨로부터 "2007년 한 전 총리가 살고 있는 아파트 공원 앞에서 현금 3억원을 두 차례에 나눠서 건넸고 현금과 수표가 포함된 나머지 3억원은 한 전 총리 집을 직접 찾아가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검찰은 한 전 총리의 동생이 한씨로부터 1억원을 전달받은 정황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팀이 한씨의 계좌를 추적해 1억원이 수표로 인출돼 한 전 총리 여동생의 전세 자금으로 쓰인 단서를 발견했다는 것이다. 또 문제의 수표를 건네받은 부동산업자의 관련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 25일 한 전 총리의 측근 김모씨를 소환조사했다. 김씨는 조사 과정 내내 묵비권을 행사했지만 검찰은 김씨가 금품 전달 과정과 관리에 깊이 관여했다고 보고 있다. 김씨는 이날 참고인이 아닌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았다. 검찰은 김씨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김씨는 최근 변호인단에 자신이 한 전 대표로부터 3억원을 직접 받아 2억원은 돌려주고 1억원은 보관하고 있으나 한 전 총리는 이 사실을 알지 못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전 총리, 무기한 농성 돌입
검찰은 정치적으로 민간함 사안인 만큼 한 전 총리로부터 직접 해명을 듣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검찰은 지난 25일과 28일 두 차례에 걸쳐 한 전 총리에게 소환을 통보했지만 한 전 총리는 이를 거부했다.



한 전 총리는 이번 사건 수사를 '표적 수사', '별건 수사'로 규정하고 조사를 전면 거부한 채 일부 당직자들과 함께 무기한 철야 농성에 들어갔다.

한 전 총리는 27일 서울 영등포 민주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 검찰이 지난 4월9일 무죄 판결에 앙심을 품고 지방선거 전후로 별건 수사를 진행해 왔다"며 "정상적이 아닌, 부당한 수사이기 때문에 수사 자체를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검찰의 출석 요구에 대해 한 전 총리는 "검찰의 부당한 수사에 결코 응하지 않겠다"며 소환 거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이를 두고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정치 탄압에 대한 정당한 저항'이라는 시각과 '정치인 특유의 특권의식의 발로'가 아니냐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한 전 총리는 올해 초 불거진 '5만 달러 수수 의혹' 사건과 마찬가지로 이번 사건 수사에도 불순한 정치적 의도가 담겨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시장 선거를 앞둔 시점에 검찰이 수사에 나섰던 점, 명확한 증거없이 검찰이 기소한 것으로 보고 법원이 결국 무죄를 선고한 점 등에 비춰볼 때 검찰이 지난번 수사와 같은 맥락에서 '정치 수사'를 벌이고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 수사는 진술만 있고 물증은 없던 지난번 수사와 다르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최측근이 금품 수수 사실을 시인했고 한 전 총리가 금품 중 일부를 친동생의 전세금으로 사용했다는 계좌추적 결과가 나온 만큼 한 전 총리의 명확한 해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검찰, 신병처리 여부 '고심'
검찰은 한 전 총리가 끝내 소환에 불응함에 따라 신병처리 방안을 놓고 고심을 거듭 중이다. 문제는 구속영장 청구 여부인데, 현재로서는 직접조사 없이 불구속 기소하는 방안이 유력해 보인다.



한 전 총리에게 영장을 청구할 경우 그 자체가 정치적으로 큰 부담인데다, 구속영장이 기각될 경우 애초에 무리한 수사를 한 게 아니냐는 비난 여론이 일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검찰 일각에서는 자금이 규모가 거액인 만큼 원칙대로 영장을 청구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한 전 총리가 출석 요구에 불응하면서 수사에 무조건 반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만큼 법 질서 확립의 차원에서라도 청구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검찰은 한 전 총리의 출석 여부를 지켜본 뒤 29일 노환균 서울중앙지검장이 김준규 검찰총장에게 주례보고를 하는 과정에서 사건처리 방안을 최종 결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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