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구두쇠' 이충희 듀오 대표 성공비결은 나눔

머니투데이 정영화 기자 2010.06.29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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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당당한 부자; 소셜홀릭]<1-상>이충희 듀오 대표, "나눔으로 성공의 결실 나눈다"

편집자주 사람들은 자신과 자녀에게는 아낌없이 투자하면서도 정작 남을 도와야 할 때엔 '돈이 없어서'라는 핑계를 대는 경우가 많다. 나와 내 가족에게 쓸 돈도 모자라는데 남에게 어떻게 베푸냐는 것이다. 나눔은 내가 충분히 쓰고도 남을 때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반대로. 본인은 '자린고비' 소리를 들을 정도 절약하면서도 남에겐 아낌없이 나눠주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은 자신이 꼭 풍족하고 여유로운 생활을 해서가 아니라, 내가 쓸 것을 아끼면 남을 충분히 도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사람 중 한 명이 바로 이충희 듀오 대표(56)다.

"축하 화환은 거절합니다. 대신 그 화환 값으로 기부해주십시오."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인 에트로(ETRO) 런칭 15주년 축하 패션쇼가 열리던 지난 2007년 9월. 에트로 수입 유통회사인 듀오의 이충희 대표는 패션쇼를 열기 전, 이런 이색적인 제안을 했다.

패션쇼 관계자들은 처음엔 다소 어리둥절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평소 이 대표를 아는 사람들은 그 깊은 속내를 이해하고 실제로 화환 대신 기부금으로 대신했다.



'감사와 나눔'이란 타이틀을 달고 진행했던 이날 패션쇼장 앞에 '화환'은 단 하나도 없었다. 세계 명품 브랜드 패션쇼에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대신 2억원의 두둑한 기부금은 한국수양부모협회와 한국YWCA, 국제 어린이 양육기구인 '컴패션'과 난치병 아동지원재단 등에 보내졌다.

ⓒ이충희 듀오 대표, (사진=이명근 기자)ⓒ이충희 듀오 대표, (사진=이명근 기자)


이날 패션쇼를 방문했던 주한이탈리아 대사는 독특한 이 행사에 상당한 감흥을 받았다. 그는 이탈리아로 돌아가 이 같은 사실을 알렸다. 이충희 대표는 이듬해 이탈리아 대통령이 수여하는 코멘다토레 문화훈장을 받았다. 이탈리아 대통령 훈장 3등급 중 2급에 해당하는 영예다.



◆명품업체 사장이 출장 가서 모텔에서 잠자는 사연

명품 브랜드 수입유통업체라고 하면 왠지 사치스러울 것이란 편견을 떠올릴 수 있다. 하지만 그는 정반대다. 자수성가형 부자에 속하는 전형인 그는 '자린고비'에 가깝다.

출장이든 여행이든 '호사한' 하룻밤은 그에겐 언감생심이다. 회사 초기 설립시절엔 해외 출장에 가서도 역전 모텔에 자리를 잡아 코펠에 라면을 끓여먹고 식사를 해결할 정도였다.


일 년에 한차례 아내와 함께 가는 국내 여행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그는 여행을 떠나기 전 미리 며칠 동안 먹을 꺼리를 준비해 아이스박스에 넣고 자가용으로 직접 운전해 이곳저곳을 돌아다닌다.

끼니는 집에서 마련해온 먹을 꺼리로 해결한다. 자유롭게 여행하면서 마음 닿는데 묵기 위해서 따로 숙소를 마련하지 않는 탓에 여행을 가면 하룻밤에 2~3만원하는 일반 모텔에서 묵는다. 호텔이나 고급 펜션에서 하룻밤을 묵은 경우는 거의 없다.

공식적인 행사가 아니면 절대 값비싼 술집도 가지 않는다. "비싼 곳에서 술 마시는 돈으로 차라리 어려운 이웃에 기부하는 게 마음 편하다"는 것이다.

"나를 위해 돈을 쓰는 게 맘이 편치 않아요. 그 돈으로 심장병 수술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치료비를 주는 것이 훨씬 가치 있게 생각되고 마음도 편해요."

절약에 있어서는 '구두쇠' 뺨치지만, 그는 대단한 부자가 되고 싶은 마음은 그다지 없다. "99칸 부자가 한 칸을 더 채우려 해서는 안 된다"가 그의 평소 지론이다.

무리하게 돈을 벌거나 기업을 확장시키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1년에 5~10%씩 꾸준히 매출을 신장시킬 수 있다면 제대로 된 회사라는 경영철학을 갖고 있을 만큼 그는 무리한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듀오는 현재 연간 매출규모가 900억원 가량 된다.

◆"유산 상속은 10%만..나머지는 사회에 환원할 터"

슬하에 1남1녀를 두고 있는 그는 두 명의 자녀에게 10%씩만 유산 상속을 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나머지 재산은 모두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약속이다. 부(富)를 자녀에게 물려주는 대신 많은 사람들에게 나누는 쪽을 택했다.

'유산' 운운하지만 실상 본인은 재산이 어느 정도인지 잘 모른다고 털어놨다. 그만큼 재산을 쌓는데 큰 욕심을 부리지 않은 탓이다. 먹고 쓰고 남을 도울 수 있는 정도의 형편이라는 것 외엔 크게 이윤을 따져본 적이 없다. 손해를 보는 경우가 있으면 '액땜'했다고 치부하고 넘어갈 정도로 낙천적이고 욕심 없는 성품을 지녔다.

이처럼 욕심을 줄이고 남을 돕는 행위를 하는 것이 사업이 잘 되는 비결 같다고 겸손하게 털어놓는다.

지금은 '에트로'라는 유명 명품브랜드 한국 수입권을 따낸 직원 150명을 둔 어엿한 중견기업 사장이 됐지만, 1993년에 사업을 최초로 시작했을 당시엔 갖고 있는 자본금이라곤 겨우 800만원이 전부였을 정도로 가진 게 별로 없는 사람이었다.

고등학교 윤리교사인 아버지 밑에서 8남매 가운데 여섯째로 태어났으니 집안 형편이 넉넉할 리 없었다. 더군다나 경기대 관광경영학과를 졸업한 그는 남들이 소위 말하는 명문대 출신도 아니었다.

그런 그가 졸업 후 호텔신라에 입사해 면세점장 자리까리 오르고, 이후에 사업가로서 성공할 수 있는 비결이라면 '성실성'이 전부였다. 자신을 둘러싼 주변 환경을 탓하지 않고 우직하게 성실하게 일한 것이 그에게 '성공'의 결실을 안겨준 셈이다.

성공의 비결로 꼽은 것 중 하나가 '네트워크'다. 그는 한 번 맺은 인연은 끝까지 가져간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함께 ROTC 군대 생활을 했던 사람들과 3개월마다 만날 정도로 그는 한 번 맺은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무일푼으로 사업을 시작해 이만큼 회사를 일군 것만으로도 그는 이미 충분히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또한 남들은 은퇴할 나이에 아직까지 직업을 갖고 일할 수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감사히 여긴다. 봉사와 나눔을 실천하고 싶어도 사정이 여의치 못해 할 수 없는 사람들에 비하면 자신은 나눌 수 있는 위치에 있는 것만으로 행복하다고 고백한다.

이 대표는 개인적으로 불우한 이웃을 돕거나 자선단체에 기부하는 행위 외에도 백운장학재단과 백운갤러리를 만들어서 제도적으로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또한 직원들에게도 소액이라도 봉사나 기부를 할 것을 장려하고 있다.

"나눔은 '시작'이 중요합니다. 금액의 많고 적음이 문제가 아니죠. 일단 단돈 5000원이라도 한다는 마음을 먹게 되면 그것이 밀알이 되어 더 크게 나눌 수 있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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