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월드컵의 정치적 효과는

머니투데이 정희경 통합뉴스룸부장(부국장대우) 2010.06.24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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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클린턴과 니콜라 사르코지, 세바스티안 피녜라'의 공통점은?. 전·현직 대통령을 떠올렸다면 조금 부족한 답이다. 이들은 최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리는 2010 월드컵과 관련해 메시지를 던지면서 주목받아 이 문제의 정답은 '대통령과 월드컵'이다.

국가 지도자가 월드컵 무대에 등장하는 것은 이 대회가 단순한 축구행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월드컵을 만든 국제축구연맹(FIFA)의 가맹국 숫자(208개)가 유엔(192개)이나 국제올림픽위원회(IOC·205개)보다 많은 것에서 보듯 월드컵의 정치·경제적 효과는 상당하고, 대회 때마다 커지는 추세다.



단적으로 이번 남아공월드컵을 통해 FIFA가 챙길 수익은 TV 중계권료와 공식 스폰서료, 입장권 수입 등 무려 36억달러(4조2800억원 상당)를 웃돌 것으로 추정되며, 이는 직전 2006 독일대회에 비해 50% 불어난 규모다.

뿐만 아니라 본선 진출국들은 자국 대표팀 응원 등에서 이뤄지는 소비증가와 이에 따른 생산유발, 국가브랜드 홍보, 기업이미지 제고 등 직·간접 효과를 누린다.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이 원정 첫 16강 진출에 성공한 것으로 얻은 경제효과만 4조3000억원에 달한다는 분석(현대경제연구원)도 있다.



최고의 국가대항전으로 꼽히는 월드컵은 여론의 흐름을 뒤바꾸며 대통령까지 '나서게' 하는 정치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는데 그 효과는 단순 계산이 어렵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미국팀이 극적으로 16강에 진출한 직후 라커룸을 찾아 45분이나 머물며 "미국인의 정신력을 잘 보여줬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결승골을 터뜨린 랜던 도너번은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문은) 감동적이고 멋진 시간이었다"고 화답했다. 이 장면은 미국 국가는 물론 클린턴 개인의 이미지를 끌어올릴 수 있다. 한국이 2002년 4강에 오르면서 거스 히딩크 당시 감독이나 정몽준 FIFA 부회장도 폭발적 인기를 누린 바 있다.

올 2월말 발생한 대지진으로 어려움을 겪는 칠레는 월드컵에서 값으로 따지기 어려운 위안을 얻고 있다고 한다. 칠레 대표팀이 온두라스에 이어 스위스까지 꺾으며 조별리그에서 2연승한 덕분이다. 피녜라 칠레 대통령은 피해규모가 컸던 콘셉시온 지역에서 주민들과 함께 자국 팀을 응원하며 월드컵 효과를 극대화했다.


이와 반대로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마이너스 효과를 본 케이스다. 프랑스 대표팀은 선수간 불화, 감독과 마찰 등 내분을 겪으며 A조 꼴찌로 16강 진출이 좌절됐다. 야당 측에선 사르코지 정부가 들어서면서 확산된 개인주의·이기주의·배금주의 문화가 축구팀을 지배하고 있다면서 졸전의 책임을 대통령에게 돌렸다.

'아트사커'의 대명사, 프랑스 대표팀이 직전 대회 준우승팀에 걸맞은 성적을 올렸다면 이런 비난은 고개를 들지 못했을 것이다. 이를 의식한 듯 사르코지 대통령은 앞서 조별리그 도중 체육 장관에게 사태수습을 급히 지시했는데 월드컵의 정치적 파장을 방증하는 사례다.

그래도 축구가 정치의 '판' 자체를 바꾸지는 못해 월드컵의 정치적 효과도 한계가 있다. 국가대표팀의 성적을 정치공방에는 활용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 국내에선 '허정무호'의 성과를 놓고 여야 정치인들이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하기도 하지만 그리 호들갑스럽지는 않다.

국민 역시 정치적 득실을 따지기보다 해외파 박지성 주장의 소통 리더십이나 주눅들지 않고 자신감 넘치게 플레이하는 젊은 선수들의 당찬 도전에 주목하는 것같다. 이는 축구만큼이나 한국이 발전한 덕분일 테고, 이번 16강 진출은 그래서 더욱 값지다. 우루과이를 뛰어넘어 2002년 4강 신화를 재연해주길 응원해본다. 대~한민국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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