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내수 1위 눈앞인데 '20년연속 파업'에 제동

머니투데이 김보형 기자 2010.06.25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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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 2인자였던 기아자동차에 하늘이 내린 기회가 왔는데 다른 문제도 아닌 내부 문제로 물거품이 될 생각을 하니 허탈하네요." (기아차 화성공장 직원)

↑↑ 파업에 반대하는 한 기아차 노조 조합원이 올린 홍보물.↑↑ 파업에 반대하는 한 기아차 노조 조합원이 올린 홍보물.


2인자 꼬리표를 떼고 내수시장 1위 등극을 눈앞에 둔 기아차 (124,200원 ▼2,100 -1.66%)가 노조의 타임오프제 관련 파업이란 복병을 만나 뒷걸음질 치고 있다.



기아차는 6월 들어 지난 20일까지 내수 시장에서 2만7966대를 판매해 2만5495대를 판매한 현대차를 제치고 내수 1위로 뛰어올랐다. 남은 10일 동안 2471대 차이를 지킨다면 내수선도 업체 등극도 가능한 상황이다.

수출도 상승세다. 기아차는 올 들어 지난 5월까지 총 34만87대를 수출해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33.8% 증가했다. 현대차(33.1%)보다 상승폭도 더 높다. 이날 기아차 주식의 종가는 3만1950원으로 지난해 7월 1일 1만2250원과 비교해 62%나 상승했다.



하지만 노조가 전임자 급여지급을 제한한 새 노동법에 반발해 지난 5일부터 주말 특근을 거부하면서 생산이 지연되고 있다. 화성3공장에서 생산하는 K5의 경우 이달에만 최대 6000여대에 가까운 생산 손실이 예상된다. K5는 출고 대기 기간이 두 달 이상일 정도로 인기 있는 차다.

특히 노조가 파업 수순을 밟고 있어 상황은 더 악화되고 있다. 노조는 24~25일에 걸쳐 쟁의행위찬반투표에 들어갔다. 찬반투표에서 쟁의행위가 가결되고 노조가 파업에 들어가면 기아차는 1991년 이후 20년 연속 파업이라는 진기록을 이어가게 된다. 이 기간 동안 기아차는 노조의 파업으로 54만7253대의 생산손실이 발생했다. 금액으로도 6조4407억원에 이른다.

파업의 쟁점은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문제다. 노조는 내달 1일부터 근로시간 면제제도가 도입될 경우 현재 181명인 기아차 전임자 수가 18명으로 줄여야하지만 개정 노동법을 무시하고 전임자 임금 지급을 사측에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원칙적으로 전임자 임금지급 문제는 근로자들의 근로조건 개선사항이 아닌 만큼 노사간 의무 교섭사항이 아니다. 또 노조에 편법으로 인건비나 운영비를 지급하는 기업에 대해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한 상황에서 사측이 법을 어기고 전임자 임금을 지급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외에도 기아차 노조는 해외공장간 교차생산 비율제를 도입해 해외생산량을 늘리지 못하도록 하고 징계위원회를 노사동수로 구성할 것을 주장하는 등 기업 경영권과 인사권을 침해하는 내용의 요구안을 임단협안에 대거 포함시켰다.

이에 따라 일반 조합원들 사이에서 노조의 특근 거부와 파업 지침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기아차 생산직 반장 모임인 생산자관리협의회는 23일 성명을 내고 "기아차 임단협이 전임자 임금지급을 둘러싼 정부와 노동계 간 대리전의 장이 되고 있다"며 집행부가 주도하는 파업에 반대했다.

기노련과 일노회 등 기아차 현장조직들도 "조합원을 볼모로 자기 월급을 지키려 한다"며 상급단체인 금속노조 탈퇴를 주장하는 등 노노갈등 양상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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