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 문화의 新 황태자,고급 양·대창구이 베일을 벗기다

머니투데이 황보경 월간 외식경영 2010.06.24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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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포화된 고기음식점 시장의 새로운 대안으로 양·대창구이가 주목받고 있다. 몇 매장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직영매장 위주로 전개되고 있는 대형 양·대창구이 브랜드들은 일부 마니아층에서 즐겨먹던 양·대창구이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고급화에 성공, 새로운 양·대창구이 문화를 창출해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높은 가격대, 연기·냄새 등의 배기 문제, 밀착형 서비스, 노동집약적인 메뉴 특성상 대중화 하는데 있어 한계성을 띄고 있는 것 또한 사실. 이번호에서는 이러한 문제점을 뛰어 넘고 성공신화를 이루어 낸 우리나라 양·대창 대표브랜드에 대한 성공노하우와 양·대창구이 메뉴가 지닌 경쟁력, 앞으로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 양념 양·대창이구이가 대세

고기 문화의 新 황태자,고급 양·대창구이 베일을 벗기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양·대창구이는 백양 혹은 돌판에 구워먹던 양·곱창과는 전혀 다른 스타일의 구이메뉴다. ‘호르몬야키(ホルモン?き)’라고 불리는 일본식 내장구이 스타일에서 전해진 양·대창구이는 양념에 재워 구워먹는 음식으로 물론 매장 전개 방식에서는 차이가 있으나 조리방법이나 먹는 방식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



보통 일본에서는 야키니쿠 전문점에서 양념 양이나 대창, 그 밖에 내장부위는 쇠고기 메뉴와 함께 판매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조금씩 전문점 형태로 생겨나고 있는 추세로 대형 매장 위주로 전개되고 있는 우리나라와 달리 복고풍 스타일의 매장 분위기에서 곤로(시치린)에 구워먹는 소규모 호르몬야키 전문점 혹은 서서 내장부위를 꼬지에 껴서 구워먹는 ‘타치구이야키’ 스타일의 매장들이 젊은 고객층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 13세기부터 내장구이 문화가 시작


직화구이, 내장구이의 시작은 원래 일본이 아닌 우리나라에서 먹기 시작한 조리방식이다. 일본 아사히야 출판에서 2003년 출간한 ‘야키니쿠·한국요리의 역사’란 책을 살펴보면 내장구이를 포함한 우리나라 구이 문화의 시작에 대한 전체적인 이야기들이 서술되어 있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우리나라에서는 과거 불교의 영향으로 육식금지가 금지되었었다. 이러한 금지가 없어진 것은 정식적으로는 유교국가의 성립에 의한 15세기 정도로 알려져 있으나 실제로는 그 이전인 13세기부터 이미 북방의 육식을 즐기는 민족의 영향으로 우리나라에서 처음 육식을 즐기기 시작한 것은 이즈음부터로 추정된다. 고기구이에 대한 루트는 멀리 중앙아시아의 유목민족에서 찾을 수 있는데 그들은 동물의 고기를 직화로 구워 먹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요리를 ‘적(炙)’이라고 불렀으며 이 책에서는 이것을 한국의 고기구이가 시작된 원점으로 보고 있다. 13세기부터 북방민족의 침입을 받아 그 지배하에 있던 고려 개성에는 ‘(설야적)雪夜炙’이라는 요리가 있었던 것으로 후세에 의한 기록이 남아 있으며 이 당시 사람들은 직화구이 고기는 물론이고 심장과 같은 내장을 즐겨먹었기도 했는데 이는 아마도 고기에 비해 부드러웠기 때문이 아닐까 예상할 수 있다.]

◇ 일본 호르몬야키 스타일이 한국에서 역(逆)으로 유행

우리나라의 직화구이가 일본에 들어온 것은 일본 패전 직후인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서 추정이라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말하는 정황상 이러한 설이 유력시 되고 있기 때문이다.
고기 문화의 新 황태자,고급 양·대창구이 베일을 벗기다
호르몬야키는 어떤 이들은 버리는 물건이라는 뜻의 ‘호루모노(ほる物)’에서 발전했다고 하는 이들도 있고 또 다르게는 남성의 정력을 좋아지게 한다는 뜻에서 '호르몬(hormon)‘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하는데 거의 전자에 무게를 실어 이야기 하는 경우가 많다. 일본인들이 내장구이를 먹기 시작한 것은 불과 몇 십년 전부터로 폐전 직후 먹을거리가 없던 재일한국인들이 일본인이 버린 돼지곱창 등을 주워다가 숯불에 구워먹던 것이 호르몬야키의 시작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인들이 못 먹는 부위라고 생각하여 내다 버린 양이나 곱창 같은 내장 부위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오랜 옛날부터 비싸고 맛있는 음식으로 여겨지고 있었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우리나라는 이미 북방유목민족인 몽고의 지배를 거치면서 다양한 육류의 조리법을 알게 되었고 더욱이 조선시대에는 불교 억제 정책으로 인해 육식에 대한 거부감은 거의 없었다.

그래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소든 돼지든 한 마리만 잡으면 혀에서 꼬리 할 것 없이 버리는 부분 없이 모두 먹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이에 반해 고기를 먹기 시작한지 100년이 채 안 되는 일본인들이 그 맛이나 조리법을 몰라 버리는 부분이 많은 것은 당연한 일.

처음에는 버린 부위를 먹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재일한국인들을 무시하고 경멸했으나 이것이 결국 일본인에게도 전해져 지금에 이르게 된 것이다.

역사적인 정황에서 따져보면 버려진 일부의 내장을 주워다 먹었기 때문에 버린다는 의미의 호르몬야키가 된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 일본 내에서 이 내장요리가 퍼져나갈 때는 버리는 물건이라는 뜻이 아닌 정력이 좋아진다는 의미에서 남성 정력을 상징하는 '홀몬'의 뉘앙스로 확산되었다는 것이 보다 정확한 의견이라 할 수 있겠다.

이렇게 시작된 일본 호르몬야키가 요즘 우리나라에서 양대창구이 전문점 형태로 역(逆)으로 유행하는 아이러니한 현상이 일고 있다. 그러나 시작은 일본 호르몬야키 형태를 본받아 흘러왔지만 현재 전개되는 매장 스타일과 양상으로 봤을 때 일본 호르몬야키 메뉴와는 다른 양상으로 발전해가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듯하다.

◇ 엣지 있는 고급 메뉴로의 재탄생

우리나라 원조 양념 양·대창구이로 꼽는 집이 부산의 <오막집>이다. 이와 더불어 서울에서는 백양으로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곰바위>, 양념 양·대창구이의 <양미옥>, 삼각지의 양·곱창 명물집인 <평양집> 등이 오랜 세월 변하지 않는 맛으로 마니아층에게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다.

예전만 해도 양·곱창이 메인으로 대창구이는 기름이 많아 취급하는 곳이 많지 않았다. 한우곱창의 수급이 어려워져 좋은 품질의 곱창을 구하기 어려워진 것과 비슷한 시점에 한집 두 집 대창을 뒤집어 기름을 적게 하여 판매하는 곳들이 늘기 시작하더니 어느 시점에서부터인가 자연스레 대창구이의 비중이 높아져 지금에 이르게 된 것.

2000년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오발탄>의 영향으로 양·대창구이는 과거와 다른, 고급스럽고 현대적인 음식으로 재탄생되었으며 이곳의 성공을 계기로 이후 많은 양·대창구이 전문점들이 오픈하며 대중성을 인정받는 메뉴로 발돋움하였다.

◇ 잘 된다고 따라하면 망하기 십상

최근 선전하고 있는 곳들을 보면 전문점의 대부분 성격을 띠고 있다. 유명 고깃집에서 양이나 대창구이 메뉴를 사이드 메뉴로 판매했다가 실패한 사례도 종종 볼 수 있는데 가장 쉬운 예로 설렁탕이나 곰탕 등의 메뉴는 일반 음식점에서도 먹을 수 있는 음식이지만 판매량은 그다지 높지 않다. 이러한 데는 전문점에서 하는 것이 아니면 맛이 없을 것이라는 편견이 작용하기 때문인데 편견이 아니더라도 실제 맛을 보면 맛이 없는 확률이 더 높은 것이 사실이기도 하다.

양·대창구이의 경우 더욱 전문점에 대한 선호 경향이 강한데 이러한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내장 부위의 특성상 원료육에 대한 신뢰도 부분에 있어 더 믿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또 양·대창구이 전문점에 가면 메인인 양·대창구이에 어울리는 다양한 사이드 메뉴를 즐길 수 있어서 더욱 그렇다. 그러나 이러한 특정 이유가 없어도 우리나라 사람들 성향이 ‘전문점’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기존 양·대창구이의 성공에 힘입어 크고 작은 양·대창구이 전문점들이 꾸준히 늘고 있는 상황이다. 원가 절감에 있어 고기에 비해 부담이 적기도 할뿐더러 과거에는 힘들었던 전처리 과정 또한 매장에서 직접 하지 않아도 요즘에는 손질된 재료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물론 과거 양·대창구이 시장을 개척한 브랜드들이 길을 터놓은 덕에 전에 비해 운영적인 면에서 쉬워진 부분은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쉬운 줄 알고 뛰어들었다가 고전을 면치 못하는 곳들 또한 적지 않다.

가능성 있는 분야이긴 하지만 성공한 집들은 오랜 시간 시행착오를 거친 후 보이지 않는 나름의 노하우를 가지고 있으며 이것이 큰 경쟁력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을 듯하다.

◇ 양·대창구이 시장의 다변화 예고

기존 양·곱창구이 전문점들은 매장 내 자욱한 연기, 기름 냄새나는 매장 내부 등 낙후된 시설로 중장년층 고객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내장부위 메뉴의 고급화로 인해 고객들은 연기와 냄새 없는 깔끔한 매장 내에서 양·대창구이를 즐길 수 있게 되었으며 이는 고객층의 다양화로 이어졌다.

젊은 고객층은 물론 특히 외식에 민감한 여성들의 발길을 끌게 되며 더욱 빠르게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퍼지게 된 것.

이러한 매장 만들기에는 각 업체의 많은 노력이 기반이 되었다. 대창의 기름기는 매장 내에 많은 연기를 발생하게 만드는데 이를 개선하기 위해 보다 효율적인 시스템의 환기· 집진 시설이 개발되었고 고객의 대화나 식사를 방해하지 않는 직원 서비스 개선, 세련된 인테리어 등 여러 가지 부분에 있어 변화를 모색함으로써 양·대창구이 전문점은 변화를 거듭해나가고 있다.

최근 선전하고 있는 양·대창구이 전문점들의 규모를 살펴보면 대부분 661.16m²(200평) 전후의 대규모 매장이다.

이는 다른 음식점에 비해 오픈 때 드는 초기 비용이 높기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기본적인 환기·배기 시설, 서비스 인력, 비즈니스 접대 공간에 어울리는 인테리어 등 내·외부적으로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그러나 향후에는 지금과 같은 4~5만원대의 높은 객단가의 고급 양·대창구이 전문점과 동시에 합리적인 가격으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중저가 콘셉트의 양·대창구이 전문점에 대한 시장 또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대형 브랜드의 경우 제 2브랜드로 캐주얼 한 느낌의 중저가 매장을 준비하고 있는 곳들이 눈에 띄고 있으며 현재 2~3만원대 객단가로 프랜차이즈 매장을 전개하고 있는 <양철북>의 경우 20~30대 고객 비율이 70% 이상으로 양·대창구이 전문점의 새로운 시장 변화에 앞장서고 있기도 하다.

[ 도움말 ; 식품 외식 프랜차이즈 _ 월간 외식경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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