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 러시아 대통령, 정상회담앞서 실리콘밸리 먼저 방문

머니투데이 김성휘 기자 2010.06.24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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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드베데프, 스티브 잡스 등 만나 대러 IT투자 논의

'트위터' 러시아 대통령, 정상회담앞서 실리콘밸리 먼저 방문


"안녕하세요, 러시아 대통령입니다. 트위터 가입했어요"

러시아판 '실리콘밸리' 건설을 구상 중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미국 실리콘밸리를 찾아 애플, 시스코, 트위터 등 IT업계의 선두 기업들을 연달아 방문했다.

IT 요람인 실리콘밸리를 찾은 것은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요즘 고민과 실리를 중시하는 스타일을 동시에 드러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정상회담, 캐나다 토론토 G20 정상회담에 앞서 22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방미 이튿날인 23일 실리콘밸리로 직행, 트위터 본사를 찾았다. 그는 이 자리에서 트위터에 가입했으며 노트북 컴퓨터로 "여러분 안녕하세요, 저는 트위터(본사)에 있고 처음 트위터를 합니다"라고 썼다.



그가 개설한 트위터 계정 '@KremlinRussia'는 불과 30분만에 팔로워 1200명을 모았다. 개설 후 9시간이 지난 23일 오후 10시(뉴욕시간) 현재 팔로워는 1만4000여명으로 늘었다.

그는 트위터 본사를 둘러보면서 말하기보다는 줄곧 듣는 쪽이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트위터 공동 창업자인 비즈 스톤은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혁신에 대한 열정이 인상적이었다며 "트위터의 역사상 가장 특별한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메드베데프는 이어 시스코를 방문했다. 시스코는 앞서 러시아에 10년간 1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으며 당초 3000만달러 수준이었던 벤처캐피탈 투자 규모를 1억달러로 늘리기로 했다. 존 챔버스 시스코 CEO는 메드베데프 대통령을 맞이하면서 "간단히 말해 우리는 (러시아에) 올인했다"고 말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애플을 방문해 스티브 잡스 회장을 만났으며 러시아 최대포털인 얀덱스(yandex)의 미국 사무소도 찾았다. 그는 잡스 회장과 면담을 갖고 러시아 IT투자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판 실리콘밸리 스콜코보= 이번 방문은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적극 추진하고 있는 스콜코보 연구단지 건설계획 때문이다. 그는 2008년 대통령 취임 후 혁신(innovation)을 러시아의 주요 과제 중 하나로 제시하고 산업 다변화와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해 IT 육성을 천명했다. 이른바 '스마트 러시아'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 시험대가 모스크바 근교 도시 스콜코보에 거대한 IT단지를 육성하는 프로젝트다. 이곳에는 내년 한 해에만 공공재원 5억달러가 투자되며 러시아는 세계적 프로그래머, 엔지니어, 투자회사 등을 입주시킬 계획이다.

서구 언론들은 러시아가 부패와 관료주의 탓에 외국인투자를 유치하기 어렵다고 지적해 왔다. 제2의 실리콘밸리를 꿈꾸며 국가 단위의 투자가 이뤄졌던 세계의 여러 IT단지가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점도 러시아 안팎에서 비관론을 일으켰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이런 가운데 실리콘밸리를 직접 방문, 스콜코보 프로젝트에 대한 의지를 국내외에 분명히 알리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러시아와 미국 간 정치외교안보 등 산적한 현안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경제외교를 최우선시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투자자와 산업계에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40대인 메드베데프는 록 음악을 즐기는 젊은 대통령인데다 LG전자 (107,200원 0.00%)의 영상통화폰 '와치폰'을 찬 모습이 포착되는 등 'IT 마니아'로 불려왔다. 그의 실리콘밸리 견학에는 아놀드 슈워제네거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동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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