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ㆍ갤럭시S, 모바일카드 안된다

머니위크 김성욱 기자 2010.07.03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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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 커버]4G 재테크/ 모바일카드 이번엔 뜰까

#장면1. 한 남자가 할인매장에서 마음에 드는 여자를 봤다. 여자가 계산대로 가는 것을 보고 이 남자도 옆 계산대에 가서 섰다. 하지만 여자는 모바일카드로 얼른 결제를 끝내고, 남자는 일반 마그네틱카드로 결제를 하는 바람에 결국 여자를 놓쳤다.
# 장면2. 이 남자가 다시 할인매장에서 그 여자를 만났다. 여자가 모바일카드로 결제하는 사이, 이 남자도 모바일카드로 얼른 결제를 끝내고 여자를 좇아가 다시 만난다.

하나SK카드가 모바일카드인 ‘터치세븐(Touch 7)’을 알리는 광고다. 모바일카드가 일반 신용카드보다 편리하고, 결제도 빠르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일반 신용카드로 결제하기 위해서는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 계산대 직원에게 건네고, 이를 카드 리더기에 긁은 다음 사인하는 단계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모바일카드는 이런 과정 없이 카드가 장착된 이동전화를 전용 리더기에 대기만 하면 결제가 끝난다.

◆모바일카드를 발급받으려면

지난해 하나금융그룹과 SK텔레콤이 합작해 하나SK카드를 출범시키면서 편리성을 앞세운 모바일카드가 카드업계의 화두로 떠올랐다.



하나SK카드가 지난 3월 출시한 모바일카드인 터치세븐의 인기는 기대 이상이다. SK텔레콤 고객만 대상으로 하는데도 벌써 2만여명의 회원이 모집됐다. 특히 발급 초기인 4월에 일평균 300여명이던 신청 고객이 5월 중순 이후 500여명 수준으로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하나SK카드의 터치세븐이 히트를 치고 있지만 모바일카드의 선두주자는 신한카드다. 신한카드는 지난 2007년 세계 최초로 이동전화를 통해 무선으로 발급받을 수 있는 모바일카드를 출시했다. SK텔레콤, KT, LGU+ 등 이동통신 3사용 모바일카드를 모두 발급하고 있다.

우리은행도 지난 3월 SK텔레콤과 제휴해 모바일카드를 출시했다. 다른 카드사들도 현재 모바일카드 발급을 위한 시스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3사가 출시한 모바일카드는 모두 동일한 방법으로 발급받을 수 있다. 먼저 기존의 실물 마그네틱카드를 발급받은 다음 이동전화에 있는 유심(USIM) 칩에 모바일카드를 다운받는 방식이다. 카드 발급이 확정되면 휴대폰으로 발급 가능 문자메시지(SMS)가 전송되고, 다운로드를 선택하면 본인 확인 과정을 거친 후 휴대폰 IC칩에 무선으로 신용카드 기능이 옮겨져 완료된다.

◆아이폰과 갤러시S, 모바일카드 '아직'

모바일카드를 발급받으려면 휴대폰 사양이 맞아야 한다. 유심칩이 들어간 3세대(3G) 전화기이고, 유심칩은 금융서비스가 가능한 금융 유심칩이어야 한다. 전화기는 RF(Radio Frequency)안테나가 있어야 한다.

현재 RF안테나가 내장된 이동전화는 전체 이동전화의 약 30% 수준이다. 특히 아이폰과 최근 삼성전자에서 출시한 갤럭시S에는 RF안테나가 장착돼 있지 않아 모바일카드를 다운받을 수 없다.

갤럭시S의 경우 오늘 8월쯤 RF기능이 탑재된 배터리 케이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RF 배터리 케이스가 장착된 갤럭시S가 있어야만 모바일카드 및 교통결제 서비스 등 RF 기반 모바일 금융서비스가 가능하게 된다.

스마트폰 열풍의 주역인 애플 아이폰의 경우 아이폰 4G에도 RF안테나가 없고 탑재 계획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하나SK카드 관계자는 “전화기 문제로 모바일카드를 받고 싶어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RF기능이 탑재된 갤럭시S가 나오면 모바일카드 보급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활성화 최우선 선결과제, 전용 리더기 보급

모바일카드의 가장 큰 장점은 간편하고 빠르게 결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직까지는 이 정도다. 지갑 속에 있던 카드를 단순히 휴대폰으로 옮겨왔을 뿐이다.

흔히 스마트폰에 모바일카드를 장착하면 스마트폰으로 홈쇼핑 등에 들어가 물건을 구매하고, 장착된 모바일카드로 자동 결제를 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하지만 현재 모바일카드로 자동 결제는 불가능하다. PC을 통해 구매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안심클릭 등을 이용해 결제해야 하는데, 이때 일일이 카드번호와 인증번호, 비밀번호 등을 입력한 후 거래해야 한다. 보안문제로 백신도 깔아야 한다. 금융당국은 보안문제가 완벽하게 해결되기 전까지는 스마트폰이라고 해서 자동 결제시스템을 허용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박해철 신한카드 신사업기획팀 과장은 “현재의 모바일카드는 지갑이 필요 없다는 것 외에 특별한 장점은 없다. 하지만 스마트폰의 보안문제가 해결되면 카드번호 입력 없이 장착된 모바일카드로 보다 쉽게 구매가 가능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 카드 가맹점에서 모바일카드로 결제할 때 모바일카드 전용 리더기가 아직 넉넉히 보급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전체 가맹점 수는 350만곳인데 모바일카드 전용 리더기 보급은 13만대 정도에 불과하다.

모바일카드에는 최대 8장의 카드를 넣을 수 있다. 그만큼 가맹점에 따라 가장 유용한 카드를 골라 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이 또한 지금은 불가능하다. 현재 유심칩 1개에 1개 카드사의 상품만 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각 카드사별로 모바일카드는 한 통신사당 하나씩의 카드만 나와 있는 상태다.

카드업계는 1개의 유심칩에 여러 카드사의 카드를 넣을 수 있도록 허용해 주길 바라고 있고, 금융당국에서도 이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모바일카드는 이미 10여년 전에도 추진했다가 실패를 맛본 상품이다. 당시 실패의 원인 중 하나가 바로 모바일카드 전용 리더기 인프라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현재 SK텔레콤 등 이통사에서 모바일카드 활성화를 위해 인프라 구축에 적극 나서고 있다"며 "모바일카드의 성패는 올해 말이면 결론이 날 것이고, 올해를 잘 넘긴다면 2013년쯤에는 상당한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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