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건설사 부실 평가, 은행 책임 묻겠다"

머니투데이 김익태 기자 2010.06.24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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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보다 구조조정 강도 높을듯 "생존 가능성이 중요…점수 중요한 게 아니다"

건설회사에 대한 구조조정이 시장의 예상보다 강도 높게 이뤄질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신용위험평가가 부실했다고 판단되면 채권은행에 책임을 묻겠다는 방침을 정했기 때문이다.

당국의 의지가 강력한 만큼 채권단의 평가도 어느 때보다 엄격하게 이뤄졌다는 전언이다. 방점이 살리기보다 부실기업 정리에 찍혔다는 의미다. 시시각각 다가오는 건설업계의 퇴출 공포가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23일 시공능력 상위 300대 건설사 구조조정과 관련 "C(워크아웃), D(기업회생절차) 등급 적용 대상은 적어도 1년 내 유동성 위험에 빠질지 여부를 중요한 평가 잣대로 삼았다"며 "부실한 신용위험평가에 대해서는 해당 은행에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당국은 현진건설을 예로 들었다. 현진건설은 지난해 1월과 5월 두 차례 실시된 신용위험평가에서 두 번 다 B등급을 받았다. 하지만 9월에 만기도래한 어음 240억 원을 결제하지 못해 최종 부도 처리돼 충격을 줬다.



이 관계자는 "은행 등급평가에 직접 개입할 수는 없지만 등급평가가 적절했는지 여부는 살펴볼 수 있다"며 "부실한 평가가 이뤄졌다면 관련자 문책 등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일부 은행이 막판까지 건설사의 반발과 상반기 실적 및 대손충당금 부담을 들며 C등급을 꺼리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각 은행장이 책임진다는 자세로 엄격한 잣대를 갖고 평가에 임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다른 관계자는 "평가 업체가 적어도 1년 동안 부도나 회생절차에 안갈 자신 있으면 정상 기업으로 분류하지만 그럴 자신이 없으면 워크아웃을 시키라는 것"이라며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해당 은행이 자금지원 등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건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될 수밖에 없는 만큼 기업도 버티지 말고 워크아웃에 들어가는 게 낫다"며 "미래가 보이지 않는데 고통스럽게 목숨만 유지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덧붙였다.

신용위험 평가점수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점은 당국 뿐 아니라 채권단에서도 읽혔다. 채권단 고위 관계자는 "점수보다는 향후 생존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고 설명했다.



평가 결과 종합점수가 △80점 이상이면 A등급(정상) △70점 이상~80점 미만 B등급(일시적 유동성 부족) △60점 이상~70점 미만 C등급 △60점 미만 D 등급 등으로 분류, 자금지원이나 구조조정을 추진한다.

그는 "현재 현금흐름이 좋고, 9~10월 분양을 앞둔 건설사라도 미분양이 날 것 같다고 판단되면 C등급을 줬다"며 "안 그랬다 실제 미분양이 나서 유동성에 문제가 생겨 워크아웃에 들어가며 은행에서 책임을 져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구조조정 대상 건설사 개수보다 질이 중요하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현재 C, D 등급 대상 업체는 주택사업 위주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는 20개사 안팎으로 알려졌다. 채권단 고위 관계자는 그러나 "개수보다 어떤 기업들이 C 등급을 받았는지를 잘 봐야 한다"며 "평가 결과가 엄청 날 것이고 시장에 충격을 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채권단은 오는 25일 은행연합회에서 신용위험평가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건설사 실명은 발표되지 않고 각 등급별 기업 수만 공개한다는 게 채권단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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