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銀 정말 두려워하는 것은, 구조조정? No!

머니투데이 오수현 기자 2010.06.24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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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하락에 따른 고객이탈이 더 겁나는 일

건설사 구조조정방안, 즉 신용위험평가 발표가 임박한 가운데 저축은행 업계에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채권은행들이 이번 신용평가에서 국내 300대 건설사 중 20여 곳에 기업 재무구조 개선작업(워크아웃)에 해당하는 C등급이나 퇴출대상인 D등급을 부여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서다. 게다가 이번 리스트에는 깜짝 놀랄 만한 건설사도 포함돼 있다는 얘기가 은행권 안팎에서 흘러나오고 있어 건설사 여신이 많은 저축은행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23일 금융감독 당국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105개 저축은행의 부동산 관련 대출은 지난 3월 말 현재 총 50조 원에 육박한다. 이중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잔액은 11조90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금융당국에선 부동산 PF 대출규모가 전체 대출의 30%를 넘지 못하도록 지도하고 있는데, 현재 이를 어긴 저축은행은 3개사, 초과 대출규모는 6700억 원에 달한다. 총 대출액의 50% 이내로 규제된 PF대출, 건설업, 부동산 및 임대업에 대한 대출 기준을 넘긴 회사도 무려 36개사, 초과 금액은 3조4000억 원을 웃돈다.

이 같은 수치는 건설업종에 대한 저축은행들의 익스포저(대출규모)가 그만큼 광범위하다는 얘기여서, 건설사 구조조정으로 저축은행 업계가 받을 후폭풍이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저축은행들은 이번 신용위험 평가에서 워크아웃에 해당하는 C등급을 부여받은 건설사에 대한 PF대출에 대해서 대출액의 10%를 충당금으로 적립해야 한다. 또한 퇴출대상인 D등급을 부여받은 건설사에 대해선 100%, 즉 대출액과 같은 액수를 쌓아야 한다. 이들 건설사에 대한 일반 여신에 대해서도 충당금을 대거 쌓아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이번 건설사 신용위험 평가 결과 발표와 동시에 금융당국에서 저축은행들의 부실 PF채권을 캠코에 대거 넘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점도 업계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금융당국에선 최근 마무리된 전국 673개 PF사업장에 대한 실사 결과를 바탕으로 저축은행 업계에 대규모 PF채권을 자산관리공사(캠코)에 매각하도록 압박하고 있다. 오는 25일 열리는 공적자금관리위원회에서 매각 규모가 확정될 예정이다. 금융권에선 매각 PF채권 규모는 약 3조원, 이를 매입하는데 투입되는 공적자금은 2조 원 안팎에서 결정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저축은행들은 캠코에 매각한 PF채권을 제외한 나머지 PF채권에 대해서 3년에 걸쳐 충당금을 적립해야 한다.


그러나 저축은행들이 정말 두려워하는 것은 이번 건설사 신용위험평가 발표에 따른 고객들의 이탈이다. 건설사 구조조정이나 부실 PF채권 매각 방안은 장기적 관점에서 저축은행들의 재무건전성을 강화하는데 적잖은 도움이 되기 때문에, 업계 내부에선 이번 기회에 부실자산을 처분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그러나 신용평가 발표 이후 워크아웃이나 퇴출 대상 건설사에 대출 규모가 많은 저축은행으로 알려질 경우 일순간에 예금인출(뱅크 런)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을 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한 대형저축은행 관계자는 "그동안 선제적으로 건설사 대출에 대한 충당금을 적립하고 PF대출에 매몰돼 있던 영업 포트폴리오의 다변화 작업도 진행해 와 이번 건설사 구조조정에 따른 여파는 감당할 만하다"며 "다만 지난해 말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전일저축은행에 대한 기억 때문에 고객들이 이번 결과 발표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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