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세에 일자리 얻다" LH 실버사원 '인생 제2막'

머니투데이 이군호 기자 2010.06.28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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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연중 캠페인-우리동네 일자리만들기]이지송式 일자리 호평

편집자주 성장의 과실이 대도시로 더욱 집중된다는 '메가시티(Mega City) 시대', 지역사회에 경제력과 일자리를 분산시키는 비즈니스는 무엇일까. 각국 정부와 기업들은 지역개발사업(Community Development Project)과 지역공동체사업community business)에서 그 답을 찾고 있다. 머니투데이는 '우리 동네 일자리 만들기' 캠페인 2부로 지역개발 효과가 높은 부동산, 지역금융, 영농조합 등 지역개발사업의 현장을 소개한다.

↑지난 4월 열린 LH 실버사원 발대식에서 이지송사장과 실버사원들이 기념촬용을 하고 있다.↑지난 4월 열린 LH 실버사원 발대식에서 이지송사장과 실버사원들이 기념촬용을 하고 있다.


"봄이 오면 서리 맞은 떡깔나무에 새로운 싹이 움트듯 노년에도 생동하는 열정은 여전합니다. 부족하지만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함께 사회에 봉사하며 일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돼 기쁩니다."(77세 안모 할아버지)

"20년간 군 생활을 한 뒤 건설회사에서 25년간 일하고 퇴직한지 10년째 됐지만 회사에 첫 출근하는 사회초년생처럼 설레고 벅차 발걸음이 날아갈 듯 가볍더군요. 살면서 축적된 경험과 경륜들이 회사에 여러모로 도움이 되고 노인도 할 수 있다는 사회적 분위기도 확산시키는데 일조하겠습니다."(광주 문모 할아버지)



지난 4월 1일 LH 본사 강당에는 백발이 성성한 2000여명의 어르신들이 모여들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어르신들은 번갈아가며 이지송 사장의 손을 붙잡고 연신 고맙다는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이 어르신들은 바로 '이지송식 일자리'로 불리는 만 60세이상 고령인력인 '실버사원'들이다. 이미 고령사회로 진입한 우리 사회에서 소외되기 쉬운 고령인력에게 공기업 최초로 취업의 기회를 준 실버사원 제도는 그 의미만큼이나 관심을 끌었고 만족도도 높았다.



◇인생 2막에 일자리를 얻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월 21일 올해 첫 국가고용전략회의에서 "올해 국정목표의 핵심은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것이며 정부는 고용문제 해결에 있어 OECD국가 중 가장 빨리 해결하는 국가라는 결과가 나오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곧바로 이지송 사장은 통합 후 구조조정을 단행해야 하는 점을 감안해 신규인력 채용보다는 일할 능력과 의사는 있으나 여건이 안되는 고령인력에게 인생 제2막을 설계할 수 있는 최소한 취업 기회를 제공하기로 일자리 창출 방향을 잡았다.

고령자의 경험과 연륜을 지역사회의 영구임대아파트와 국민임대아파트 거주민의 주거복지에 활용, 지역사회에 환원할 수 있는 상생의 무대를 만들기 위한 것이다. '이지송식 일자리'로 불리는 이유다.


곧바로 LH는 만 60세 이상 고령인력 2000명 규모의 실버사원 채용공고를 냈고 인기는 폭발적이었다. 3월 2일부터 5일까지 4일간 전국 12개 지역본부와 LH 임대아파트 560개 단지의 관리소에는 2만2107명이 응시해 평균 11대 1의 높은 평균경쟁률을 기록했다.

지역본부별로는 서울지역본부가 16.7대 1로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고 모집권역별로는 서울 관악·동작권역이 51대 1에 달했다. 신청자중 연령대는 60~64세 33%, 65~69세 36%, 70대 30%, 80세 이상이 1%의 비율이었고 남성이 68%, 여성이 32%를 각각 차지했다.

이렇게 채용된 실버사원은 4월부터 9월까지 총 6개월 동안 전국 560개 단지, 43만가구의 임대아파트에 배치돼 하자보수 접수, 단지내 시설물 안전·순회 점검, 취약가구 지원 등 부족한 임대사업 인력의 도우미 역할을 맡게 된다. 주 5일, 1일 4시간씩 근무하며 매달 약 50만원 이내의 급여가 지급된다.

LH의 실버사원 채용은 임대아파트 입주민에 대한 공공서비스를 높이면서 근로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령이라는 사유로 취업을 거절당하거나 스스로 취업을 단념해 버린 고령 '취업애로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또 LH 입장에서도 고령인력의 재취업 지원을 통해 최일선에서 입주민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적시 제공해 고객만족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일자리 창출을 통한 최고의 서민정책이자 복지정책을 구현할 수 있다. 특히 이미 고령화 시대에 진입한 우리 사회가 직면한 고민 해소를 위해 공기업의 역할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77세에 일자리 얻다" LH 실버사원 '인생 제2막'
◇의미가 큰 만큼 만족도도 높아
지난 6월 14일 LH 강당에는 다시 실버사원 850명이 모였다. 이지송 사장과 이재오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 행사는 수도권 아파트 단지에서 근무하는 실버사원을 초청해 격려하는 자리였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한 실버사원은 "돈 보다도 내가 아직 남을 도울 수 있고 봉사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기분 좋고 일을 시작하고 나서 몸과 마음에 원기가 넘친다"며 흐뭇해했다.

다른 실버사원은 "매일 출근할 곳이 생기니 아내의 반찬이 달라집디다. 사업이 실패한 후 크게 절망했었는데 무엇을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며 웃음을 지었다.

이날 행사에 앞서 체험수기 공모에서 우수작으로 선발된 이효일(65세)씨는 수기 발표에서 "최고의 노인복지는 평생 쌓아온 경험을 살려 계속 일하면서 국가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며 나이가 들어서도 보람된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은 큰 복이다"고 감회를 밝혔다.

이지송 사장은 인사말에서 "여러분은 LH의 제1기 실버사원이자 공기업 최초의 실버사원이신 여러분 한 분 한 분의 역할이 중요하다. 현장에서 성실하게 열정을 가지고 업무에 임하게 되면 향후 우리나라 실버 세대 일자리 문화 발전의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격려했다.

실버사원 만족도는 지난 5월 LH가 자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조사에 따르면 실버사원이 근무하는 아파트관리소의 만족도가 88%, 당사자인 실버사원의 만족도는 87%에 달했고 입주민의 88%는 실버사원 제도를 지속적으로 운영하기를 희망하는 등 전반적으로 호응도가 매우 높게 조사됐다.

LH는 실버사원 채용으로 지난달 여성가족부가 지정한 '공공기관 유연근무제 시범운영기관'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LH 관계자는 "고령 인력의 재취업 문제는 고령화사회에 접어든 우리 사회의 문제"라며 "LH 실버사원 채용에 언론과 정부, 사회단체들의 관심이 고조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령인력의 재취업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로 연계돼 타 공기업을 비롯해 민간기업까지 참여가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년인턴 250명에게 새로운 무대를
LH는 국내 최대 공기업답게 지난 4월 청년인턴을 250명이나 채용했다. 취업난과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년 구직자들의 일자리 마련을 위해 고등학교 또는 대학(원) 신규 졸업자로서 만 29세 미만의 미취업자 청년인턴 사원을 대상으로 했다.

채용된 청년인턴 사원은 8개월간 LH 각 지역본부 및 직할사업단 주거복지, 용지보상, 건설현장 등에 배치돼 전공과 자격증 소유 여부를 감안해 관련지식 활용이 가능한 분야의 업무를 맡고 있다.

인턴사원에게는 향후 취업을 대비한 실무역량을 키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으며 LH는 근무기간 중에도 각종 취업박람회에 참여하거나 취업기회가 생길 경우 특별휴가 또는 출장을 허용, 청년인턴 사원들의 구직활동도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또 6개월 이상 근무한 청년인턴 사원에게는 '인턴수료증'을 발급하고 우수 인턴사원에 대해서는 사장표창을 수여해 취업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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