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부실 건설사 채권 판매 후유증

머니투데이 임상연, 김성호 기자 2010.06.24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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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 채권 판매후 잇단 부도....투자자 집단대응도

최근 건설업계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증권사들의 부실 건설회사 채권 판매가 후유증을 낳고 있다.

2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화증권 (3,505원 ▲80 +2.34%)은 지난 1월29일 470여명의 신탁 고객들을 대상으로 200억원 규모의 금광기업 CP를 판매했다. 당시 판매된 CP는 만기 3개월물과 6개월물로 각각 100억원씩 팔려 나갔다.

그러나 금광기업은 지난 4월28일 유동성 악화로 부도를 냈고, 결국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3개월물 CP의 만기를 딱 하루 앞두고 벌어진 일이다.



통상 CP는 무담보 채권이기 때문에 변제순위에서도 후순위로 밀린다. 따라서 향후 채권신고 절차를 거쳐 회생계획안이 확정되더라도 원금손실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금광기업의 부도로 원금을 떼일 위기에 처한 신탁 고객들은 한화증권을 상대로 금융감독원에 불완전판매 민원을 제기하는 것은 물론 온라인 까페를 만들어 집단대응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한화증권에서 금광기업 CP를 매입한 한 투자자는 "신용등급이 A3로 우수하고, 3개월 만기라 안전하다고 해서 5000만원을 투자했다"며 "건설업황이 뒤숭숭해 걱정도 됐지만 만기가 짧아 별일 없겠다 싶었는데 이런 일을 당했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투자자도 "부동산 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한화증권이 자체적으로 기업에 대한 충분한 실사를 했는지 궁금하다"고 성토했다.

한화증권은 내외부적으로 금광기업의 신용도를 파악하고 판매했기 때문에 절차상 문제될 것이 없다면서도 투자자 보호에 적극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화증권 고위관계자는 "CP판매 당시 신용평가사의 금광기업 신용등급이 AAA등급이었고 내부 애널리스트와 리스크관리 부서에서도 별다른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며 "투자자들을 위해 최대한 금광기업이 보유한 자산을 확보하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HMC투자증권 (9,220원 ▲120 +1.32%)도 지난 4월13일 300억원 규모의 현대시멘트 (14,000원 ▼40 -0.28%) 회사채(제73회차)를 인수해 이중 일부를 새마을금고 등에 판매했다. 하지만 한 달 여만이 지난 5월말 현대시멘트가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투자자들은 낭패를 보게 됐다. 이 회사채는 HMC투자증권이 발행주관사를 맡았고, 한양증권이 인수회사로 참여했다.

HMC투자증권은 지난해 말에도 한양증권이 발행한 200억원 규모의 현대시멘트 회사채(제68회차)를 인수해 투자자들에게 판매한 바 있다.



현대시멘트는 자회사인 성우종합건설의 부실여파로 올해 초부터 워크아웃 가능성이 높은 회사로 지목돼왔다.

업계관계자는 "조만간 채권은행단의 퇴출 건설사 명단이 발표되면 비슷한 사례는 더 많이 발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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