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23일 오전 3시30분(이하 한국시간) 남아공 더반 모저스 마비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0 남아공월드컵 B조 마지막 경기에서 나이지리아에 2대 2 무승부를 거두고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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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이날 승점 1점을 추가로 획득, 1승1무1패로 아르헨티나에 이어 조 2위에 올라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1954년 스위스월드컵에서 처음 본선 무대를 밟은 이후 56년 만에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을 달성한 것이다.
◇ 이정수·박주영, 대한민국 16강 이끌다
이날 대한민국의 16강 진출을 가능케 한 수훈갑은 골 넣는 수비수 이정수와 공격수 박주영이었다.
이정수는 B조 조별예선 첫 경기인 그리스전에서 전반 7분 기성용의 프리킥을 오른발로 받아 넣으며 대한민국에 대회 첫 득점을 안긴 바 있다.
박주영은 후반 3분 상대편 페널티 에이리어 왼쪽에서 얻은 프리킥을 그대로 오른발로 차 넣으며 역전골을 기록했다. 박주영의 프리킥 슈팅은 상대편 골키퍼가 손 쓸 틈도 없이 골문 오른쪽 구석으로 강하게 빨려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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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아르헨티나전에서 불운의 자책골을 기록하며 설욕의 기회를 엿보던 박주영은 16강 진출의 분수령이 된 나이지리아전에서 중요한 한 골을 뽑으며 명예를 회복했다.
이로써 대한민국은 아르헨티나에 패한 그리스에 승점 1점을 앞서 조 2위로 16강에 안착했다.
◇ 대한민국 축구의 염원 16강, 영욕의 역사
월드컵 16강은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오랜 염원이었다. 7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며 아시아의 강호로 자리매김한 대한민국이었지만 유독 월드컵에서는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월드컵 16강을 향한 대한민국의 도전은 그야말로 영욕의 역사였다.
처음 본선 무대에 오른 1954년 스위스월드컵에서 대한민국은 세계 축구의 높은 벽을 절감했다. 헝가리와 터키에 각각 0:9, 0:7로 대패하며 무득점 수모를 겪었다. 미 공군 수송기를 타고 64시간을 비행해 날아간 스위스 땅에서 대한민국은 시차 적응도 하지 못한 채 경기를 치러야 했다.
이후 대한민국은 32년 동안 월드컵 무대에 나서지 못했다. 32년 만에 본선 무대를 밟은 1986년 멕시코월드컵에서 대한민국은 아르헨티나·이탈리아·불가리아와 한 조가 되는 불운도 겪어야 했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이 대회에서 박창선이 월드컵 첫 득점을 기록했으며 불가리아와 비겨 본선 첫 승점을 따내는 성과도 있었다.
이후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에서는 스페인·벨기에·우루과이에 전패를 당하며 조별 예선에서 탈락했다. 1994년 미국월드컵에서 대한민국은 스페인과 2:2로 비기며 16강 진출에 기대를 모았으나 볼리비아와 비기고 독일에 지며 무위에 그쳤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에서는 네덜란드에 0:5로 참패하며 차범근 감독이 대회 도중 경질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4강에 오른 한국 축구는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 사상 첫 원정 16강을 기대했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조 최약체로 꼽히던 토고에 2:1 역전승을 거두고 당시 세계최강 프랑스를 상대로 1:1 무승부를 기록하며 16강 진출에 기대를 모았지만 심판의 모호한 판정으로 스위스에 0:2로 패하며 분루를 삼켰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 1승 1무 1패로 조 2위 자리를 지켜 월드컵 16강에 도전했던 56년의 역사를 영광의 역사로 탈바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