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원정 첫 16강 "월드컵 56년 새역사"

머니투데이 송충현 기자 2010.06.23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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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지리아에 2:2 무승부, 조 2위로 진출… 26일(토) 밤11시 우루과이와 16강전

대한민국 축구가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에 성공하며 56년간의 월드컵 도전사에 새 역사를 썼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23일 오전 3시30분(이하 한국시간) 남아공 더반 모저스 마비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0 남아공월드컵 B조 마지막 경기에서 나이지리아에 2대 2 무승부를 거두고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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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이날 승점 1점을 추가로 획득, 1승1무1패로 아르헨티나에 이어 조 2위에 올라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1954년 스위스월드컵에서 처음 본선 무대를 밟은 이후 56년 만에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을 달성한 것이다.



대한민국은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우승후보로 거론되던 이탈리아·스페인·포르투갈 등의 강팀을 줄줄이 꺾으며 4강 진출의 신화를 이룬 바 있다. 그러나 홈에서 개최된 대회였다는 특수성 때문에 그 성과를 온전히 인정받지 못했다. 대한민국은 이날 아프리카의 강호 나이지리아를 상대로 승점을 따내며 당당히 원정 16강 진출을 이뤄냈다.

◇ 이정수·박주영, 대한민국 16강 이끌다
이날 대한민국의 16강 진출을 가능케 한 수훈갑은 골 넣는 수비수 이정수와 공격수 박주영이었다.



'골 넣는 수비수' 이정수는 전반 38분 기성용이 왼쪽 측면에서 올린 프리킥을 골문 오른쪽에서 달려들며 헤딩으로 연결했다. 이정수의 머리를 떠난 공은 그대로 나이지리아의 골문을 갈랐다.

이정수는 B조 조별예선 첫 경기인 그리스전에서 전반 7분 기성용의 프리킥을 오른발로 받아 넣으며 대한민국에 대회 첫 득점을 안긴 바 있다.

박주영은 후반 3분 상대편 페널티 에이리어 왼쪽에서 얻은 프리킥을 그대로 오른발로 차 넣으며 역전골을 기록했다. 박주영의 프리킥 슈팅은 상대편 골키퍼가 손 쓸 틈도 없이 골문 오른쪽 구석으로 강하게 빨려 들어갔다.


지난 아르헨티나전에서 불운의 자책골을 기록하며 설욕의 기회를 엿보던 박주영은 16강 진출의 분수령이 된 나이지리아전에서 중요한 한 골을 뽑으며 명예를 회복했다.

이로써 대한민국은 아르헨티나에 패한 그리스에 승점 1점을 앞서 조 2위로 16강에 안착했다.



◇ 대한민국 축구의 염원 16강, 영욕의 역사
월드컵 16강은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오랜 염원이었다. 7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며 아시아의 강호로 자리매김한 대한민국이었지만 유독 월드컵에서는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월드컵 16강을 향한 대한민국의 도전은 그야말로 영욕의 역사였다.

처음 본선 무대에 오른 1954년 스위스월드컵에서 대한민국은 세계 축구의 높은 벽을 절감했다. 헝가리와 터키에 각각 0:9, 0:7로 대패하며 무득점 수모를 겪었다. 미 공군 수송기를 타고 64시간을 비행해 날아간 스위스 땅에서 대한민국은 시차 적응도 하지 못한 채 경기를 치러야 했다.

이후 대한민국은 32년 동안 월드컵 무대에 나서지 못했다. 32년 만에 본선 무대를 밟은 1986년 멕시코월드컵에서 대한민국은 아르헨티나·이탈리아·불가리아와 한 조가 되는 불운도 겪어야 했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이 대회에서 박창선이 월드컵 첫 득점을 기록했으며 불가리아와 비겨 본선 첫 승점을 따내는 성과도 있었다.



이후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에서는 스페인·벨기에·우루과이에 전패를 당하며 조별 예선에서 탈락했다. 1994년 미국월드컵에서 대한민국은 스페인과 2:2로 비기며 16강 진출에 기대를 모았으나 볼리비아와 비기고 독일에 지며 무위에 그쳤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에서는 네덜란드에 0:5로 참패하며 차범근 감독이 대회 도중 경질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4강에 오른 한국 축구는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 사상 첫 원정 16강을 기대했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조 최약체로 꼽히던 토고에 2:1 역전승을 거두고 당시 세계최강 프랑스를 상대로 1:1 무승부를 기록하며 16강 진출에 기대를 모았지만 심판의 모호한 판정으로 스위스에 0:2로 패하며 분루를 삼켰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 1승 1무 1패로 조 2위 자리를 지켜 월드컵 16강에 도전했던 56년의 역사를 영광의 역사로 탈바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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