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수정안 부결…與野 숨가쁜 하루

머니투데이 박성민 기자 2010.06.22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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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는 세종시 수정안이 국회 국토해양위원회에 상정된 22일 숨 가쁜 하루를 보냈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 8시 쯤 국회에서 정책의원총회를 열고 상임위원회 상정 여부를 숙의했다. 한나라당이 여·야 합의를 깨고 '부결되더라도 국회 본회의 표결처리' 방침을 굳혔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합의 파기에 따른 상임위 보이콧까지 고려했으나 국가적인 중대 현안인 만큼 더 이상 지연시킬 수 없다는 판단 아래 상임위에서 표결 처리키로 결정했다.



당초 오전 10시 쯤 열릴 예정이었던 국토위 전체회의는 여·야 원내수석부대표가 긴급 회동을 갖고 당초 합의한 대로 '세종시 수정안'과 '스폰서 검사' 특검법안을 동시에 상정키로 합의한 뒤에야 개의했다.

세종시 수정안은 이날 오전 11시45분 쯤에야 상정됐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지 3개월 만이었다.



국토위는 이날 오후 2시 쯤 회의를 속개, 질의응답을 진행했다. 친이(친이명박)계 의원들로 구성된 수정안 찬성론자들은 "세종시 원안은 참여정부의 포퓰리즘 산물"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과 자유선진당 등 야당, 그리고 한나라당 친박(친박근혜)계 반대론자들은 "더 이상 국민을 우롱하지 말라"며 수정안이 부결되면 기업혜택을 백지화하겠다는 정부 측 입장에 대해 집중 질의했다.

권선택 자유선진당 의원은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에게 "부결되면 마치 '플러스 알파'가 없는 것처럼 말했던데 너무 감정적인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친박계 안홍준 한나라당 의원은 "세종시 원안은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수차례 약속한 것"이라며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된 원안이 폐기되면 계산할 수 없는 비용이 든다"고 강조했다.

변웅전 자유선진당 의원은 "충청도 사람들이 세종시를 사정한 적도 없는데 출마한 분들이 명품도시를 만들어준다며 표를 찍어달라고 한 것" 이라며 "정부는 이명박표 명품도시 대신 이명박표 걸인을 양산했다"고 비판했다.

김희철 민주당 의원은 "행정부는 법의 집행 의무를 받은 것이지 수정 권한을 부여받지 않았다"며 "국회에서 표결 처리된 원안을 두고 수정안을 내놓는 것은 국회와 국민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반면 친이계인 장광근 한나라당 의원은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말처럼 정략과 표 계산이 모든 이성적 판단을 집어삼키는 정치현실이 안타깝다" 며 "수정안 투자 규모는 16조 5000억 원인데 부결되면 원안에 따라 8조5000억 원밖에 집행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같은 당 장제원 의원은 "국민 투표까지 얘기됐던 법안을 전체 국회의원의 뜻을 묻지 않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아파트와 부처만 가득한 잠자는 도시, 인구 17만 명에 불과한 베드타운으로 만들 것인지 기업과 대학이 모인 활력도시, 인구 50만의 자족도시를 만들 것인지 결정하자"며 본회의 표결을 주장했다.

같은 당 장윤석 의원은 "행정기관을 옮겨서 국토 균형 발전이 가능해진다면 정부 부처를 쪼개서 낙후지역에 골고루 나누는 게 맞다"며 "세종시를 미래 첨단기술의 원천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4시40분 송광호 국토해양위원장이 세종시 수정안을 표결에 부쳤고 찬반 기립을 거쳐 '부결'이 선언됐다. 불과 3분 만이었다.

장광근 김기현 등 친이계 한나라당 의원 11명과 무소속 이인제 의원은 자리에서 일어나 찬성표를 던졌다. 이어 민주당과 자유선진당 의원과 친박 의원 등 18명이 일어나 반대 의사를 밝혔다.

공공기관 지방이전에 따른 혁신도시 건설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일부 개정안 등 3개 부수 법안도 표결 결과 부결 처리됐다. 야당 의원들은 환한 표정으로 축하 인사를 나누며 회의장을 떠난 반면 자중지란을 겪은 한나라당 의원들은 착잡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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