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 적용 덕이 컸다. IFRS는 해외나 비상장 자회사 등의 실적까지 모기업의 재무제표에 반영하기 때문에 우량 자회사를 많이 거느린 회사들의 실적이 크게 개선될 수 밖에 없다.
삼성전자의 연결대상 종속회사수는 119개. 삼성카드는 이번부터 연결대상에서 빠졌다. IFRS 기준으로는 주식을 30% 넘게 가지면서 최대주주가 아니면 실질지배력이 없다고 봐서 연결대상에서 제외된다.
지주사인 ㈜LG는 연결종속회사가 161개에서 28개사로 줄었다.
김동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IFRS 기준에서는 우량 자회사 연결가치가 부각되고, 글로벌 플레이어도 긍정적"이라며 "중소기업은 소규모 자회사에 대한 경영 투명성을 높이고 내부통제를 강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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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RS 도입으로 기업들이 부실 자회사를 매각하거나 우량 자회사 지분을 추가로 확보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철범 KB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해외진출 시 빚을 많을 지거나 자회사가 부실한 곳은 영향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외환손익 영업이익 반영 여부 따져봐야=전문가들은 1분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항목이 다른 곳과 달랐다는 점에 주목했다. 삼성전자는 외환관련 손익을 영업외 부분으로 처리했지만 삼성의 다른 계열사나 LG전자 등 LG 계열사 등 그 외 기업은 외환관련 손익이 영업이익에 반영됐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외환관련 손익을 '자금조달' 측면에서 계산했지만 다른 기업들은 영업활동과 관련 있는 것으로 본 것"이라며 "환율이 오를 수도 내릴 수도 있어 외환수지의 영업이익 포함 여부가 실적에 좋다·나쁘다고 단정지을 수 없다"고 말했다.
최근 LG전자에는 외환관련 손익을 영업이익에 반영한 것이 오히려 악재가 됐다. 지난달 말 10만4000원이던 주가는 이달들어 10% 가량 떨어졌다.
TV·휴대전화 부진 외에도 원/달러 환율상승으로 2분기 대규모 외화환산손실이 날 것이란 전망이 주가를 끌어내렸다.
강윤흠 NH투자증권 연구원은 “LG전자는 IFRS를 적용해 외화관련손익이 영업이익에 포함되면서 향후에도 환율에 따른 영업이익 변동이 클 것”이라며 “1분기 기준 외화차입금이 약 1조7000억원인데 2분기 중 외화관련 손실을 2000억원으로 추정하면 글로벌 영업이익은 기존 전망 대비 1084억원 감소한다”고 말했다.
◇R&D도 '자산'=삼성전자, LG전자 등의 1분기 보고서에서 R&D(연구개발)지출은 더 이상 '비용'이 아니다.
개발활동 지출이 성공을 앞두고 있거나 미래의 수익 창출 방법을 제시하면 R&D지출은 '무형자산'으로 인식된다. R&D자원이 우수한 회사에 유리하다는 얘기다.
퇴직금 채무 측정도 바뀌었다. 과거에는 총 추계액(퇴직자를 일시에 퇴직한다고 간주할 때 퇴직금 합)을 퇴직급여충당부채로 설정했지만 IFRS에서는 근무연한에 따른 임금인상 및 퇴직률을 반영하는 '보험수리적 방법'을 적용했다.
◇"원칙 중심"…기업별 주석 챙겨봐야=IFRS는 기업별 융통성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기존 규정(Rule) 중심과 다르다. 재무제표 작성방식이 '기업 입맛대로'라며 투자자 혼란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예를 들어 영업권 상각처리는 영업비용 혹은 영업외비용으로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원칙중심 회계가 기업책임을 더 강화시킬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갑재 삼일회계법인 전무는 "수치가 나온 배경, 경영진 판단 근거 등을 기재하기 때문에 원칙을 자주 바꾸거나 그 근거를 투자자들에게 이해시키지 못하면 오히려 시장의 불신이 커져 기업에게 화살로 돌아간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연결공시, 공정가치 평가 등으로 글로벌 비교가능성이 커지면 기업 신뢰도가 높아진다"고 말했다.
일단 1분기 IFRS 적용 기업들만 보면 적용하지 않았을 때 보다 실적 향상 폭이 컸다. 하지만 이들 기업은 금융위기를 겪으며 경쟁력이 강화돼 실적이 좋아진 대기업들이다. 중소업체들 중에는 IFRS 적용 후 재무구조가 악화되거나 가치 변화 폭이 커 시장에 '쇼크'를 줄 곳도 나올 수 있다.
이 전무는 "IFRS는 제도보다 적용·운영이 더 중요하다"며 "투자자들은 기업 핵심이슈가 재무제표에 어떻게 설명되는지 숫자 이면을 꼼꼼히 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