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협 중단 1개월, 남·북 손해 따져보니…

머니투데이 양영권 기자 2010.06.23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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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주얼 점퍼를 생산해 대기업에 납품하는 의류업체 A사는 지난달 말 베트남에 직원을 급파했다. 이 업체는 북한 개성공단에 원부자재를 보내 점퍼를 생산한 뒤 국내로 들여오는 '대북 위탁가공업체'다. 지난달 24일 정부의 대북 교류협력 전면 중단 조치로 위탁 가공이 힘들어지자 제품 생산지를 동남아 국가로 돌리기 위해 직원을 보낸 것이다.

A사 관계자는 "당장 다음 달부터 대기업에 납품해야 하는데 아직 생산 공장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다"면서 "북한에서 생산하면 점퍼 한 장에 5달러를 가공료로 지급하면 되지만 (베트남에서는) 9달러를 준다고 해도 공장을 잡기 힘들다"고 호소했다.



◇달러박스 끊어진 北, 중국으로 밀착 =정부가 개성공단을 제외한 대북 교류·협력을 전면 중단한지 오는 24일로 한 달째를 맞는다. 이 조치로 북한은 사실상 유일한 외화벌이 창구였던 남측과의 관계가 끊어졌고, 효과는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22일 통일부에 따르면 5월 남북 교역액은 1억5652만5000달러로 전달 대비 17.6% 감소했다. 위탁가공교역은 2333만4000달러로 전달 대비 38.1% 줄었고 대북 지원액은 46만7000달러로 77.8% 급감했다. 개성공단 반출과 반입도 전달에 비해 13.7% 감소한 1억944만 달러에 머물렀다. 제재 효과가 본격화된 6월의 감소율은 이 보다 크게 웃돌 전망이다.



인적 교류와 경제협력을 촉진하기 위해 설치된 남북협력기금의 집행 실적도 극히 저조하다. 기금은 올해 사업비로 1조1189억1500만원이 책정했지만 5월 말 현재 집행된 금액은 276억9400만원으로 집행률이 2.5%에 머물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남북교역 중단으로 북한이 연간 2억8400만 달러(3360억 원)의 손실을 볼 것으로 전망했다. 남북경협 민간단체인 남북포럼은 금강산·개성 관광 중단과 개성공단 가동 중단에 따른 손해까지 계산할 경우 북한의 외화벌이 차질액이 연간 3억7000만 달러(4376억 원)에 이르고 북한 일자리가 8만개가량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다급한 북한은 중국과의 관계에 매달리고 있다. 김창룡 국토환경보호상 등 북한 노동당 우호대표단 47명은 지난 12일부터 22일까지 중국을 방문했다. 지난달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에서 논의된 사회간접자본(SOC) 건설 등 북·중 경협을 구체화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홍익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위원은 "남한 정부의 대북 교류·협력 중단 조치로 북한 내에서 '중국 중심의 경제 전략이 옳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게 됐다"며 "중국과 북한의 연계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南 기업 피해도 만만치 않아 =제재가 장기화되면서 남측이 입는 피해를 우려하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김영윤 남북물류포럼 대표는 최근 흥사단 민족통일운동본부가 발간하는 '흥민논평'에서 이번 조치로 대북사업에 투자한 금액 1조8000억 원 이상이 회수되지 못하게 됐다고 밝혔다.

아울러 개성공단이 폐쇄될 경우 △개성공단 사회간접자본 구축에 투입된 비용 6600억 원 △부지조성에 쓰인 3100억 원 △입주기업 투자금액 4500억 원 등 총 1조4000억 원을 포기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개성공단 사업이 당초 목표대로 2단계까지 진행됐을 경우 기대할 수 있는 한 해 84조 원의 생산 유발과 24조 원의 부가가치 창출, 10만 명 이상의 남한 인력 고용도 포기해야 한다고 추정했다.

정부는 남북 교류·협력 중단으로 국내 업체가 입게 될 피해를 줄이기 위해 최근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통행이 1개월 이상 차단될 경우 입주 기업에게 운영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또 어려움을 겪는 대북 위탁 가공업체들에게 최대 10억 원까지 저리로 정책자금을 대출하는 등의 조치를 마련했다. 하지만 기업 피해를 상쇄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김규철 남북포럼 대표는 "개성공단 입주업체를 포함해 남북교역에 참여하고 있는 업체들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최악의 기업환경에 처해 있다"며 "개성공단에서 자발적으로 철수하는 업체들의 피해도 보상하는 등 보상 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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