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월드컵 B조 한국과 아르헨티나전이 열린 지난 17일 사직구장에서는 롯데와 삼성이 혈전을 벌이고 있었다. 열정적인 야구 응원으로 유명한 '부산 갈매기'들의 고향 사직구장이었건만 이날만큼은 관중석에 빨간 티셔츠를 입은 사람들과 부부젤라 특유의 '부우우'하는 소음으로 가득찼다.
야구 관람이 주목적이 아니라 뒤이어 열리는 한국과 아르헨티나 전 전광판 중계를 보러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이날 롯데와 삼성의 경기가 연장 12회까지 이어지며 한국전 경기 시작시간인 오후 8시30분을 훌쩍 넘기자 관중석 여기저기서 '축구 보러왔지 야구 보러 왔냐'는 야유가 터져 나왔다.
이날 프로야구 경기는 서울 목동, 잠실, 부산 사직, 대전 등 전국 4개 구장에서 열렸으며 총 17000여명의 관중이 경기장을 찾았다. 목동구장은 불과 1000여명에 그치는 등 관중수가 올 시즌 최소를 기록했다.
한국야구협회(KBO)는 월드컵에서 한국의 선전을 기원하면서도 경기결과가 내심 프로야구 흥행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한국이 우수한 성적을 거둔다면 프로야구 관중 수 감소가 불가피한만큼 이래저래 한국야구는 웃지도 못하고 울지도 못하는 복잡한 심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