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 전야' 건설업계, 구조조정 앞두고 노심초사

머니투데이 장시복 기자 2010.06.22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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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어디 돌고 있는 내용 없나요?"

채권은행들이 최근 구조조정 대상 건설사 명단을 압축한데 이어 금융감독원이 빠르면 이달 말 최종 구조조정 명단을 발표할 예정으로 알려지면서 건설업계가 초긴장 상태에 빠졌다. 상위 300위권 이내 건설사중 15~20곳 정도가 퇴출 또는 워크아웃 선고를 받을 것이란 예상이다.

건설사들은 "이미 운명의 강은 건넜다"면서도 자사가 명단에 포함돼 있지 않은 지 각종 루트를 통해 정보를 수집하는 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번 구조조정은 작년과는 다르게 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밝히고 있어 더욱 초조할 수밖에 없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7일 '제63차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건설 경기에 편승해 무책임하게 주택 시장에 뛰어들었다가 많은 이들에게 부담을 준 데 대해 도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때문에 그동안 증권가 등을 통해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오르내렸던 중견건설사들은 극도로 예민해진 반응이다. 최근엔 대한전문건설협회가 청와대 등에 긴급 건의서를 보내면서 출처가 불명확한 퇴출 예상업체 9곳의 명단을 실명으로 거론하면서 해당 업체들이 강력 반발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협회 측은 "종합업체가 살아야만 전문건설업계도 생존할 수 있음을 천명한 것이며 명단이 불확실하다는 점을 건의서에 명기했다"고 해명에 나섰지만 이들 9개 업체는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강경 입장이다.

지난해 B등급을 받아 간신히 살아남은 나머지 대다수 중견 업체들도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구조조정 이후에도 B등급 업체들이 잇따라 워크아웃과 법정관리에 들어서면서 금융권에 B등급 업체에 대한 심사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기 때문이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가뜩이나 업계 상황이 얼어붙었는데 구조조정 발표를 앞둔 시점이어선지 다른 일정들도 진행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며 "이미 평가가 마무리 된 만큼 빠른 시일 내에 명단이 발표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다만 이미 지난해부터 워크아웃에 돌입한 중견 건설사들의 긴장감은 덜하다. 채권단과의 양해각서(MOU) 이행이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한 워크아웃 건설사 관계자는 "채권단이 MOU에 따라 작년부터 같이 손발을 맞춰갔기 때문에 무리하게 사업을 벌릴 수도 없었고 내부의 인적 구조조정등도 강도높게 진행해 왔기 때문에 워크아웃 건설사들이 다른 중견 업체에 비해선 상황이 나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택 비중이 적은 대형 건설업체들도 다소 느긋한 분위기다. 한 대형업체 관계자는 "오히려 제대로 된 옥석가리기가 진행된다면 살아남는 업체들의 경우 불확실성이 해서되고 장기적으로 신용도가 높아지는 등 좋은 영향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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