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大혁신론' 꺼낸 구자영 사장 "퀀텀점프 이룰 것"

머니투데이 대전=최석환 기자 2010.06.2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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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에너지 기술원서 간담회...사업·기술·조직문화 혁신 "글로벌 에너지기업으로 재도약"

"이대로 가다간 현상 유지도 힘들겠다는 판단을 했습니다."

지난 18일 대전시 유성구에 위치한 SK에너지 (116,100원 ▲7,000 +6.42%) 기술원에서 진행한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구자영 사장이 비장한 각오로 운을 뗐다.
↑SK에너지 기술원에서 출입기자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는 구자영 사장. ↑SK에너지 기술원에서 출입기자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는 구자영 사장.


구 사장은 주저없이 "산유국의 정유·화학 생산 허브 전략, 세계 수요 회복 지연, 글로벌 친환경 정책 등으로 에너지 기업들은 변화하지 않으면 생존조차 담보 할 수 없는 대변혁의 시기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3대 혁신론'을 들고 나왔다. '사업(Business)'과 '기술(Technology)', '조직문화(Culture)'를 혁신해 글로벌 선도 에너지기업으로 재도약하겠다는 것이다.



구 사장은 "애플이나 구글 등은 △멈추지 않는 자기 파괴적 혁신과 △기존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는 과감한 도전의식으로 성공한 글로벌 기업이 됐다"며 "SK에너지도 사업·기술·조직문화 등 3대 혁신을 통해 퀀텀점프(대약진)를 이뤄내겠다"고 강조했다.

◇독자·책임경영 체계로 '사업혁신'= 우선 '사업혁신'은 기존 주력사업인 석유사업과 화학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미래 성장동력원이 될 신규사업을 키워 한층 고도화된 사업체계로 전환하는 것을 의미한다. 독자·책임경영 체계를 확보하기 위한 석유·화학사업 분할 추진(내년 1월1일 예정)이 이와 궤를 같이한다.



석유사업의 경우 분할을 통해 △본원적 경쟁력 확보 △글로벌 파트너십을 통한 안정적 성장 등을 모색한다. 화학사업은 △기술 기반의 프리미엄 화학제품으로 차별화 △저가 원료(Feedstock)와 수요중심의 글로벌 전략기지 구축 등을 추진한다. 실제로 SK에너지는 최근 천연가스(LNG) 생산공장을 준공한 페루를 비롯해 에콰도르, 콜롬비아 등 저가로 원료 조달이 가능한 남미 지역에 화학공장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

구 사장은 "SK에너지는 너무 큰 공룡으로 관료화, 경직화돼있다"고 지적한 뒤, 지난해 성공적으로 분할한 윤활유 전문업체 'SK루브리컨츠'를 예로 들면서 "독자경영체계 구축은 경영환경의 빠른 변화 속에서도 개별 사업의 경쟁력과 유연성을 높여 각 사업의 생존력과 전문성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 '기술혁신' 핵심은 '정보전자-2차전지-녹색기술'= '기술혁신'은 기존 주력사업을 강화하는 한편 국내의 선도 기업에서 벗어나 세계 최고·최초의 다양한 에너지기술을 확보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SK에너지는 △정보전자소재 △전기자동차용 리튬이온 배터리(2차전지) △녹색기술(Green Technology) 세 분야로 나눠 신규사업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정보전자소재 사업에선 리튬이온 배터리용 분리막(LiBS) 사업을 통해 얻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편광필름(TAC), 연성회로원판(FCCL) 등에 대한 연구개발 및 상용화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SK에너지 기술원 내에 설립된 리튬이온 배터리(2차전지) 생산라인에서 생산된 전지를 한 연구원이 테스트하고 있다.   ↑SK에너지 기술원 내에 설립된 리튬이온 배터리(2차전지) 생산라인에서 생산된 전지를 한 연구원이 테스트하고 있다.
전량 수입에 의존해온 TAC는 액정표시장치(LCD) 편광판을 보호하는 핵심소재로 그동안 일본의 후지와 코니카미놀타가 전 세계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해왔다. FCCL은 휴대폰용 연성인쇄회로기판(FPCB)의 핵심 소재로 SK에너지가 세계 최초로 연속경화 공정을 이용한 제조기술을 개발했다.

리튬이온 배터리 사업과 관련해선 이미 SK에너지가 배터리 제조에 필요한 기술을 자체 확보한 만큼,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세계 최고의 성능과 안정성을 확보해 나갈 예정이다. 이날 SK에너지는 최근 가동을 시작한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라인을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100% 국내 기술로 구축한 총 길이 40m 정도의 60여개 공정이 사람의 손을 전혀 거치지 않는 완전 자동화로 이뤄지고 있다는 게 SK (207,000원 ▼12,000 -5.5%)측의 설명이다.

구 사장은 "하이브리드 전기차(HEV) 등의 분야에선 출발이 느렸지만 완전한 의미의 전기차(EV) 측면에선 상당한 기술경쟁력을 확보했다"며 "세계 최초의 하이 스피드 생산라인까지 갖춘 만큼 조만간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녹색기술 분야에선 그린 폴(Green Pol), 무공해 석탄에너지(Green Coal), 바이오 부탄올 등에 대한 연구 성과가 조만간 가시화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린 폴'은 불에 탈 때 유해가스가 나오지 않고, 광학적으로 투명한데다 공기와 습기를 효과적으로 차단하는 장점이 있어, 훨씬 더 적은 비용으로 친환경 단열재나 폴리염화비닐(PVC) 대체재, 식품 포장재 등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SK에너지는 일단 연내 상업화를 목표로 제품 개발을 추진 중이다.
↑SK에너지 기술원의 한 연구원이 실험실에서 그린 폴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SK에너지 기술원의 한 연구원이 실험실에서 그린 폴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구 사장도 "세상을 바꿀 획기적 기술"로 평가한 '무공해 석탄에너지'는 저급 석탄에서 석유와 가스, 화학제품을 추출해 내는 것이다. SK에너지는 이미 석탄에서 석유를 뽑아내는 기술을 갖고 있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에너지기업인 사솔(Sasol)과 관련 기술과 공정을 합할 수 있는 협력관계를 구축키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 사장은 "간담회 장소를 미래를 꿈꾸는 산실인 SK에너지 기술원으로 정한 것은 (이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직접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라며 "기술혁신의 모든 분야가 5년 내에 상업화가 가능하다"고 자신했다.

◇ 도전·변화 추구 인재형 인정받는 조직구축 = 마지막으로 "회사와 구성원간의 신뢰와 자부심을 바탕으로 창의력 있는 구성원들이 일하고 싶은 회사를 만들겠다"는 게 '조직문화 혁신' 요지다.

이를 위해 △일에 대한 열정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 △구성원의 윤리의식(투명경영) 등 SK의 고유한 문화특성에 △이해관계자의 가치를 중시하고 구성원간의 행복을 배려하는 '애정' △변화와 창의성을 담은 '혁신' △'책임의식' 등이 주축이 된 미래지향 문화를 더한다는 전략이다.

구 사장은 "기존 사업의 성공에 연연하지 않고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도전과 변화를 추구하는 인재가 인정받는 조직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한편 구 사장은 최근 정유시황 악화로 가동률이 떨어지면서 '애물단지'로 전락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는 '인천정유' 운영방안에 대해서도 해법을 제시했다.

구 사장은 "보물단지로 만들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면서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글로벌 파트너들과 연결된 5가지 옵션을 추진하고 있는데 (결과 도출이)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매각 추진설에 대해선 "전혀 아니다"며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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