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채업자가 경영권 분쟁에 '반색'하는 이유는?

머니투데이 오수현 기자 2010.06.20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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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풍향계]경영권 분쟁 상당사에 자금 대출…단기간에 수익 상당

사채업자들이 주식담보대출을 통해 침체된 영업의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건설사 신용위험평가와 경남은행 대출사고 등으로 어음할인 영업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사채업자들은 특히 경영권 분쟁이 일어나고 있는 코스닥상장사에 대한 투자를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지난주 명동 사채시장에선 코스닥상장사인 A에 관심이 집중됐다. 이 회사는 전 회장인 남편과 현 회장인 부인 간 경영권 분쟁이 벌어지고 있는 패션의류업체로, 이들 부부는 7월 초 열린 이사회를 앞두고 치열한 지분확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 여파로 이 회사 주가는 이달 들어 급등세를 지속하고 있어 사채업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명동 관계자는 "이렇게 경영권 분쟁이 일어나는 회사의 경우 우호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주식을 사들이거나 주주들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주가가 상승하는 경우가 흔하다"며 "시장에서는 이런 상황을 유심히 지켜보며 투자시기를 조율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사채업자들은 경영권을 놓고 내부갈등이 벌어지고 있는 업체를 찾아, 지분확보에 필요한 자금을 빌려주겠다고 제안하는 식으로 영업을 벌이고 있다. 일부 업자들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차명으로 해당 회식의 주식을 매입, 직접 투자에 나선다는 전언이다. 이들 업자는 이런 방식으로 고객의 우호지분 역할을 수행한 이후 주가 상승 추세가 정점에 달했을 때 보유 지분을 털고 나온다. 이 경우 2~3주의 짧은 투자에도 10~20%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어 업자들의 구미를 당기고 있다.



사채업자들은 이외에도 코스닥 업체 간 인수·합병(M&A) 소문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자금 부족으로 M&A에 어려움을 겪는 업체들에게 필요자금을 빌려줘 현재의 침체된 국면을 벗어나겠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한 명동 사채업자는 최근 자신과 오랜 기간 거래를 해오던 모 사업가에게 월 5~7%의 금리에 인수 자금을 빌려줬다. 담보비율도 50% 수준으로 대폭 낮췄다. 이전까지 사채시장에선 M&A 용도의 자금을 대출할 때 80~100%의 높은 담보비율을 제시해왔다. 중소기업 경기 악화로 M&A자금을 빌려줬다 소위 물리는 업자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건설사 구조조정 여파로 어음할인 영업이 중단되면서 마음이 다급해진 사채업자들이 담보비율을 무리하게 낮춰서라도 M&A자금대출 영업을 실시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명동 관계자는 "어음할인 영업은 중단되고, 현재 업자들이 실시하고 있는 인수자금 대출의 경우 위험부담이 상당하다"면서 "정부에서 구조조정 명단 발표를 무리하게 지연시키면서 자금시장이 급속히 위축되고 있고, 이는 결국 중소기업들의 자금줄을 옥죄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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