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회장의 페루 정복기

머니위크 지영호 기자 2010.06.24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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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SK, 글로벌 자원외교로 날다-1

“모래와 바람만 불던 이곳에서 역사적인 성과를 이뤄냈습니다. 수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페루 정부의 부단한 지원 속에 한국 정부와 SK의 노력이 결국 해낸 것입니다.”

지난 5월10일 페루 리마 남쪽 팜파 멜초리타 LNG 액화공장 준공식에서 축사를 하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15년 동안 페루에 쏟았던 노력이 결실을 이룬 데 따른 남다른 감회 때문이다.



특히 최 회장은 지난 2007년 10월 말라리아와 황열 등의 발병 가능성이 있는 페루 아마존 밀림 지역의 카미시아 유전을 직접 둘러볼 정도로 페루 자원개발에 열정을 쏟아왔던 터라 감회가 더욱 남다를 수 밖에 없었다.

선대 회장인 고 최종현 회장이 1980년 ‘석유에서 섬유까지’라는 수직계열화를 완성했다면 최태원 회장은 이번 페루 LNG 액화공장 준공으로 자원개발에서도 원유생산, 제품생산, 수출을 망라하는 수직계열화를 완성했다.

최 회장의 페루 모델이 재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페루 모델은 한 국가와 민간기업이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새로운 발전모델로, SK그룹은 에너지∙화학, 정보통신, 건설 등의 기술로 페루 경제발전에 기여하고 페루는 SK의 자원확보에 협력하는 기업과 국가간의 상호 협력 모델이다.



SK그룹이 자원의 보고인 페루에 진출한 것은 15년 전인 1996년 8광구의 지분 참여를 시작하면서부터다. SK그룹은 당시 페루에 진출하면서 원칙을 세웠다. 페루와 SK, 페루와 한국이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즉 SK는 페루의 단순 투자자가 아니라 페루의 경제발전에 기여하면서 SK도 같이 발전하는 발전적 협력관계를 통해 페루 국민의 행복에 기여하겠다는 뜻이다.

최 회장은 SK와 페루간의 발전적 협력 모델을 직접 만들기 위해 2007년부터 페루를 3번 방문했다. 첫번째 방문에서 알란 가르시아 페루 대통령을 단독으로 만났다. 이 자리에서 최 회장은 한국과 페루 양국간 자원개발을 포함한 경제협력에 대해 협의했다.

최 회장은 가르시아 대통령에게 “SK그룹은 에너지와 정보통신 및 플랜트 건설 등의 분야에서 세계적인 수준의 경쟁력을 갖고 있어 페루의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자원개발 뿐 아니라 기회가 된다면 석유화학, IT, 건설 등의 신규사업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가르시아 대통령은 “SK의 투자에 감사하며 페루와 한국, 그리고 SK간의 협력적 발전이 강화되기를 희망한다”고 화답했다.

SK그룹은 가르시아 대통령 단독 면담 전부터 페루에서 기업시민으로서의 역할을 다해 페루 정부로부터 높은 신임을 받았다. 지난 2007년 8월 페루 대지진 때 페루 이재민들에게 생수, 식량 등의 긴급 구호품을 전달한 것을 비롯, 지금까지 피해지역의 52개 학교와 5개 의료시설 복구비용 등으로 모두 600만 달러를 지원했다.

진심이 통한 것일까? 이런 노력 덕분에 최 회장은 이듬해인 지난 2008년 11월20일부터 페루에서 열린 'APEC CEO Summit'에 참석, 가르시아 대통령 등 페루 각계 고위층 인사들을 두번째로 만나 SK그룹과의 협력강화 방안 등을 심도있게 논의했다.



특히 최 회장은 2008년 11월21일 APEC CEO Summit 개막식 때 가르시아 대통령이 기조연설을 하자 21개국 CEO를 대표해 가르시아 대통령을 소개하고 그의 연설에 감사를 표하는 연설을 했다. 민간기업 CEO가 국제회의에서 페루 대통령을 소개할 만큼 최 회장은 ‘페루 인사이더(Peru Insider)’로 자리매김을 했다는 평가다.

SK그룹의 페루 사업 성공에는 한국 정부의 지원도 큰 몫을 했다.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이 지난해 8월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페루 등 남미를 방문해 한국의 자원외교를 이끌었고, 지난 10일 페루 LNG 액화공장 준공식에도 참석하는 등 한국 기업들의 활동을 지원했다.

SK 관계자는 “지구 반대편의 아마존 밀림 속 유전지역까지 둘러보는 최태원 회장의 ‘발로 뛰는 글로벌 자원외교’가 15년 만에 성과를 거뒀다”면서 “SK그룹은 이미 페루 정부와 공감대를 형성한 다양한 분야에서도 추가적인 투자를 통해 자원영토를 더욱 확장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 회장의 ‘페루 모델’이 성공을 거두면서 앞으로 SK그룹의 글로벌 자원영토 확장이 가속화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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