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銀 스트레스테스트 공개 '판도라의 상자' 되나?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2010.06.17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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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신용경색으로 은행권 위기 가중…유럽 '디폴트 시나리오' 현실화 우려

유럽 은행권 문제가 예상보다 일찍 불거지며 유럽에 다시금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자체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유럽 은행들은 위기를 견딜 것"이라고 한지 일주일도 안 돼 스페인 은행권을 시작으로 유럽 은행 붕괴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 것. 유럽연합(EU)은 위기 진화를 위해 은행권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를 공개하는 쪽으로 중지를 모으고 있지만 이 역시 오히려 불안감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주 스페인 은행 문제가 부각되자 지난 주 한풀 꺾인 듯 보인 '문제국가'들의 크레디트 디폴트 스왑(CDS)도 다시 오르고 있다. 지난 주 215.84 까지 떨어진 스페인 CDS는 17일 현재 258.22로 재반등한 상태며 그리스와 포르투갈의 CDS도 전주 대비 각각 15.6%, 8.6% 급등했다.



◇예상보다 빨리 온 '은행 위기'…충격 컸다=은행 시스템 부실- 산업 전반의 연쇄 충격- 국가 디폴트 위기 우려는 당초 전문가들이 제기해온 최악의 시나리오다.

무디스는 지난 11일 유럽 10개국 30여개 은행들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하고 "남유럽 국가들의 채무문제가 향후 더욱 악화된다 해도 유럽 은행들은 추가자본 조달 없이 위기를 견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주 초 불거진 스페인 은행권의 신용경색 문제의 충격이 더욱 크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드러난 결과는 무디스의 장담과는 동 떨어져 있다.

국가 부채 위기로 자금 조달 줄이 끊긴 스페인 은행들은 지난달 유럽중앙은행(ECB)으로부터 리먼 사태 때 보다 2배 많은 규모인 856억 유로를 조달받았다. 그럼에도 신용경색이 가라앉지 않자 지난 14일 카를로스 오카나 스페인 재무장관은 "자국 은행과 기업들이 다른 국가 은행으로부터의 대출에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신용경색을 공식 인정했다.

불명확한 스페인 신용한도 지원설이 떠돌고 있는 점도 은행이 실제 돌이킬 수 없는 위기에 직면한 것 아니냐는 우려를 부풀리고 있다. 스페인의 한 일간지는 EU가 국제통화기금(IMF)과 미국과 함께 스페인에 2500억유로(3350억달러) 규모의 신용한도를 제공할 것이라고 보도했지만 EU는 서둘러 이를 공식 부인했다.


위기감이 가중되자 은행들의 단기자금 조달 창구 경색현상이 더욱 두드러지며 그렇지 않아도 자금조달이 힘든 은행권의 목을 옥죄고 있다. 현재 3개월물 달러화 리보 금리는 올해 최고치인 0.5389% 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연초 리보금리는 0.24% 수준이었다.

◇'스트레스 테스트', 판도라의 상자 되나?=사태가 악화되자 EU는 불안감을 잠재우기 위해 은행 스트레스 테스트를 공개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그동안 공개 반대 입장을 보인 독일 재무부는 16일(현지시간) "독일은 유럽연합(EU)과 은행권 연례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를 어떤 방법으로 공개할 지 합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페인 역시 공개 방침을 분명히 했다.



독일이 입장을 선회한 이유는 스트레스트 테스트 공개를 통해서만 은행권을 둘러싼 불확실한 루머를 잠재울 수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포렉스 닷컴의 제인 포레이 애널리스트는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해 은행 투명성이 증명되지 않을 경우 은행 파산 가능성과 리보금리는 갈수록 올라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은행권에서는 스트레스테스트 결과 공개가 오히려 은행권 불안을 가중시켜 유럽 위기를 더욱 키우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은행권 손실 규모와 위험도가 밝혀질 경우 자금시장 경색은 더욱 심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유럽 은행들이 금융위기로 입은 전체 손실 규모는 1조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주 요세프 애커만 도이체방크 최고경영자(CEO)는 ""유럽 은행 지원과 관련된 확실한 조치 없이 스트레스테스트를 실시하는 것은 매우 위험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독일 금융권의 강한 반발로 독일이 예상을 뒤엎고 공개에 최종 반대할 경우 은행권 불확실성이 더욱 심화될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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