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에 '뿔난' 지역민방 "월드컵 보이콧 해버려?"

머니투데이 신혜선 기자, 김은령 기자 2010.06.15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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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지역민방 '방송중단'까지 검토...지역민방없는 SBS '반쪽짜리' 방송사

월드컵광고를 둘러싼 SBS와 지역민영방송의 갈등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부산·광주 등 9개 지역민방은 월드컵광고를 독식하는 SBS (21,850원 ▼250 -1.13%)에 저항하기 위해 월드컵경기 방송시간에 자체 제작 프로그램을 편성했던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9개 지역민방은 한국전을 제외한 전 월드컵경기 중계를 '보이콧'하기로 했다가, 지난 14일 저녁에 가진 사장단 회의에서 "국민의 시청권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이 계획을 자진 철회했다.

만약 9개 지역민방이 월드컵경기를 '보이콧'했다면 우리나라 국민의 절반은 월드컵경기를 TV로 시청할 수 없었을 것이다.



◇SBS 월드컵 '광고잔치'...지역민방 "7~8월 후폭풍이 더 문제다"

지역민방이 '월드컵 경기 생방송 중단'이라는 카드를 꺼낸 까닭은 '전파료 배분'을 조정하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이다.



SBS는 전체 수익의 18~20%를 지역민방에 전파료 명목으로 배분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월드컵 기간내 전파료에 대해서는 추가 분배가 이뤄지지 않았다.

SBS는 이번 월드컵을 단독중계한다는 빌미로 기업들에게 적지않은 광고비를 받았다. 광고단가는 평상시보다 900% 이상 비싸게 받았고, 단발성 광고보다 '끼워팔기'식으로 패키지 광고상품을 기업들에게 판매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BS는 이 수익을 지역민방에게 일절 분배하지 않고 있다.

이에 불만을 품은 지역민방들이 '월드컵 경기 생방송 중단'이라는 극단적 카드를 꺼냈다는 것이다.


지역민방은 종전 전파료를 3배 이상 인상해줄 것을 SBS에 요구했다. 그러나 SBS는 법적으로 '하자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지역민방은 "제작비를 앞세워 전파료 인상을 사실상 막아온 쪽이 SBS"라며 "SBS 광고료는 가치에 따라 달리 매기면서 전파료만 정액제로 지급하는 것은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역민방은 월드컵광고가 SBS에 편중되고 있다는 사실도 우려하고 있다. SBS는 자사 이익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기회지만, 지역민방은 그 부메랑을 맞게 생겼다는 것이다. 지역민방 관계자는 "월드컵광고 때문에 이달 매출이 20% 이상 줄어들 판"이라며 "특히, 기업들이 광고를 미리 집행해 7~8월에는 이보다 타격이 더 클 것"이라고 토로했다.

◇지역 민방 SBS 방송중단하면? 위협받는 SBS의 '보편적 시청권'

무엇보다 이번 사태가 발생할 수 있었던 것은 SBS가 지역민방에 의존하지 않고는 전국방송을 할 수 없는 '지역방송사'이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방송업계는 "SBS와 지역민방의 갈등은 이익배분을 놓고 빚어진 것이지만, 본질적으로 보면 SBS 역시 '서울과 수도권'에 국한된 지역방송이기 때문에 일어날 수 있는 문제"라며 "지역방송인 서울방송이 전국망을 갖춘 방송사만 할 수 있는 월드컵 중계를 하니 이같은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꼬집었다.

KBS 집계에 따르면 KNN(부산경남), KBC(광주전남), UBC(울산), CJB(청주충북) 등 9개 지역 민방 가구 수는 975가구로 1000만 가구로 추정된다. 이번 SBS가 독점 중계하는 월드컵 경기는 해당 지역 민방의 프로그램으로 방송되고 있다.

만일, 지역 민방이 극단적으로 SBS 프로그램 방송을 중단한다면 최소한 국내 1000만 가구는 월드컵 경기 생방송을 못 본다는 의미다.

이는 월드컵 중계 중단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얼마나 있느냐의 문제가 아닌 '보편적 시청권'을 충족했다고 하는 SBS는 언제고 방송이 중단될 수 있는 근원적 한계를 안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업계 관계자는 "SBS 콘텐츠에 의존하고 있는 지역 민방 특성상 SBS 프로그램 송출을 중단하는 결정을 하기란 쉽지 않을 수 있다"며 "하지만 국민적 관심사로 정해진 월드컵 중계를 SBS가 독점 중계함으로써 벌어지는 이런 상황이야말로 SBS가 독점 중계를 할 수 없다는 명분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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