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은지점 선물환포지션, 어디로?

더벨 한희연 기자 2010.06.14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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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ket Watch]국내은행,유동성비율 맞추려면 한계 있어...본사로 넘길수도

더벨|이 기사는 06월13일(17:23)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정부가 은행 선물환 포지션 제도를 신설하고 국내 은행은 자기자본의 50%, 외국은행국내지점(이하 외은지점)은 250%로 선물환포지션 규모를 제한하기로 했다. 이로 인해 외은지점의 신규 선물환 취급은 상당기간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은행 중 선물환 포지션이 한도를 초과하는 은행은 한국씨티은행과 SC제일은행, 두 외국계 은행 뿐이다. 반면 재정거래 위주로 영업을 하는 외은지점은 JP모간, 크레디트아그리콜, 골드만삭스, RBS 등 일부를 제외하고 모두 한도초과 상태다.

한도초과 은행들은 당분간 신규 선물환 매입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10월까지 3개월동안은 기존 거래분이 자연감소하는 정도에 한해 신규 취급이 가능할 뿐이며 이후에는 선물환 포지션 비율이 250% 아래로 떨어져야만 신규 매수를 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선물환 시장에서 외은지점의 설 자리는 점차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또 외은지점이 받아냈던 선물환 계약들은 규제 시행 이후 어떻게 소화될 지도 관심거리다.

유예기간 등을 부여하기 때문에 선물환 규제로 당장 급매물이 나오는 등 혼란은 없을 것이란 전망들이 많지만 장기적으로는 결국 국내 자금시장에 큰 변화를 야기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외은지점은 얼마를 줄여야 하나


정부 발표에 따르면 4월말 현재 국내은행과 외은지점의 선물환 포지션은 각각 157억6000만 달러, 461억2000만 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자기자본(3월말 기준)대비 선물환 비율을 산정하면 국내은행은 15.6%, 외은지점은 301.2%를 기록하고 있다.

규제수준과 비교할 때 국내은행들은 자기자본대비 선물환 비율에 약 35%의 여유가 있지만 외은지점의 경우 50%이상을 줄여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기존 거래분에 한해 2년간의 유예기간을 둔다고 해도 결국 한도를 초과한 상태에 있는 은행들은 제도 시행으로 신규 선물환 매입이 어렵게 되는 셈이다.

개별 은행별로 살펴보기 위해 지난 3월말 기준 21개 주요 외은지점의 외환포지션을 종합한 결과 250%규제를 적용했을 때 21개 외은지점들이 덜어내야 하는 선물환 포지션 규모는 총 15억4426만 달러인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적으로는 각 은행당 7353만 달러를 덜어야 한다.

이중 10억 달러 이상 선물환 포지션을 줄여야 하는 외은지점은 총 6군데인 것으로 나타났다. BNP파리바, 크레디트스위스, DBS, BOA, ING, 모간스탠리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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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자본 규모는 '자기자본대비 포지션 비율'에서 역산한 것임
/단위는 천달러/더벨)

◇ 외은지점이 받지 못한 선물환 물량은 어디로?...국내은행 or 해외본사

외은지점들이 신규 선물환계약을 늘릴 수 없다고 해서 수출기업들이 환헤지를 아예 하지 않을 수는 없다. 게다가 선물환 매도 외에는 현재 기업들이 환헤지를 할 수 있는 마땅한 수단이 없는 상황이다.

외은지점을 통한 선물환 계약이 막히게 되면 기업들은 우선 한도가 남아도는 국내은행을 찾을 가능성이 있다. 일단 한도 측면에서 본다면 국내은행들이 수출기업들의 선물환 계약을 받아 줄 수 있는 공간은 넉넉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말 기준 은행의 자기자본은 국내은행이 125조3000억원, 외은지점이 9조원을 나타냈다. 따라서 규제범위인 국내은행 50%, 외은지점 250%를 적용해도 각각 62조7000억원, 22조5000억원이란 계산이 나온다.

전민규 한국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6개 조선사들의 분기보고서를 참고해 계산한 결과 국내 조선업체들의 달러/원 선물환 거래 잔액은 2010년 3월말 기준 으로 62조2000억원으로서 한도에 미치지 못한다"며 "이 규제 때문에 조선사나 은행이 선물환 거래에 큰 영향을 받을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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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2010년3월기준/한국투자증권)

하지만 한도가 남아돈다고 무조건 선물환을 받아줄 수는 없는 입장. 은행들이 선물환을 매수하게 되면 현물환을 매도하기 위해 단기차입이 불가피 하다.단기 외화 유동성 비율을 맞춰야 하는 국내 은행 입장으로서는 무조건 선물환을 받아주지는 않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다시 외은지점은 어떨까. 기업들이 선물환 계약건을 들고 갔을 때 한도가 다 찼다는 이유로 외은지점들이 이 계약을 거들떠보지 않을 수 있을까.

염상훈 SK증권 애널리스트는 "외은지점들의 '현물환 매도+선물환 매수' 포지션은 재정거래 포지션인데 돈 안들이고 얻을 수 있는 수익을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다"며 "자기자본대비 선물포지션 비율이 과도한 외은들은 그 초과분을 해외에 있는 본점으로 이전시키면 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외은지점이 본점으로 포지션을 이동하는 것이 말처럼 간단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국내 기업과 거래에서 필수적으로 원화가 수반될 수 밖에 없고 국내 기업이 외국은행 본점과 거래하려면 수수료가 상승할 수 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스왑시장 한 딜러는 "지난 2007년 선물환 규제 당시에도 외은지점의 선물환계정과 이와 연계된 채권계정이 해외 본점으로 대규모 이관된 바 있다"며 "외은지점에 대한 선물환 포지션이 축소되더라도 그 효과가 착시현상에 그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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