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월드컵광고 독식…지역민방 '뿔났다'

머니투데이 신혜선 기자 2010.06.15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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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월드컵광고 900% 할증...지역방송 "SBS는 전파료 300% 인상하라" 요구

지역민영방송사들이 월드컵광고를 독식하는 SBS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SBS (21,900원 ▼200 -0.90%)는 지난 12일 열린 '한-그리스'전에서만 70억원가량 광고수익을 거두며 월드컵 독점중계에 따른 혜택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
 
그러나 SBS의 프로그램을 지역으로 재송신하는 지역민방은 월드컵광고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면서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14일 방송업계에 따르면 지역민방은 최근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와 SBS에 '월드컵광고로 발생하는 전파료를 300% 인상할 것'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지역민방이 SBS에 이 같은 요구를 한 것은 SBS가 월드컵 이벤트로 발생하는 추가 광고수입을 지역민방과 나누지 않고 독식했기 때문이다.
 
전국방송망이 없는 SBS는 지역민방을 통해 자사 프로그램을 지역에 송출한다. 이 대가로 SBS는 지역민방에 '전파료'를 지급한다. 전파료를 지급하는 명목은 프로그램 전송에 따른 대가지만 사실은 이를 통해 광고수익을 배분하는 것이다.
 
지역민방은 SBS로부터 전파료만 받을 뿐 SBS에 별도 콘텐츠 사용료는 내지 않는다. 현재 지역민방이 받는 전파료는 SBS가 수주한 광고액의 18~20% 내외로 알려져 있다.
 
SBS와 비교적 밀착관계를 형성해온 지역민방이 월드컵광고를 놓고 이처럼 불만을 드러낸 것은 SBS가 월드컵 중계를 앞세워 KOBACO로부터 광고료를 900% 이상 할증받고도 이를 지역민방에 배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역민방 관계자는 "SBS가 월드컵 중계를 빌미로 기업들에 광고료를 900%나 비싸게 받을 수 있는 것도 지역방송을 통해 전국방송을 하기 때문이 아니냐"면서 "월드컵방송은 지역에서도 시청률이 높은 편이므로 그 수익을 나눠갖는 것은 상식"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지역민방에서 커버하는 시청률은 50% 정도다. 지역민방이 전국의 50%를 커버하는 역할을 감안할 때 SBS가 월드컵 중계로 거둬들이는 수익의 50% 정도는 나눠갖는 게 타당하다는 것이 지역민방 측의 입장인 셈이다.
 
그러나 SBS는 지금까지 월드컵경기를 중계하면서 거둬들인 추가 광고수익을 지역민방에 배분한 전례가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전파료 배분은 콘텐츠 제작비에 근거한 것이므로 월드컵 중계에 따른 추가 광고수익을 배분하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SBS의 이 같은 입장에 대해 지역민방 측은 "SBS는 이번 월드컵으로 광고수익이 크게 늘어났지만 900%나 비싼 값에 광고를 한 기업들은 이후 광고비를 줄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결국 이 피해는 월드컵경기가 끝난 후 지역민방에 고스란히 전가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마디로 지역 시청자들에게 SBS가 독점중계하는 월드컵중계를 그대로 송출하면서 혜택은커녕 피해만 보게 생겼다는 것이다.
 
게다가 SBS는 이번에 월드컵광고를 판매하는 과정에서 지역방송 프로그램을 묶어서 판매하지 않아 지역민방으로선 더 큰 손해라는 얘기다. SBS가 월드컵경기를 위주로 편성하는 바람에 지역민방의 전파료 수익이 오히려 20%가량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지역민방 관계자는 "서울지역 방송인 SBS는 지역별 인구수, 시청률, 방송과 광고의 가치 등을 감안해 광고수익을 배분하는 것이 맞다"며 "제작비가 올라간다는 이유로 지역에 분배하는 광고수익을 억제하고 정액개념으로 묶어두는 것은 시장원리에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방통위는 "협상이 진행중인 것으로 안다"며 "광고료가 책정될 때 제작비 외에도 커버리지, 시청률 등이 감안되는 만큼 미디어렙 도입과 더불어 제작비에 근거해 관행적으로 책정해온 전파료 제도 개선의 논의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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