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성장 관련 법제 충실히 만들자"

머니투데이 김만배 기자, 배혜림 기자 2010.06.15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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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고수를 찾아서]법무법인 민(民) 설동근 변호사


- 에너지가격 높이면 신재생에너지 투자유발
- 의무구매ㆍ배출권 거래제도 국가미래 좌우
- CDM 관련법 치밀하게 만들어 분쟁 막아야


↑ 법무법인 민 설동근 변호사 ⓒ 유동일 기자 ↑ 법무법인 민 설동근 변호사 ⓒ 유동일 기자


'녹색'이 우리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제시되고 있다. 정부 정책과 맞물려 '저탄소 녹색성장'은 기업 경영의 키워드로 자리 잡았다. 기업의 가치관도 '환경문제는 비용이 아닌 수익'이라는 관점으로 전환됐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려면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합의를 이행하기 위해서도 녹색 성장은 불가피한 선택이다.



법무법인 민의 설동근(40·사진) 환경 전문 변호사는 '녹색 드라이브'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나가려면 신재생에너지와 에너지 효율화 산업에 대한 과감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산업은 반도체, 휴대폰 등에 이은 미래 산업으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기업들이 마음 놓고 신재생에너지 기술개발과 투자에 뛰어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유럽연합(EU)국가들처럼 신재생에너지의 점유율을 높이고 가격경쟁력을 보장하는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거죠. 그런 의미에서 현재 입법으로 구체화되고 있는 신재생에너지 의무구매제도와 배출권거래제가 국가의 미래를 좌우할 중요한 정책적 기준이 될 것입니다."



국내에서는 상대적으로 신재생에너지 사업 여건이 유리한 태양광과 풍력의 부품 소재사업, 폐기물 및 조류 에너지 사업, 해조류 등 미생물을 활용한 바이오 에너지 사업에 대한 개발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설 변호사는 "신재생에너지가 당장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활용을 미루다가는 나중에 큰 손실을 볼 것"이라며 "화석연료 고갈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재생가능 에너지 개발은 시대적 요청"이라고 역설했다.

◇'에너지 절약', 신재생에너지 개발로 이어진다= 설 변호사는 신재생에너지 사업 분야에서 유망한 중소기업을 발굴해 투자를 유치하거나 상장시키는 것이 환경 전문 변호사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2008년 수도권매립지에서 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는 에코에너지를 상장시키고 골드만삭스로부터 2500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하는 과정을 법률적으로 자문했다.


그는 신재생에너지 개발과 더불어, 정부가 에너지를 절약하고 효율적으로 쓰는 정책을 펴는 것도 환경보호와 기후변화 대책의 시작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나라는 에너지 부족 국가인데도 국민의 에너지 소비량이 너무 심할 정도로 많습니다. 전기 값을 선진국 수준으로 인상하면 에너지도 절약하고 전기수입의 일부를 신재생에너지 사업 투자에 사용할 수 있다고 봅니다."

에너지 가격을 높이면 저소득층에 대한 에너지 재분배 효과도 커진다. 전기 사용량이 많은 사람들로부터 거둬들인 전기세로 에너지빈곤층을 지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유동일 기자 ⓒ 유동일 기자
설 변호사는 시민단체인 '에너지 나눔과 평화'의 이사직을 맡으며 에너지 재분배를 몸소 실천해왔다. 시민단체의 태양광발전 사업을 자문하고 발전소 건립에 따른 수익금을 소년소녀가장 등 에너지빈곤층에게 지원하는 일에도 앞장서고 있다.

◇탄소배출권 분쟁 첫 기준 제시= 탄소배출권 거래제 역시 온실가스 감축의 핵심 수단으로 활성화하고 있다. 세계 탄소시장은 2004년 이후 급성장세를 보이며 2006년 215억 달러를 기록했고 올해 1500억 달러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소 등 온실감스를 줄이는 프로젝트를 시행해주고 그에 따른 탄소배출 감축 실적을 인정받는 청정개발체제(CDM) 사업은 신성장 동력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 효과와 함께 탄소배출권 획득을 통해 얻는 이익이 크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내년으로 예정된 배출권 거래제 시행을 앞두고 국내 CDM은 물론 해외 CDM 사업 투자가 활발해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국내에 관련 법률과 판례가 마련돼 있지 않아 사업시행자와 정부, 컨설팅 업체 간의 권리 배분에 관한 분쟁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설 변호사는 대구 방천리 쓰레기매립장의 메탄가스를 연료화 하는 사업과 관련한 탄소배출권 분쟁을 예로 들었다. 매립장 소유권자인 대구시는 대구에너지환경을 사업시행사로 선정해 메탄가스를 인근 공장의 보일러 연료로 판매하려 했다. 하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아 한국지역난방공사와 공급계약을 체결하게 됐다.

문제는 대구에너지환경과 한국지역난방공사가 모두 대구시에 탄소배출권을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이들은 접점을 찾지 못해 지루한 줄다리기를 이어가다 결국 대한상사중재원에 중재 신청을 내기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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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대구시를 대리한 설 변호사는 대구시의 매립장 조성 및 관리, 사업위험부담, CDM 사업개발 기여도를 주장해 탄소배출권 88%를 인정받는 결과를 이끌었다. 이는 국내에서 발생한 온실가스 배출 감축권 분쟁에 대한 첫 판정으로, CDM 사업 권리관계의 해석 기준을 세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CDM 관련법 치밀하게 만들어야 미래분쟁 예방"= 배출권 거래제가 시행되면 CDM 사업 관련법과 제도 마련도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설 변호사는 세계 탄소배출권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중국을 벤치마킹해 실리적인 지침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중국에서는 자국의 CDM 사업의 경우 외국 기업이 탄소배출권을 가지고 가지 못하도록 법적으로 규제를 해놓았습니다. 풍력과 소수력 발전 등은 자원이 한정돼 있어 CDM 사업을 무한정 할 수 없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합니다. 외국 기업이 탄소배출권을 모두 가져가 버리면 나중에 더 비싼 가격을 주고 다시 사와야 하기 때문이죠."

설 변호사는 CDM 사업으로 줄인 온실가스의 일정량을 국가가 세금이나 수익배분으로 받을 수 있도록 법제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매립가스 발전소를 설립해서 획득한 탄소배출권의 10%를 국가가 가진다는 식으로 법규를 미리 명확히 하면 분쟁을 예방할 수 있다"며 "CDM 사업법을 제정할 때는 총론보다 각론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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