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뉴욕에서 본 나로호와 월드컵

머니투데이 뉴욕(미국)=김창익 기자 2010.06.14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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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주말 저녁 뉴욕 42번가. 행인에게 타임 스퀘어로 가는 길을 물었다. 그는 자신도 방문객이라고 했다. 마침 자신도 타임 스퀘어로 가는 길인데 동행하자고 했다.

듀퐁에서 일한다는 그는 텍사스 휴스턴에서 휴가차 왔다고 했다. 나사(NASA: 미항공우주국)가 있는 곳이 아니냐고 아는 척을 했더니 "바로 맞추었다"며 웃었다. 한국(Korea)에서 왔다며 '나로호' 얘기를 꺼냈다. 무슨 얘긴지 도통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는다. 한국이 개발한 무인우주선이라고 설명했다. 위성용 로켓이라고 덧붙였더니, 이내 북한(North Korea)에서 왔냐고 묻는다.



로켓이라는 말이 북한을 연상시켰다 보다 했다. 웃으며 남한에서 왔다고 했다. 바로 그리스 얘기를 꺼낸다. 한국 축구가 2002년 한일 월드컵 때는 4강에까지 갔다고 자랑을 했다. 그도 알고 있다고 했다. 화제는 축구 얘기로 흘렀다. 나사와 나로호 얘기는 둘 사이 공감대를 만드는 데 별 도움이 못됐다.

자정 가까운 시간인데도 타임 스퀘어는 불야성을 이뤘다. 글로벌 기업 광고 전광판과 뮤지컬 간판이 광장을 대낮처럼 비췄다. 맥도널드와 야외카페, 심지어 선글라스 상점도 이 시간까지 영업에 한창이다. 타임 스퀘어란 상징성이 사람을 광장으로 모으고, 그 사람들이 타임 스퀘어의 명성을 만들었다고 생각했다.



맥주를 마시는 한 무리의 사내들에게 사진을 찍어달라며 말을 걸었다. 한국에서 왔다고 했더니 '2대 0'을 연발한다. 우리는 연거푸 하이 파이브를 했다. 주말에 맥주 한잔이 곁들여지긴 했지만 월드컵은 이방인 사이의 벽을 한 순간에 허물었다. 야간 촬영이라 엉망으로 찍힌 게 분명했지만, 우린 서로를 최고의 포토그래퍼라고 부추겼다.

비행기를 타면 누구나 애국자가 된다고 했던가. 나로호 자랑으로 어깨를 으쓱하려고 했던 기자는 뜻 밖에 축구에서 그 목적을 달성하게 됐다.

누군가 월드컵을 우주인이 본다면 참 우스꽝스럽지 않겠냐고 했다던 말이 생각난다. 20명이 구르는 공을 죽어라 좆고, 그 공이 그물을 가르면 수십억 지구인이 동시에 열광을 한다. 우주인에겐 코메디겠지만, 그로 인한 공감대가 처음만난 지구인끼리도 하이파이브를 하게 했다. 뉴요커들이 나로호는 몰라도 한국축구는 잘 안다. 월드컵,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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