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외화유동성 종합대책 내놓은 이유는

머니투데이 강기택 기자 2010.06.13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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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자본유출입 변동성 완화방안을 내놓게 된 것은 1997년과 2008년 등 두 차례의 금융위기가 급격한 자본유출입으로 인해 발생했다는 인식에서 비롯된다.

호황기에는 자본이 과도하게 들어오고 불황기에는 급격히 유출돼 실물경제보다 더 큰 폭으로 금융.외환시장이 출렁이고 이로 인해 실물경제가 다시 영향을 받는 악순환이 반복됐던 것.



이는 기본적으로 선진국에 비해 무역의존도가 높아 무역관련 외화자금의 유출입이 빈번한데다 외환위기 이후 자본시장이 완전 개방되고 해외 차입이 자유화돼 자본유출입의 제한이 거의 없어졌기 때문이라는 게 정부의 시각이다.

특히 은행 부문을 통한 차입의 변동성이 높았고 그 중에서도 외은지점을 통한 단기 차입의 변동성이 심했다는 것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단기차입에 따른 외채는 금융위기 시 외화유출요인이 돼 왔다.

1997년 11월부터 1998년 3월 사이에는 220억 달러가 유출돼 외화유동성 위기를 겪었으며 2008년 10월에서 지난해 3월까지 국내은행 271억 달러, 외은지점 285억 달러가 빠져나가 환율급등 등 부작용을 야기했다.

금융연구원의 연구 결과 이같은 급격한 자본유출입에 따른 변동성이 커지면서 한국의 자본유출입 변동성은 45개 주요국 중 11위, 22개 신흥국 중 6위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정부는 향후 자본자유화와 시장개방의 기본틀을 유지해 나가되 자본유입 측면에서 과도한 선물환 거래와 외화대출을 막고 자본유출 측면에서 평상시의 과도한 자본유입을 억제해 불황기의 자금이탈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번 조치가 무엇보다도 거시건전성 제고를 위해서도 필요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 자본유입이 점차 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로 유입된 자본이 급격히 유출되면서 시스템 리스크로 이어지지 않도록 선제적인 대책을 마련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즉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지난해 1월부터 올 4월까지 주식(366억 달러) 채권(310억 달러) 단기차입(140억 달러) 등 총816억 달러가 유입됐고 앞으로 경기 회복속도가 더 빨라지게 되면 자본유입이 확대될 것이므로 나중에 빠져 나갈 것에 대비해야 한다는 논리다.

정부가 이 같은 대책을 과감하게 제시할 수 있었던 데에는 국제통화기금, 아시아개발은행(ADB) 등을 중심으로 ‘급격한 자본유출입에 대한 적절한 통제를 해야 한다’는 논의가 확산된 것도 한몫했다.

이달초 부산에서 열린 G20(주요 20개국) 재무장관회의에서 자본변동성과 위기전염 방지를 위해 국내, 지역, 다자간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아진 것 역시 정부의 부담을 덜어 줬다.

이미 국가별로 자국 경제상황에 맞는 규제를 추진하거나 검토중인 것 역시 정부의 정책 선택에 영향을 미쳤다.

미국은 일명 볼커룰이라 불리는 대형금융기관의 자기매매.헤지펀드 투자금지방안을 마련했으며 유럽연합(EU)도 헤지편드 규제강화방안을 지난달 EU 재무장관 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영국은 외은 지점에 대한 유동성 규제를 지난해 10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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