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PB들이 말하는 '하반기 재테크 기상도'

머니위크 배현정 기자 2010.06.17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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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 커버]하반기 재테크 전략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이카루스는 '공예의 신' 다이달로스의 아들이다. 우연찮게 감옥에 갇혔던 그는 아버지가 만든 밀랍 날개를 달고 탈옥했다.

몸이 하늘 높이 두둥실 떠오르자 기분 좋은 해방감이 밀려왔다. 날갯짓 아래로는 에게해의 푸른 파도가 넘실대고 있었다.



그 순간 이카루스의 마음에는 슬며시 오만함이 머리를 쳐들었다. 이 세상 누구보다도 더 높이 날 수 있지 않을까? 그는 "절대로 태양 가까이 가지 말라"는 아버지의 당부를 잊고 말았다. 결국 강렬한 태양에 깃털을 이어붙인 밀랍이 녹아내렸고, 이카루스는 바다에 떨어져 죽고 말았다.

최근 한 증권사에서 펴낸 하반기 경제전망 보고서의 제목은 바로 '이카루스 신드롬을 넘어서'다. 현재 시장에는 "단기적인 조정이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상승 사이클"이라는 예측이 우세하다. 하지만 서서히 고개를 드는 위기설 또한 만만찮다. 조지 소로스는 최근 "세계 경제가 위기 2막에 들어섰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렇게 시장이 요동치는 시기, 이카루스의 역설은 자못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카루스는 욕망을 쫒아 너무 높게 하늘을 날다 바다에 추락하고 말았지만 이때 같이 하늘을 날던 아버지는 무사히 비행을 마칠 수 있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너무 높게도 너무 낮게도 날지 않는 중용의 미덕을 지켰기 때문이다.

등락이 심한 장에서 이와 같이 성공적인 항해를 마치려면 날아오를 기회를 잡는 것 못지않게 리스크 관리에 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에 머니위크에서는 앞이 보이지 않는 안개 속에 싸여있는 것 같은 요즘, 나침반이 돼줄 5대 은행 프라이빗뱅커(PB)들의 '하반기 재테크 전망'을 들어봤다.


이들 전문가들의 전망은 각기 엇갈리지만 긍정론과 비관론 모두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래야 탐욕과 공포 사이에서 올바르게 균형을 잡을 수 있으며 날아오를 수 있다.

주식, 대세 상승 점친다면 업종대표주로 고수익 예약




올 하반기는 상반기와 별반 다름없이 등락이 거듭되는 변동성 장세로 예측하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문제는 그 이후. 내년 상반기에는 완연한 회복세를 전망하는 이들이 많지만 근래 들어 다시 경제가 침체되는 위기 징후도 포착되고 있다.

만일 단기적인 시련은 있어도 대세 상승장이라는데 한표를 던진다면 주식형펀드(혹은 주식)가 단연 추천 투자대상 1순위다. 송민우 신한은행 서울파이낸스골드센터 PB팀장은 "국내 업종 대표주 펀드 중심으로 투자하는 게 유망하다"고 말했다. 그는 스페인 이벤트나 헝가리 이벤트 등 급락하는 이벤트가 발생할 때를 잘 포착해 들어가는 게 유리하다고 덧붙였다.

직접 투자를 꺼린다면 위험은 제한하면서 예금보다는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주가연계상품(ELDㆍELSㆍELF)을 눈여겨볼 만하다.



김창수 하나은행 아시아선수촌PB센터 팀장은 "굳이 예금만을 고집하는 보수적 투자자가 아니라면 요즘과 같은 저금리상황에서는 목표 수익을 맞추기 위해 일부 파생 상품에 눈을 돌리는 게 바람직하다"고 권했다.

송민우 PB팀장 또한 "2009년 이후 시장의 등락과 상관없이 꾸준히 수익을 내고 있는 상품이 바로 ELS 등 주가연계상품"라며 "기초 자산에 따라 다르지만 연 12~14% 수준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어 변동성장에서 효과적인 투자상품"이라고 추천했다.

반면 예금 적립에 대해서는 추천하는 의견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출구전략에 따른 금리 인상 문제는 지난해 말부터 꾸준히 시장에서 거론돼왔지만 사실상 올해는 '물 건너간' 분위기로 점치는 전문가들이 많다. 따라서 하반기 금리 인상을 무작정 기다리고 있는 것은 좋지 않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김창수 하나은행 아시아선수촌PB센터 팀장은 "기준 금리는 2%에 머물고 시장금리는 3% 후반 수준으로 이미 괴리가 있다"며 "올해는 출구 전략을 펴기도 어렵지만 설혹 그렇게 된다고 해도 실제 예금 금리는 거의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변동성 장세에서는 '현금'이 안전자산이라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박승안 우리은행 투체어스 강남센터 부지점장은 "원하는 상품의 적합한 투자기회를 놓쳤다면 현금을 들고 기다리는 것도 한 방법"이라며 "원하는 투자대상의 현 가격이 부담스럽다면 시장에서 발을 빼는 게 아니라 현금으로 들고 있다가 기회를 노리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금, 찬란한 비상 또는 추락?





나날이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는 금(金)은 시장의 '뜨거운 감자'다. 급상승한 가격 부담만큼 투자 과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러나 여전히 상승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 또한 만만찮다.

흥미로운 점은 시장에 대한 긍정론자도 비관론자도 모두 금을 주목하고 있다는 것이다.

송민우 PB팀장은 "단기적인 관점에서는 지금의 가격이 부담되는 것이 사실이지만 내년 이후 본격적으로 경기가 상승하고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시 금 가격은 더 치솟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에 송 팀장은 "잠시 추이를 지켜보다가 (금이 달러로 거래되는 특성상) 환율이 1100원대 수준으로 떨어질 때를 투자 기회로 삼으라"고 조언했다.



향후 경제를 어둡게 예측하는 임상빈 기업은행 PB고객부 팀장은 더욱 적극적인 금 투자를 권했다. 불확실한 경제에 대한 보험으로서 금을 주목하는 것이다. 임상빈 팀장은 "세계 경제는 그동안 부동산으로부터 촉발된 위기를 재정 지출을 통해 메워왔는데 이제 한계를 맞고 있다"며 "짐 로저스가 말한 금값 온스당 2000달러 시대는 예상보다 빨리 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금값이 높아졌다고는 하나 금 자체에 대한 인식이 변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임 팀장은 "금은 그동안 달러가 오르는 시기에 추락하고, 달러가 내리면 금값은 오르는 반대 흐름을 보여 왔지만 최근에는 이러한 움직임이 깨졌다. 달러가 오르는 불확실한 시기에 금값도 같이 오른다는 것은 그만큼 금에 대한 수요가 뒷받침되고 있다는 것"이라며 '금'의 밝은 미래를 내다봤다.

인플레이션에 대비해 원자재 투자도 하반기 중요하게 고려할 부분이다. 공성률 국민은행 재테크팀장은 "금리가 바닥인 기간이 길었기 때문에 경기가 회복되면 물가 상승 시기가 반드시 오기 마련"이라며 "1년 이상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원자재에 투자하는 펀드를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임상빈 팀장은 "저평가된 농산물이나 천연가스가 특히 유망하다"고 추천했다. 다만 원자재 투자는 워낙 변동성이 큰 투자대상이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매수ㆍ매도 타이밍을 잡기 위해서는 전문가의 도움이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돈의 가치가 떨어지고 물가가 오르는 시기에 대비해 물가연동채권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물가연동채권은 채권의 원금 및 이자 지급액을 물가에 연동시켜 물가변동위험을 제거한 채권. 지난 2007년 만기 10년의 물가연동채권을 발행했다 중단한 정부는 6월 말께 이를 다시 발행하기로 했다.

김창수 PB팀장은 "물가연동채권은 표면 금리는 높지 않지만 물가 상승으로 인한 수익과 더불어 세제 혜택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여유 자산이 있는 자산가들에게 적합한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장기 보유에 대한 부담이 따를 수 있으므로 유동성 자금이 적은 서민 투자자들은 신중하게 투자할 것을 당부했다.

부동산, 수익성 중심으로 전환





한국씨티은행이 6월 초 발표한 '한국의 부자보고서 발표'에 의하면 국내 자산가들은 부동산 가격이 앞으로 더 떨어질 것으로 내다보는 시각이 우세했다.

특히 강남 3구 부자들은 절반이 넘는 51.3%가 부동산 가격 하락을 전망해 다른 지역(강남3구를 제외한 서울지역 40%, 수도권 44.1%) 부자들보다 상대적으로 더 비관적이었다. 강남 3구 부자들 중 가격 상승을 예상한 답변자는 15%에 그쳤다.

전문가들도 과거처럼 부동산시장이 향후 뜨겁게 달아오르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본다. 김창수 PB팀장은 "우리나라 부동산은 그동안 불패라고 불리울 만큼 조정을 안 거쳤기 때문에 이러한 가격 조정이 이뤄지기 전까지는 올라가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송민우 PB팀장 역시 "과거 강남아파트 상승을 주도했던 부잣집 사모들의 선호도가 뚝 떨어졌다"며 "지금과 같은 저금리 상황에서 부동산에 돈이 모이지 않는다는 것 자체가 그 방증"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부동산은 이제 끝났다"는 식의 섣부른 예단은 금물이다. 공성률 재테크팀장은 "주식은 경기에 선행하는 특성을 보이는 반면 부동산은 경기와 동행하기 때문에 지금처럼 경기가 완연하게 좋은 시절이 아닐 때는 부동산 경기가 좋을 수 없다"고 말했다.

공성률 팀장은 이어 "상승 폭이 문제이겠지만, 경기가 완연하게 오르는 내년 이후에는 부동산 가격도 오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창수 팀장은 "앞으로 아파트는 본래의 주거 목적으로 자리 잡고, 부동산 투자는 원칙대로 오피스텔 등 수익형 위주로 이뤄질 것"이라며 "핵가족과 단독 세대가 늘어나는 추세에 따라 작은 평형 오피스텔 등이 조금 더 가능성이 높게 보인다"고 말했다.

☞ 시장을 바라보는 긍정론 VS 부정론 "PB 5인의 말 말 말"

" 실물경기와 주가가 함께 상승하는 골든 랠리가 다가온다. 아직까지 남유럽 위기가 시장의 발목을 잡고 있지만 4/4분기나 내년 나아진다." (송민우 신한은행 서울파이낸스골드센터PB팀장)

"대세 상승 사이클은 유효하다. 단기 조정을 받으며 저점을 높여가고 있는 과정이라고 보여진다." (공성률 국민은행 재테크팀장)



"좋아지기엔 시간이 필요하지만 더 나빠질 것도 없다." (김창수 하나은행 아시아선수촌 골드클럽 PB팀장)

"하반기 내내 악재는 계속 나오겠지만 시장이 망가질 정도는 아니다. 변동성 장세에서 죽지 않고 살아남아야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상승과 하락의 포지션 비율을 균형있게 조정하라. " (박승안 우리은행 투체어스 강남센터 부지점장)

"글로벌 경제의 분위기 반전은 실패로 귀결되고 있다. 암에 걸릴 확률보다 (구매력 기준으로) 자산의 가치 급락을 경험할 확률이 높다. 금 등 실물자산으로 자산을 보험 들라." (임상빈 기업은행 PB고객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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