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허위보고에 은폐까지…'천안함 괴담' 軍이 자초

머니투데이 양영권 기자 2010.06.10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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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이 천안함 침몰 직후 사건 원인을 예측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를 누락한 채 상부에 상황을 보고하고 일부는 허위로 사실을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초기 발표가 잘못됐음이 탄로날 것을 우려해 일부 자료는 적극적으로 은폐한 것으로 드러났다.

민·군 합동조사단의 천안함 원인 조사 발표 이후에도 사그라지지 않고 있는 괴담 수준의 천안함 관련 의혹을 군이 자초한 셈이다.



10일 감사원이 발표한 '천안함 침몰사건 대응실태' 감사결과 자료에 따르면 해군 2함대 사령부는 사건 발생 직후인 지난 3월26일 오후 9시 53분 천안함으로부터 침몰 원인이 '어뢰 피격으로 판단된다'는 보고를 받았다. 그러나 해군 작전사령부 등 상급기관에는 이 같은 단서를 누락한 채 보고했다.

천안함의 초기 보고 내용이 제대로 알려졌다면 그동안 제기된 암초 충돌설, 피로 파괴설, 내부 폭발설 등의 혼선을 크게 줄일 수 있었다는 것이 감사원의 판단이다. 결과적으로 민군 합동조사단은 지난달 20일에야 천안함이 북한의 어뢰 공격으로 침몰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아울러 사고 당일 오후 11시께 인근 해상에 있던 속초함이 레이더에서 표적물을 발견하고 추격·발포한 뒤 "북한의 신형 반잠수정으로 판단된다"고 제2함대사령부에 보고했지만 2함대사령부는 상부에 '새떼'로 보고하도록 지시했다. 이는 최초 상황보고를 중간 부대에서 추정·가감하는 것을 금지한 보고지침을 위배한 것이다.

다만 감사원은 감사기간 중 전술지휘통제체계(KNTDS)과 열상감시장비(TOD), 레이더 사이트 영상 등을 정밀 조사했지만 해당 표적물이 반잠수정인지 새떼인지 결론을 내리는 것에 실패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합동참모본부는 사건 당일 해군 작정사령부에서 오후 9시15분에 사건이 발생했으며 폭발음을 청취했다는 등의 보고를 받았다. 그러나 사건 발생시각을 임의로 '오후 9시 45분'으로 수정하고 '폭발음 청취' 등을 삭제한 채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하는 한편 대외에도 발표했다.


국방부는 천안함 침몰 사건과 같은 위기상황에서는 관계 규정에 따라 '위기관리반'을 소집해야 하지만 천안함 침몰 직후 위기관리반을 소집하지 않았다. 그러나 국방부는 김태영 국방부 장관에게는 위기관리반을 소집했다고 허위로 보고한 것으로 감사 결과 드러났다.

이밖에 군이 TOD영상을 편집해 공개한 것도 군 발표에 대한 국민의 불신에 한 몫을 했다.



감사원은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가 천안함 발생 초기 사건 발생시각 등에 대한 국민 의혹이 확산되는 가운데 지난 3월30일 TOD 동영상을 공개하면서 사건 당일 오후 9시33분28초(실제시각 오후 9시35분8초) 이후의 영상만 편집해 공개했다. 그러나 사건 발생 당일 동영상은 오후 9시23분58초(실제시각 오후 9시25분38초)부터 녹화되기 시작한 것으로 사후에 드러났다.

감사원 관계자는 "군이 천안함 발생 이후 여러 차례에 걸쳐 사건 발생시각을 변경해 발표했다"며 "군이 처음에 사건이 '오후 9시 30분'에 발생했다고 발표했는데 동영상 전체가 나가면 그 이전에 발생했다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에 일부만 공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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