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외환銀, 주거래은행 놓고 기싸움?

머니투데이 김익태, 기성훈, 김지민 기자 2010.06.09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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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현대 "주채권은행 변경" vs 외환 "소임 다했다"

주채권은행 변경을 둘러싼 현대그룹과 외환은행의 기싸움이 본격화되고 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지난 7일 주채권은행 변경 동의를 요청하는 공문을 외환은행에 발송했다"고 9일 밝혔다. 이 공문에 대해 외환은행은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조속히 체결하라는 기존 입장을 내놔 양측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현대그룹은 지난달 18일 채권단의 재무구조 개선약정(MOU) 체결 방침에 주채권은행을 바꾸겠다는 입장을 발표한 지 20여 일만에 행동으로 옮겼다.



당시 현대그룹은 자료에서 "현대상선은 이른 시간 안에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에 대한 채무를 모두 변제하고, 고객사와 해운업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주채권은행을 변경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외환은행은 현대로부터 공문을 받은 다음날인 8일 주채권은행으로서 그동안의 역할을 성실히 수행해왔다는 내용과 주거래 은행 변경 요청사유에 대한 은행 측의 공식 의견을 전달했다고 외환은행 관계자는 말했다.



아울러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조속히 체결한 뒤 대립구도를 벗어나 상호 협력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며 주채권은행 변경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2년 계열사 주력업체인 현대상선이 유동성 위기를 겪을 당시 채권금융기관 회의 등을 통해 자동차 선단 매각과 채권만기 연장 등을 지원해오면서 주채권은행으로서의 역할을 성실히 수행해 왔다는 것이 외환은행 측의 주장이다.

이와 함께 외환은행은 대주주의 지분매각 추진은 은행의 업무와는 무관한 것이라는 입장도 현대 측에 강력하게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외환은행 관계자는 "우리는 기본적인 원칙을 전달했다"며 현대그룹과의 불화로 확대되는 것을 경계했다.


외환은행은 우선 재무구조평가위원회가 밝혔던 시한인 15일까지 현대그룹의 답변을 기다린다는 입장이다. 이날까지 현대그룹이 약정에 응하지 않을 경우 은행업감독규정에 따라 외환은행을 비롯한 채권은행들이 이후 실행방안을 협의해 나갈 예정이다.

이에 대해 현대그룹 관계자는 "외환은행에 대한 대출금을 모두 갚고 거래 관계를 소멸시킬 예정"이라면서 "외환은행이 주채권은행으로 남아있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외환은행이 평가시 (현대그룹) 비재무적요소를 거의 반영하지 않았다"며 "주채권은행 변경 동의를 요청하는 공문을 외환은행에 재차 발송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현대그룹과 외환은행의 싸움에 대해 금융감독 당국은 극도로 말을 아꼈다. 심판이 경기에 개입한다는 불필요한 오해를 살 필요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최근 구조조정의 가속 페달을 밟으려는 당국이다. 내심 불편한 심정을 감추지는 못했다.

감독당국 관계자는 "현대그룹이 주채권은행을 바꾸려면 외환은행의 동의가 있어야 하고, 부채권은행들과도 협의해 결정해야 한다"며 "다른 곳이 안하겠다면 기존 은행이 주채권은행을 해야 하는 상황임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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