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시장 새로운 트렌드, '나홀로 아지트'

머니위크 강동완 기자 2010.06.16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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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뜨는 창업 다시 보기/ 코쿤 주점

코쿤 주점이 뜨고 있다. 복잡하고 어지러운 현실에서 벗어나 자기만의 공간으로 찾아들어 가는 '코쿠닝' 현상이 주점 트렌드에 강하게 반영되고 있는 것.

사실 주점은 나만의 공간을 의미하는 코쿤(Cocoon)으로서 완벽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거칠고 예측할 수 없는 외부 세상으로부터 나만의 공간으로 이동해(방랑코쿤), 안전이 보장되고(방어코쿤), 오랜 친구 혹은 다정한 연인(사교코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코쿤 주점의 기원은 2000년대 초반부터 홍대와 신촌 등 젊은이들의 거리에서 생겨나기 시작한 이른바 ‘오리엔탈 바’. 하지만 인도풍의 인테리어와 몽환적인 분위기를 제공하는 오리엔탈 바는 소수의 마니아들을 중심으로 운영되던 ‘그들만의 공간’이었다.

최근 코쿤 주점이 대중적인 창업 아이템으로 급부상하게 된 것은 2008년 말 불어닥친 세계 불황과 관련이 깊다. 불황의 우울한 분위기 속에서 세상의 모든 시름을 잊고 좋은 사람끼리 대화하고 소통할 공간이 절실해진 것이다.



‘일상탈출의 해방구’로서의 코쿤 주점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룸식 주점이라고도 하는 개실형 요리주점, 오리엔탈 바의 진화형태라고 할 수 있는 에스닉 바, 영국식 펍을 표방하는 가스트로펍이 대표적이다.

◆코쿤 주점 주요 브랜드

국내에서 코쿤 주점은 나누미아이티의 꾼노리, 투엔디, 골든 이글스 등이 주도하고 있다.



▶개실형 퓨전요리주점, 꾼노리=지난 2005년 전남대점을 1호점으로 출발한 뒤 빠른 속도로 전국적으로 매장을 확대해 신촌, 건대상권, 일산 라페스타 등 전국의 대학가 및 신세대 상권에서 회오리 바람을 일으켰다.

꾼노리는 코쿤 주점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매장을 기존의 오픈형이 아닌 독립적인 개실형 구조로 설계해 고객들에게 편안하고 아늑한 공간을 제공한다. 이같은 차별화는 매장의 시끄러운 음악소리나 대화소리에 방해받지 않고 조용한 대화를 원하는 여성고객에게 크게 환영을 받았다.


▶ 에스닉바, 투엔디=에스닉 스타일의 와인바를 표방하는 투엔디는 세계 각국의 맥주와 와인, 60여가지의 다양한 이국적인 요리를 내세운다. 하지만 최대 강점은 실내 호수와 분수, 형형색색의 커튼, 은은한 조명, 편안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좌식 테이블 등 이색적인 공간구성을 통해 여성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천정으로 드리워진 구슬로 꿴 커튼은 자연스럽게 옆 테이블과 경계를 지어주며 ‘나만의 공간’을 창조한다. 누구를 데려가도 ‘이런 곳이 숨어 있었다니!’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게 하는 '도심속에 숨어 있는 환상적인 공간'을 파는 것이다.


▶ 가스트로펍, 골든 이글스=가장 최근에 등장한 코쿤 주점으로 영국식 펍을 표방하는 가스트로펍이다. 고급 음식이 있는 펍을 의미하는 가스트로펍의 핵심은 고객끼리 친해질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다. 다른 주점 형태에 비해 상대적으로 사교 코쿤의 성격이 강한 편이다.

매장 안에 당구, 다트, 축구게임 등을 설치하고 일행끼리는 게임을 하지 않는 전통펍의 룰을 적용해 처음 만나는 고객들 사이에 친교의 기회를 제공한다. 나만의 공간에서 우리들의 공간으로 코쿤의 영역을 확대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창업포인트

코쿤 주점의 선도 소비층은 20~30대 여성 고객들이다. 2030 감성세대라고 할 수 있는 이들 주 고객층은 소비를 주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특징집단의 문화를 이끌어가는 입소문 마케팅의 전도사로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그러므로 2030 여성고객층의 마음을 어떻게 사로잡느냐에 코쿤 주점의 성공여부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핵심적인 요소는 두가지다. 하나는 그들만의 아지트로서 조금도 손색이 없는 환상적인 공간구성이다. 다른 하나는 까다로운 여성고객들의 입맛을 만족시키는 세련되고 다양한 메뉴구성이다. 이런 것들은 비용을 많이 들여야 가능한 것이 아니라 고객에 대한 이해를 많이 할수록 잘 할 수 있다.

한국창업개발연구원 유재수 원장은 “코쿤 주점은 넓은 광장에서 작은 공간으로 들어가려는 코쿠닝 경향이 배경이 됐다”며 “스트레스 많은 현실로부터 확실하게 벗어나고자 하는 고객들에게 최고의 몰입상태를 제공하는 것이 고객만족을 강화하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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